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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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미드를 잘 안 좋아합니다. 왕좌의 게임도 싫어해서 조지RR마틴 작품 원작이라니까 엄청 걱정했는데 일단 취향에는 맞았습니다. 취향에 맞는 걸 떠나서 이 미드를 보며 많은 것이 떠올랐는데, 동시에 떠오른 것들을 모두 포섭하고 분열되지 않고 통합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원래 그렇게 많은 것들을 넣으면 산만해지기 마련인데 희한하게 하나의 톤으로 합쳐지더군요. 그래서 장르적 재미가 상당했던 것 같습니다.
이성적이고 자기 철학을 지녔던 과학자들이 볼크론에 가까워 질 수록 감정적으로 변하고 이성보다 감성에 앞서 행동하게 되는데요. 이유는 나이트 플라이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 때문입니다. 그 일들이 과학자들이 본래 지니고 있던 결함을 건드렸거나, 아니면 결함을 만들며 과학자들의 이성을 점점 흐트리기 시작합니다. 하필 볼크론에 다가갈 수록 이런 일들이 일어나기에, 볼크론 탓이라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광기의 산맥]의 느낌이 살짝 가미되니까 정말 저들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되는데, 그게 사실 나이트 플라이어의 주제입니다.
영상미와 피사체의 배치에 심혈을 기울이는 장면들이 있는데, 특히 정중앙에 주인공을 배치시키는 장면이 꽤나 많이 등장합니다. 아예 배경과 인물의 배치와 화면구성을 통해 내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하기도 해요. 그 점에서는 스탠리 큐브릭 작품이 떠올랐습니다. 미니멀리즘한 우주선 내부 구조가 처음 시점에서는 상당히 깔끔함을 자아내지만, 특유의 탁하고 크게 밝지 않은 조명이 불안과 고독을 보여주고 미니멀리즘한 우주선 내부는 오래 볼수록 심심함을 넘어 황량한 느낌을 줍니다.
캐릭터들도 인상적입니다. 모든 캐릭터들이 개성있습니다. 허나 요즘 나오는 펑크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고전미가 풍겨져 나옵니다. 고전 영화에 나올 법한 외모를 지닌 배우를 불렀을 뿐 아니라, 캐릭터도 자기 철학이 강하고 날뛰는 성향들이 아닙니다. 요즘 영화나 드라마처럼 신랄하거나 펑크적인 느낌이 들지 않아요. 그런 느낌이 들더라도 왠지 시대에 맞춰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배우들 연기력도 상당히 뛰어납니다. 우주선 부분이 [이벤트 호라이즌]을 떠오르게 하고, 과학 기술들이지만 판타지처럼 묘사를 했기에 (특히 벌떼 조종하는 부분에서 묘하게 요정족이 떠올랐습니다.) 각 과학자 캐릭터들은 오래된 성안에 갇힌 학자들과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이버 스페이스 설정은 또 어떻고요. 주사를 통해 사이버 스페이스에 접속하는 느낌이 사이버펑크에서 보던 느낌을 고스란히 살렸고, 우주선 내부만 보여주기에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느낌을 사이버 스페이스로 환기시켰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힘이 상당히 들어가 있다보니 진짜 SF고전 느낌이 났습니다. 물론 조지RR마틴이 나이트플라이어를 소설로 집필했을 시기가 옛날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걸 모티브로 했더라도 이렇게 고전적 느낌과 세련미를 살린 점은 대단한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추가로 말하컨데, 약간 고어하고 나이트플라이어 특유의 선체 특성 때문에 유령선같은 느낌도 납니다. [이벤트 호라이즌]이 떠오르지만 [이벤트 호라이즌]이 좋은 설정 두고 헛발질을 하던 것 때문에 미묘한 감이 있었기에 상당히 아쉬운 눈길로 바라봤었는데, 이런 작품이 나오네요. 이제서야 마음에 드는 SF호러 스릴러 + 미스터리 + 드라마 작품이 나온 것 같습니다.
일단 제 취향에는 맞았습니다. 미드 특유의 빙빙 돌리는 스토리 전개가 답답하긴 하지만 위에 썼듯이 미장셴과 미술과 연기력 덕택에 어느 정도 위안이 되는 편이었어요. 다만, 중요한 이야기는 다 끝난 상황이라 시즌1으로 종결했으면 좋았을 텐데 무리하게 시즌2로 이으려고 결말을 흐지부지 시킨 건 좀 화가 났습니다.
그냥 이상한 사람
오. 재미있겠군요. 꼭 구해서 봐야겠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