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수소 산업을 키우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소차를 2022년까지 8만대 보급하고, 수소충전소도 2022년까지 330기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더불어 2조원이 넘는 자금도 투자하기로 했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향후 친환경 운송수단으로 수소전기차를 사용할 것인지, 전기차를 사용할 것인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 수소전기차와 전기차 중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히 수소전기차와 전기차의 차이나, 현재 개발 상황이나, 다른 나라의 상황에 맞춰서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체 에너지 수급에 대한 검토 후에 답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저는 수소전기차가 맞는 방향으로 생각되고, 현재 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기차 사용시 - 전체 에너지 관점에서의 문제

 이전에 다른 글에서 잠깐 적긴 했는데, 전기차가 지금의 가솔린/디젤차를 대체하게 되었을 때,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할 겁니다. 그럼 그 전기를 과연 어떻게 생산할까요? 그리고 지금 사용 중인 화석연료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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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자료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소비되고 있는 석유의 양을 비교한 자료입니다. 
2017년 자료를 보면, 발전으로는 800만 배럴/ 도로 운송으로 2억 4천8백만 배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석유를 발전으로 사용하는 것 보다 30배 더 많은 양의 석유를 도로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럼 발전에서 석유 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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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 에너지원별 발전량 자료를 보면 전체 에너지의 15% 정도를 석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의 단위는 백만kWh 이므로 단순히 1:1 비교는 어렵지만, 만약에 현재의 모든 자동차가 전기자동차로 바뀐다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고 있는 모든 전기량보다 더 많은 전기를 자동차를 위해 생산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추가로 전기의 경우 매우 좋고 편리한 에너지원임은 분명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전기를 저장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운송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전기 에너지가 저장하기 어렵다는 점은 다들 아실 겁니다. 현재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2차전지를 통해서 화학에너지로 저장했다가 나중에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지요. 

 그럼 운송은 왜 어려울까요? 전기는 전기줄로 연결되면 옮길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여기서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특수성도 감안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관점에서 보면 일본과 같은 섬이나 마찬가지입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이었고, 북쪽으로는 북한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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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보면, 바다를 관통해서 다른 나라와 전기줄로 연결할 것이 아닌 이상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모든 전기는 자체적으로 생산해야 합니다. 설사 나중에 북한과의 사이가 좋아져서 북한을 통해 러시아나 중국과 연결된다고 할지라도 에너지 주권을 북한에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전기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 나라인가요?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전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에너지 수입국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에너지 생산하는 방법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요. 

 즉, 우리나라는 자체적으로 필요한 모든 전기를 스스로 생산할 수밖에 없는 나라고, 전기차 시대가 돼서 앞으로 지금보다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하게 된다면 석탄 발전소를 짓든, LNG 발전소를 짓든, 태양광 발전소를 엄청 많이 짓든, 원자력 발전소를 짓든 더 많은 발전소를 지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수소차(수소전기차)는?


 수소전기차에서 사용하는 수소는 전기와 다르게 저장과 운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아직 기술적으로 풀어야 할 난제는 많이 있지만 전기와 다르게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저장과 운송이 가능하다는 건, 우리나라가 사용할 에너지를 수소의 형태로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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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를 예로 들어보지요. 그 큰 나라에 인구가 2,400만 정도만 있는 호주는 남아도는 땅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천연자원도 많은데 그 중에서도 그동안 사용하기 어려웠던 갈탄도 있죠. 갈탄에서 수소를 추출해서 배로 운송해 한국이나 일본에 팔거나, 사막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서 물을 전기분해해서 나오는 수소를 판다면  수소시대가 되었을 때 호주는 지금의 중동과 같이 에너지를 수출하는 나라가 될 수도 있고, 그렇게 준비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수입한다면, 우리나라의 그 좁은 땅덩어리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것 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호주는 대량생산이 가능하니까요.



마치며


 얼마전에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이 세계 수소위원회 공동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수소경제는 범국가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호주처럼 수소를 생산하는 나라가 있으면 수소를 소비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나라도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에너지를 소비하는 물품 중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수송부분. 그 중에서도 자동차입니다. 전체 수송에서 소비되는 석유의 81%를 차지합니다. 


 더불어 위에서 말한 것처럼 어차피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나라로서는 석유와 같은 수입이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바람도 많이 안 불고, 대규모로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는 넓은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도 아니니 친환경 에너지로 전기를 자체 수급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오히려 수입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쌀 수도 있습니다. 


 기왕 세계 탑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있고, 어차피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거라면. 그리고 지금부터 전 세계적으로 수소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투자를 해서 남들보다 앞서 간다면. 앞으로 20년 뒤에는 그 과실을 남들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먹을 수 있을 거라 저는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