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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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밥먹을 때였다.
옆에 세살 쯤 되는 여자아이와 두 아줌마가 앉았다.
아이에게 아이패드 하나 던져주고는 둘이 수다떨기 바빴다.
아이가 국수를 먹다가 포크를 떨어뜨렸다.
떨어 뜨린 것이 아니라, 엄마가 자기 좀 쳐다봐 달라는 뜻이었다.
엄마는 왜 조심성이 없냐고 애를 혼냈다.
겨우 세살짜리 아이에게.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엄마는 그래 그래 알았다. 게임하고 있어.
엄마 말 안들으면 게임 안에 공룡이 잡아간다...
반쯤 질린 아이가 눈물만 뚝뚝 떨어트리고 엄마 옷자락을 잡았다.
애 엄마는 무서운 얼굴로 아이를 흘겨보더니
다시 옆 아줌마와 수다떤다고 고개를 아예 돌려버렸다.
아이는 한손으로는 아이패드 잡고,
한손으로는 국수를 마저 먹었다.
그러다가 그걸 지켜보고 있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의 속눈썹까지 촉촉하게 젖은 눈물이 너무 슬펐다.
아까 너무 놀랐지?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고개만 천천히 끄덕였다.
그래. 너가 많이 놀랐구나...
괜찮아.
그건 너 잘못 아니야.
아이가 다시 눈을 깜박거렸다.
눈물이 작은 빰을 적시고 흘러내렸다.
너가 슬펐구나. 무서웠구나.
아가야. 그건 너 잘못 아니야.
그건 너 잘못아니야.
괜찮아. 괜찮아.
그건 너 잘못 아니야.
내가 빙긋 웃자,
아이도 웃었다.
그 귀여운 웃음을.
아.. 그런데,
애들 데리러 갈 시간이 되었다.
아저씨. 이제 가야 하는데, 어떻하지?
아저씨 가도 될까?
아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손을 살짝 흔들었다.
아이도 손을 흔들어 주었다.
천천히 일어나서 멀어져가는 아이를 보았다.
내가 시선에 사라지자
아이는 앙.. 하고 울었다.
아이를 버려두고 수다떨고 있던 아이 엄마는
그제서야 놀라 묻는다.
왜 울어?
그 아이 엄마는 아이가 왜 우는지 평생 모를 것이다.
아이에게 상처주는 못난 어른들이
너무 많다. 이 세상에는.
그게 하도 많이 보여서
참 괴롭다.
왜 사람들은
신이 자기 아이의 몸을 빌어 왔다는 것도 모르고,
신을 찾고 다니는 걸까?
보라.
이 사랑스럽고 티없이 맑고 온전한 존재를.
우리를 서로 아끼고 사랑하게 만드는 이 아름다운 영혼을.
사람만이 희망이다.
그대가 바로 희망이다.
불행히도, 요즘엔 남의 아이를 돌봐주는 것도 극히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여자아이들은...
그 아이의 엄마가 별빛화살 님의 마음을 이해할만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아 보이니 더욱 말이죠.
시대가 그렇습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게 있고, 우리가 개인의 자유와 안전을 확보하면서 잃은 것은 이웃, 또는 지나가던 사람의 신뢰와 도움입니다.
이 사회에서는 아이가 잘 되든 못 되든 외면하고 그 아이의 부모에게 맡기는 수 밖에 없는 거죠.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아동 학대로 신고할 수는 있겠지만, 말씀하신 일이 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 건 또 아니니까요.
맞는 말씀입니다만, 방치와 방임이 어느 정도인지 같이 사는 식구가 아닌 이상 알기 매우 어렵다는 데에서 타인이 끼어들기엔 한계가 있죠.
저는 요즘 같은 자유주의 사회에서 이런 일은 제3자의 개입보다는 공권력의 개입에 맡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즉 제3자는 신고 이상의 도움을 주지는 못하죠. 그런데 사정 모르는 타인이 방치나 방임을 신고하기는 매우 어려우므로, 이런 경우는 법의 맹점에 놓일 수 밖에 없습니다.
슬프지만, 그게 현실인 거죠. 아동 대상 범죄를 막기 위한 법률이, 아동 학대를 방치하게 만드는 또다른 한계선을 그어 버리는 것이.
........ 그날 마트에서 좀 더 아이 옆에 있어 주지 못해서 후회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