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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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우연히 본 기사에서 나온 내용입니다.
최근에 다양한 선택의 기로가 생겨나고 다양한 가능성이 등장하면서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하는 '습관'의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물건을 살 때, 입고 나갈 옷을 선택할 때, 책을 볼 때, 게임을 할 때....
여하튼 무슨 일을 하건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선택이 필요하게 됩니다. 문제는 요즘에는 그 선택의 숫자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아이스크림. "베스O라빈스 31"이라는 이름으로 선전을 시작한 것이 벌써 오래 전이고, 어떤 곳에서는 거의 100가지에 가까운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나열하고는 뭘 먹고 싶냐? 라고 묻습니다. 그것도 한 가지를 고르는게 아니에요. 2, 3 가지를 골라서 짝을 맞추어야 합니다. 31개에 2가지만 골라도 선택의 가지수는 자그마치 31*30가지나 됩니다.(물론 순서를 무시하면 반으로 줄겠지만.)
그러다보니 뭘 먹어야 할지 선택하는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참 동안 고민하면서 선택하게 되지요.
그리고 더 큰 문제... "무엇을 고르던 후회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렇잖아요? 31가지 중에서 1가지를 골랐다면 나머지 30가지를 고르지 못하게 되니, 결국 30가지의 후회할 가능성이 생겨난다는 것이거든요.
조사에 따르면 선택의 가지수가 10개를 넘어가면 만족도는 엄청나게 떨어지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어쩌면 베스O라빈스는 31개라는 기회를 던져주고, 무엇을 먹어도 후회하고 만듦으로서 다시 먹도록 유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그만큼 만족도가 낮아진다는 이야기입니다. 31개를 다 먹지 않는 이상 만족도는 1/31 밖에는 안 될 수도 있다는거죠. (게다가 그때그때 기분도 다를테니, 결국 더 만족 못한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수많은 선택의 종류가 주어지고, 그 선택 때문에 오락가락 하는 상황에서 현대인들의 만족도는 떨어지게 되고 이른바 '갈증 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마치 바닷물을 마실수록 더욱 목이 마르게 되듯, 계속해서 뭔가를 갈망하면서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 맙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만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몇가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한가지는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것에 대해 주체성을 가지는 것입니다.
가령 31개의 아이스크림이 있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 하나가 있다면 그것만 먹으면 됩니다.
게임을 하거나 만화를 보거나 할 때에도 "내가 하고 싶은 게임, 내가 보고 싶은 만화"를 확실하게 정해두면 좋을 것입니다. 그것 하나만 보고 다른 건 넘겨 버리는 거죠.
또 다른 방법은 선택의 기회를 줄이는 것입니다.
사실 31가지 중에서 고를 필요도 없죠. 더 싸고도 맛있는(적어도 취향에 맞는) 아이스크림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31개나 되는 기회를 던져주고 '골라라'라고 강요(?)하는 가게에 가지 않더라도 말이지요.
게임이라면 정해진 예산 내에서 우선 순위를 정해서 하나만 사는 것이 방법이 될까요? 물론 이를 위해선 내가 좋아하는 장르라던가 취향을 잘 생각해야 하는 것이지만... 만화는 그 달에 새로 나온 것 중에서 예산 내에 몇가지만 골라서 사본다는 것도 방법이 될 것입니다. 대여점을 가거나, 다운로드를 하는 순간 눈앞에는 해야 할 게임, 봐야 할 만화 등이 늘어나면서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되고 무엇을 보아도 만족할 수 없게 됩니다.
선택에 대하여 제약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앞서 '정해진 예산 내에서'라는 이야기를 해 두었는데, 경제적인 문제가 걸리면 아무래도 선택의 폭은 좁아지게 됩니다. 한달에 게임에 쓸 예산이 3만원이다. 그러면 6만원 짜리 게임을 하려면 2달을 기다려야 합니다.
기다리기에 지친다고요?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2달 뒤에는 조금 더 가격도 내릴 것이고, 여기에 2달을 기다린 만큼의 만족감이 더해지게 마련이지요. 재미가 몇 배나 될 수 있습니다.
영화라면, 최상의 조건으로서 '무조건 영화관에서 본다.'라고 결정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데, 그만큼의 만족감이 더해지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최근에는 영화 등을 다운로드 받아서 보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건 최고급 요리를 한 번 냉동했다가 전자레인지로 데워 먹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아니, 여기에 진공 포장을 해서 통조림에 넣어서 다시 조리하고 먹는 것 수준일까요?) 그만큼 만족감이 떨어지고 1편의 영화만으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을, 10편, 20편, 100편을 보아도 제대로 만족할 수 없게 됩니다. 반대로 시간의 낭비, 그리고 정신력의 낭비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렇듯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거죠. 바로 "선택을 한 순간 다른 선택의 가능성은 잊어버린다."
한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여러 장의 사진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 하나를 고르는 것이었는데, 한 그룹은 선택 후 다시 선택할 수 없게 했고, 다른 그룹은 선택 후 시간이 흘러 바꿀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선택을 바꿀 수 없는 그룹이 바꿀 수 있는 그룹에 비하여 훨씬 만족도가 높았다고 하지요.
선택을 하고 다른 선택의 기회가 있었음을 인식하는 순간, 자신의 선택이 실수라고 생각하게 되고 후회할 가능성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후회란 곳 '만족도의 감소'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옛날 사람들에겐 이런 일은 비교적 적었을 것입니다. 그만큼 선택의 기회가 적었고, 선택을 되돌릴 기회도 적었을테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물건을 구입하는 것 하나만 해도 선택의 기회가 너무 많아집니다. 물건 자체도 엄청나게 많지만, 여기에 물건을 사는 과정에서 마음을 돌릴 기회도 많습니다. 심지어 물건을 사고 반품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높아져 버렸으니까요. (물론 물건을 쓰다가 맘에 안든다고 반품하는 것은 도둑이나 다를 바 없다고 생각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특히 백화점 같은 데서는 말이죠.)
어쩌면 게임이나 만화 같은 것을 즐기는 만족도가 예전보다 지금이 더 낮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게임의 숫자가 많고 선택의 기회도 많으니까요. 하지만 그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지요.
자신의 취향을 파악하여 선택의 폭을 줄이고, 제한을 가하여 어느 정도 참을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일단 선택하면 다시 후회하지 않는 것. 그럼으로써 과거와 마찬가지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겠지요.
마지막으로 또 하나... 아무리 만족한 것이라도 여기에서 추가로 뭔가를 얻으려고 하지는 않는게 좋을 듯 합니다. 요즘 게임에서 흔한 '모드'나 '다운로드 콘텐츠'같은 것으로 말이지요.
게임은 완성된 순간에 이미 하나의 내용으로 마칠 수 있게 됩니다. 다운로드 콘텐츠는 게임을 다시 즐길 기회를 늘려준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만족도가 더 늘어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최소한 돈을 들인 것 만큼의 느낌은 받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게임 "심즈"를 하면서 이런 것을 정말로 심하게 느꼈습니다. "심즈"에는 다양한 모드가 있습니다. 그리고 모드를 받으면 캐릭터의 의상이, 머리 모양이, 심지어는 게임 시스템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언제부터인가 "심즈"를 할 때 게임을 하는게 아니라, 이 같은 모드에만 신경쓰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모드에 신경쓰지 않을 때는 오직 게임에만 열중하면서 재미있게 했는데, 모드가 추가되면서 게임을 즐기는게 아니라 새로운 모드가 뭐가 나왔는지만 신경쓰는거죠.
아무리 많은 모드를 더하더라도 '심즈' 같은 게임에는 그 이상으로 많은 모드가 있습니다. 하루에서 수십, 수백, 수천개가 쏟아져 나오니까요. 그럴수록 게임은 무거워져 가고, 모드를 받아서 정리하느라 정작 게임은 재미있게 즐기지 못하고...
생각해 보면 '모드'나 '다운로드 콘텐츠'는 영화 DVD에 들어 있는 부가 영상 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 것인데 그거에만 빠져드는 셈이니까요.
이따금 매우매우매우 훌륭한 모드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를테면 '하프라이프'의 모드였던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완전히 새로운 게임으로 인기를 끌게 되었지요. 개인적으로는 스토리의 완성도가 높은 '하프라이프' 쪽을 선호하지만,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또 나름의 재미가 있으니까요. 다만, 하프라이프와는 독립적인 게임에 가깝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모드나 다운로드 콘텐츠가 등장하는 것을 신경쓰게 되면, 그 모드나 다운로드 콘텐츠를 추가하지 않은 상태의 게임을 마쳤을때의 만족감이 감소하게 마련입니다. 뭔가 완성되지 않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햄버거를 먹고 만족했는데, 세트 메뉴가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 뭔가 김빠진 느낌이 된다고 해야 할지... 결국 손해보는 느낌이 강해지고 만족도는 유지되지 못하지요.
어쩌면 현대의 소비사회는 바로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정말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게임 하나를 사서 몇 달 동안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시간 때우기로 반복하는게 아니라, 정말로 열중하면서 희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정말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책 한 권을 몇 번 다시 보아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정말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제품을 사 놓고 후회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문득 생각해 봅니다. '심즈' 시리즈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PC 게임이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게 아닌가 하고 말이죠. 확장팩이 나올 때마다 본체는 결함품처럼 보이게 만드는 상술이 아닌가 하고 말이지요.
오래전 저는 '심시티 2'를 약 2년 이상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확장팩이고 모드고 존재하지 않았고(아니 존재한 것 같지만 아예 몰랐고) 그것 하나만으로 재미있는 게임이었거든요. 몇 번이고 도시를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들고 부수고를 반복하는 것이 즐겁고 재미있었죠.
하지만 '심즈'는... 1편과 3편에서 거의 모든 확장판을 다 샀지만, 왠지 만족스럽게 플레이한 것은 처음에 본체가 나온 직후 얼마 동안에 불과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심즈 1편 말이지요.
여담) SF속의 평행 세계가 정말로 존재한다면 지금 이 순간 또 다른 선택을 해서 살고 있는 '내'가 있을 것입니다. 이를 생각하고, 그 내가 '지금의 나'보다 훨씬 잘 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왠지 지금, 이 세상의 나는 가치가 낮은 느낌이 듭니다...
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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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부단한 성격이라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속으로 두고두고 미련을 남기고 후회하는 쪽이에요. 그나마 다행인 건 취향이 마이너해서 다지선다 고민을 할 때가 별로 없다는 거죠. (아니, 이건 다행이 아니라 불행인가….)
이럴 때면 늘 <가지 않은 길>이 떠오르는데, 프로스트가 정말 기가 막힌 시를 남긴 것 같네요. 사실 이 시를 가지고 평행세계를 논해도 잘 먹혀들 정도니, 허헛.
'큰 결정'을 내리는 것은 단 한 번도 쉬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전공 선택, 직업 선택, 배우자 선택, 직장 선택, 집 장만 선택, 부모님 부양을 위한 선택...
언제나 우여 곡절이 많았지만, 너무나도 운 좋게도 지금까지 큰 결정의 결과는 대개 옳았습니다.
'작은 결정'의 경우 별로 신경 자체를 쓰지 않습니다.
밥 먹으러 갈 때면 별 다른 주관 없이 되는 대로 아무거나 먹고,
차 마실 때도 평이한 메뉴를 고릅니다 - 아무래도 별 상관 없는 것이죠.
작은 결정에 대해서는 결과에 미련을 남기지 않는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습니다.
식욕이 넘치는 고양이 주위로 음식을 배치해두면, 고양이는 결국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안에 갇혀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낄낄거리며 재밌어하지만 고양이는 어느걸 먹을지 고민하는게 상당히 심각한가봐요.
어쩌면 욕심이 자기 스스로를 음식속에 가두고 있는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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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우에는 기회비용을 계산하고 선택하는게 버릇이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정형화된 사고방식이 있으니 빠르고 편하긴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