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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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고추는 임진왜란 당시에 일본에서 넘어온거라고 알고 있는데
과학동아 5월호에서는 이것이 틀렸다고 나옵니다.
전부다 적을 수는 없지만 주장을 요약해보면...
1. 특정 재료를 이용한 발효식품이 등장하는데 200년 이상은 걸린다.
고추가 임진왜란(1592~96) 당시에 처음 도입됬고 우리나라에 퍼지는데 100년이 걸렸다면
고추장이 등장한 시기는 1900년대.......?!
2. 태조 이성계가 고추장을 좋아했다고 하는데..... 타임머신이라도 탔나?
3. 일본 문헌 중에서 임진왜란 중 우리나라를 거처 일본으로 고추가 도입됬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은 고추를 사용한 요리도 거의 없음
4. 애초에 우리나라 고추와 폐루의 고추는 유전적으로 많이 다르다.
5. 우리 옛 문헌을 찾아보면 임진왜란 전에도 술에 고추가루 타 먹었다고 나옴....
뭐 이런 근거를 해서 우리나라의 고추는 헝가리산 고추가 도입된거라고 하네요.
임진왜란때 일본을 통해 폐루산 고추가 도입됬다는 것이 정설이 된 이유는
출처없이 무조건 인용해서라고 추측하던데...!!
앞으로는 꼭 출처를 챙겨야 겠습니다.
출처:과학동아 2010년 5월호
내국(內局)에서 입시(入侍)하자, 임금이 말하기를,“송이(松茸)·생복(生鰒)·아치(兒雉)·고초장(苦椒醬) 이 네 가지 맛이 있으면 밥을 잘 먹으니, 이로써 보면 입맛이 영구히 늙은 것은 아니다.”영조 111권, 44년(1768 무자 / 청 건륭(乾隆) 33년) 7월 28일(계축) 4번째기사
조선시대 이전부터 고추(Capsicum spp.)가 한반도에 도입되어 있었을 확률은 0%라 해도 무방합니다. 고추는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작물로 콜럼버스의 서인도제도 탐험 이후에 구대륙으로 도입된 작물이니 말입니다. 원문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문제를 논하는 것은 위험하나, 그래도 한번 반박해보겠습니다.
2. 이성계가 즐겼다는 椒醬은 초피나 산초 내지는 후추 등으로 맛을 낸 것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椒는 고추뿐만 아니라 Zanthoxylum속 식물들의 과피나(山椒, 川椒, 花椒), Piper속 식물의 과실(胡椒) 등 매운맛을 내는 향신료를 통틀어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1번의 의문의 경우에서도, 설령 새로운 재료로 만드는 발효식품이 등장하는데 200년 이상이 걸린다 해도 이 경우 기존에 이미 있던 식품에서 매운맛을 내는 향신료만 새로운 것으로 교체한 것이므로, 200년 까지의 시간이 걸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3. 이 자료로는 고추가 일본에서 도입된 것이라는 것을 반박할 수 는 있어도, 고추가 조선시대 이전부터 한반도에서 재배되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는 없습니다.
4. 유럽인들이 서인도제도와 멕시코에서 가져온 고추는 Capsicum annuum과 C. chinense, Capsicu frutescens두 종이고, 우리나라에서 주로 재배되는 고추는 이 중 C. annuum의 품종들입니다. 반면 페루지역을 비롯한 안데스산맥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 고추는 C. pubescens과 C. baccatum 두 종입니다. 이 두 종은 근래에 들어서야 미국과 유럽의 개인재배가들에게 소개, 보급 시작한 종들로, 국내에서는 관상용으로 재배되는 C. baccatum 'Bishops Crown'(흔히 '튤립고추'라고 불립니다)을 제외하고는 많이 도입/보급되지 않은 종들입니다. 작물화된 Capsicum속 식물이 한 종만 있는것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주로 재배되는 고추와 페루에서 주로 재배되는 고추가 종부터 다르니 유전적으로 다른것이 당연한데, 이것이 어떻게 고추가 조선 이전부터 한반도에 도입되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군요. 또한, 설령 고추가 한 종만 있었다 하여도, 어떤 작물이 기원중심지에서 타 지역으로 도입되어 전파되는 과정에서 각 지역의 사람들은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지고 그 기준에 맞는 특성을 지닌 계통을 선발하기에 서로 다른 품종이 육종될 수 밖에 없으니, 전파 범위가 넓다면 같은 종이라 하더라도 어느정도 유전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입니다.
5. 이것도 산초나 초피, 후추 등을 타먹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설은 임란근처로 들어왔을것이다로 추정하고 있는정도입니다.
왜와의 무역은 있었기 때문에 임란보다 조금 일찍 고추가 들어왔을 가능성 자체는 충분히 있습니다.
4.에서 헝가리산 고추와 유전적으로 동질성이 얼마나 있는가를 비교한것은 없어보이는데...
(이것이 없다면) 헝가리산하고의 연관성도 지을수 없을것 같습니다.
고추의 전래에 대해서는 크게 두가지 설이 있습니다.
1. 임진왜란 시 일본을 통해서 전해졌다.
2. 임진왜란 이전에 중국을 통해서 전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1번이 맞다고 알고 있지만, 도리어 일본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우리나라에서 전해졌다는 이야기가 더 많습니다. 이를테면 우리나라의 여러 문헌에서 唐椒(당초)라고 쓰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고추가 중국을 통해 전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합니다. (중국에서 넘어온 것에 '당'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이 밖에도 많은 사례가 있습니다. 일본에서 고추를 토우가라시라고 하는데, 역시 당나라 당자를 써서 唐辛子라고 표기합니다.)
고추에는 피망, 파프리카 등도 있지만, 원산지는 모두 중앙 아메리카입니다. 그런 점에서 조선시대 이전에 고추가 들어왔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조선시대 이전에 고추가루에 대한 기록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부르는 고추가 아니라 다른 풀을 고추라고 불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추를 한자로 괴로울 고(苦)자를 써서苦椒(고초)라고도 하는데, 이는 먹기에 맵거나 쓰거나 한 모든 풀을 가리키는 뜻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고추가 우리나라에서 임진왜란 당시 넘어왔다는 기록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고추가 일본에서 전래되었을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일부 지방으로 고추가 전달되면서 와전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를테면, 임진왜란 초기 고추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본래 우리나라에서 고추를 먹지 않던 지방에 왜군이 들어가면서 가지고 들어갔다면 일본에서 건너온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일본에서 전래되었을 가능성과 관련하여 왜개자(倭芥子)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추신) 헝가리 고추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이 바로 요즘에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좋은 파프리카입니다. 원산지는 역시 중앙 아메리카. 15세기 이전에 우리나라에 고추가 들어왔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추신2) 고추를 사용한 발효 식품인 고추장의 발달에 200년이 걸린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미 된장, 간장 등의 발효 식품이 많았던 관계로 고추가 처음 도입되었을때 이를 사용한 발효 식품을 만들어 볼 생각을 한 사람은 충분히 많았으리라 봅니다. 그런 점에서 200년 걸렸다...라는 추측은 적당하지 않다고 봅니다.
매우 눈을 확뜨게 하는 소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