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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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el은 부정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권력에 대해서 반항하는 것으로 '반란'이라고도 번역할 수 있지만, '혁명', 또는 '항쟁'이라고도 번역할 수 있거든요.(혁명이라는 말에 Revolution도 있지만, 조금 의미가 다릅니다. 가령 산업 혁명(Industrial Revolution), 미국의 독립전쟁(the Revolutionary War)처럼 씁니다.)
다만 '반란군'이라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건 우리나라 같은 곳에서 반란이라는 말이 부정적인 형태로서 많이 사용되었기 때문이죠. 그런 점에서 일괄적으로 '반란군'이라고 번역하는건 번역자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독립군이나 해방군이라는 말도 적합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건 '내전'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제가 번역하거나 팬픽을 쓸 때는, 그들 자신은 혁명군, 제국에서는 반란군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어릴적 스타워즈 대백과 사전(...)에서 공화국군이라고 번역(?)해 두었던 게 기억나네요.
아마 니뽕 원전(?)에 그랬으니 그리 한 거지 싶은데, 그럼 또 니뽕은 왜 리벨리온 혹은 레벨을 공화국이라고 번역했던 걸까 싶어집니다.
팔파틴의 은하 제국이 강압하는 신질서를 향한 '반란'. 그리고 은하 공화국 시절에 누렸던 자유와 평화를 되찾기 위한 '동맹'. Rebel Alliance에 깃든 의미를 두 갈래로 나누어 봅니다. 제국은 Rebel을 강조해야 하는 처지이지. 이렇게 짐작해 봅니다.
예전에 Star Wars: Rebel assault가 국내에서 발매되었을 때는 저 rebel이란 단어를' 저항군'이라고 번역했었죠.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가장 맘에 듭니다.
위에 표도기님이 매우 정확하게 지적하신 것처럼, "반란"이라는 뜻이 부정적인 뉘앙스를 함유하고 있는 것은... 뭐... 우리 나라 한정입니다. 물론 한국 현대사상 여러 사건, 풍조, 문제점들로 인해 본래 의미가 다른 의미로 덧씌워지거나 한 그런 여러 예시 중에 하나에 속하지요.
예컨대, "노동자"라는 멀쩡한 낱말에 뭔가 부정적 뉘앙스를 덧씌워서 죄다 "근로자"라는 말로 바꿔버린 것 또한 그런 한국 현대사의 코미디 중 하나입니다. 독재가 지속되는 나라에서 '반란'이라는 말이 연상시키는 것은 단 하나 밖에 없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저항군이라는 말은 매우 소극적인 느낌이라는 점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란, 혁명 같은 표현에는 현재의 체제를 부정하고 뒤집어 엎는다는 인상이 매우 강하지만, 저항이라는 말은 그냥 '싫다.'라고 반대하는 정도의 느낌. 왠지 스스로 약해빠졌다고 말하는 느낌이라고 하겠군요.
낱말 자체가 내포한 뜻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그냥 선입견이라고 보기는 힘들죠. 말도 약속이다 보니까 누가 어디에서 어떤 일을 묘사 할 때 자주 쓰였는가에 따라서 그 말이 가진 이미지가 달라지는거니까요.
이런걸 두고 프레임 효과라고 하는데, 이건 지금 와서는 거의 일상용어처럼 쓰이는 개념입니다. 웬만한 신문 정치란 보면 죄다 상대방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으로 짜는 프레임을 공격하면서 자신이 말하는 프레임은 좀 더 대중적이고 가치중립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죠.
"반란군"이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애초에 Rebelion이라는 말 자체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말을 하는 기준이 "제국군" 쪽에 있기 때문이죠. 제국이 중심이고 그걸 밀어부치는 쪽이 잘못된거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거든요. 이미 하나된 제국에 "반란분자"들이 행동한다고 생각하니까 반란군이라고 부르는거죠.
반대편쪽에서 생각해보면 제국은 무력과 정치적 술수를 앞세워서 각 독립국의 주권을 말살하고 공포정치를 통한 압제를 하므로 이에 "맞서서" 싸우는 사람들은 저항군, 혹은 독립군이 되는거죠. 사실, 독립군independence army이라는 말도 틀린 말이라 해방군liberation army, 광복군army of independence restoration이라 불러야 한다고 하는 말도 있을 정도니까요.
문제는 이게 또 선점문제 때문에 "인민"이라는 말 처럼 "해방군"이라는 말도 뜻은 좋지만 악명높은 단체들(중국 인민해방군, 각종 민족해방군 이름을 딴 민병대들, 흑인 해방군, 심바이어니즈 해방군 등)이 먼저 많이 갖다 쓰는 바람에 해외에서는 어떤 어감으로 들릴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