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bl.jpg
[부정적인 느낌의 반란군보다 긍정적인 저항군이 낫지 않을까요.]


SF 장르에서 레지스탕스는 흔한 소재입니다. 여러 SF 하위 장르에서 독재적인 권력과 맞서는 인물들을 이야기합니다. 디스토피아에서는 전체주의를 뒤엎으려는 혁명가를, 사이버펑크에서는 대기업과 인공지능을 테러하는 해커를, 스페이스 오페라에서는 악독한 은하 제국에서 독립하려는 저항군을 다룹니다. <스타 워즈> 역시 이런 맥락의 작품입니다. 시스 황제가 철권을 휘두르자 제다이를 포함한 일련의 인물들이 싸워서 자유를 쟁취한다는 내용이죠. 영어권에서 이들은 Rebel이라고 부르며,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반란군이라고 지칭합니다. 그런데 이거 번역이 좀 거시기합니다. 사전적인 정의로는 틀릴 게 없는 번역입니다.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rebel이 반역이라고 나오니까요. 문제는 뉘앙스, 그러니까 어감입니다. 사람들은 대개 반란을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합니다. 정당한 권력을 강제로 빼앗는다는 느낌입니다. 농민이 탐관오리에게 반란을 일으켰다는 표현도 사용하지만, 그보다는 농민 봉기 같은 단어를 자주 씁니다. 민주화 운동도 그렇죠.


따지고 보면, 민주화 운동도 반란입니다. 하지만 5.18 반란 같은 말은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물론 꼴통 꼰대들이나 모 종편방송은 사용할 수도 있겠죠.) 흔히 5.18 사건에는 운동이라든가 항쟁이라든가 이런 단어를 선호합니다. 비단 국내만 그런 게 아닙니다. 프랑스 레지스탕스가 나치 독일에게 반란을 일으켰다는 말은 쓰지 않습니다. 그건 저항이죠. 아랍에서 민주화 바람이 불었을 때도 운동이나 혁명이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아랍 민주화 반란이라는 말은 별로 못 들어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스타 워즈>에 적용하지 못할 건 없습니다. 제국 황제가 정당한가요? 일단 겉모습은 정당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제국 황제의 또다른 모습은 시스였고, 밥 먹듯한 학살로 권좌를 강화했죠. 이 놈은 때려잡아야 할 악당이자 독재자이자 학살자입니다. 그러니 반란군은 사실 반란을 하는 게 아닙니다. 최소한 저항을 하는 거고, 보다 그럴 듯하게 말하자면 혁명을 일으키는 중이죠. 은하계 주민들에게 자유를 돌려주기 위해서요. 디스토피아의 혁명가나, 사이버펑크의 해커가 그렇듯 말입니다.


일제 시대에 해방을 위해 싸웠던 이들은 독립군입니다. 반란군이 아니라요. 그래서 <스타 워즈>의 반란군도 명칭을 바꿨으면 싶습니다. 일단 Rebel이라는 단어에 걸맞게 저항군이 어떤가 합니다. 제국 독재에 저항한다는 의미입니다. 아니면 혁명군도 괜찮겠죠. 최종 목표는 제국 통치를 몰아내고, 새로운 정치 체계를 도입하는 거니까요. 독립군…은 어쩐지 좀 안 어울리는군요. 애초에 분리되어서 빠져나오자는 게 아니라 윗대가리를 싹 바꾸자는 거니까요. 개인적으로 저항군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드는데, 공식 번역 명칭은 반란군으로 정했으니…. 볼 때마다 어쩐지 제국군이 정의이고, 반란군이 악당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것도 선입견이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