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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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처음부터 실패 없는 일본어번역” 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책의 저자는 일본어 번역가로 활동하고 계시는 윤지나씨 가 쓰신 걸로 책의 내용은 10년 동안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격은 경험을 바탕으로 번역에 중요한 것이 어떤 것 이며 장르에 따라 어떤 식으로 번역해야 하여야 하는지 등등 번역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내용의 책입니다.
예전에 대학교 일본어과를 다니면서 “나는 일본어 전공을 살려서 번역가가 되야지” 생각을 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결국 일본어 와 상관이 없는 기계쪽 으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배워 두었던 일본어 실력이 아직 남아 있고 완전히 잊어먹지 않기 위해 요즘다시 틈틈이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일본어공부를 하다 보니 번역가에 대한 생각이 나왔고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느낀 점은 번역가란 힘든 직업이고 우리나라에서 번역가로 살기란 진짜로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번역을 하기위해서는 외국어실력은 물론 모국어 실력도 필요하고 장르에 따라서 글자도 달라야하고 글형식도 달라야하고 전문지식도 필요하고 보통 힘이든 작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제가 이 책을 보면서 우리나라는 번역이라는 것에 너무 이해가 낫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책 내용 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번역을 의뢰하는 쪽에서는 통번역대학원을 나온 사람과 일을 하기 싫다고 하고 그 이유가 “통번역대학원을 나온 사람들은 높은 번역료를 요구하기 때문” 이라고 하더군요.
번역이 외국어만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통번역대학원을 나온 사람들은 몇 년이나 통번역에 대한 전문교육을 받은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이 높은 번역료를 요구 하는게 당연한 거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fta협정문 번역본에서 엄청나게 많은 오류가 있어 크게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협정문서 같이 중요한 문서를 실력도 확실치 않은 인턴들에게 맡겨서 무수한 오역들이 나오는 어처구니없는 사례가 나온걸 보면 우리나라는 번역이라는 것에 너무 이해가 낫다는 생각이 듬니다.
도서시장이 그닥 발전한 나라도 아니라서.......
대학시절에 후배가 번역을 하고 있다는걸 알고는 너가 번역을 할 수가 있느냐라고 했던적이 있습니다.
외국어학과라지만 학부생이 번역을 할수 있는건가 싶었기 때문에.
근데 파트별로 나눠서 조금만 번역하고 대충 발로 번역해도 나중에 편집부에서 짜맞추기 때문에 자기가 할 수 있는거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렇게 번역되고 최종적으로 편집되고나면 그 번역은 자기 교수님이 한걸로 찍혀 나간다고.............
그래갖고 제대로된 번역이 되겠나 싶었는데 서점에 깔리는 발번역서들이 아마도 그런 결과의 산물인거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정량적으로 눈에 띄는게 아니면 대충하는게 많은거 같아요. 기업이건 정부건.
이건 저만의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번역은 '노동'으로 쳐주지 않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한마디로 일이 아니라는 거죠. 우리나라에서 노동이라 함은 대개 생산(제조, 건설)과 영업(장사, 매매)을 뜻하거든요. 번역은 책상에 앉아서 문서를 작성하는 행위니까 일이 아니고, 일이 아니니까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디자이너나 크리에이터가 찬밥 취급을 받는 거랑 대략 비슷하다고 할까요.
진짜배기(?) 노동에도 투자를 제대로 안 하는 마당인데, 저런 가짜배기 노동에는 더욱 돈을 안 쓰겠죠. 일을 일로 안 보니, 노동자는 먹고 살시 힘들 수밖에요. 사람들 생각이 아직도 70년대 으쌰으쌰 하던 수준에 머무르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번역자 대우가 좋지 못한 것은 해당 산업 자체의 파이가 너무 작다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입니다.
출판 자체가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하는 산업이고, 출판 관련 종사자들은 뭘 하든 대접이 그리 좋지 못합니다.
출판계의 메이저라는 곳의 매출액과 순이익을 찾아봐도, (열악하다는) 제조업 중소기업보다도 더 못합니다.
그 적은 매출액가지고 영업, 물류, 인쇄소, 조판소, 편집자, 출판사 경영진, 작가, 번역가들이 나누어 갖게 되는데,
애당초 돈을 잘 벌지 못하니 파이는 처음부터 너무나도 작았던 것이죠.
출판계가 돈이 되는 산업이었으면 대기업이 죄다 출판사를 하나씩 경영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 출판사를 열심히 경영하는 대기업 그룹사는 단 한 곳도 남아있지 않죠.
유일하게 출판업이 모기업이었던 웅진그룹은 3년 전에 부도를 맞이하여 회사가 죄다 분할되었고,
두산그룹이 1985년 당시 백과사전 과잉투자로 휘청거리던 동아출판사를 인수하여 운영해 왔지만
출판업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을 께닫고 결국 2014년 Yes24에 두산동아를 30년 만에 매각했습니다.
웅진그룹이 해체되고 두산그룹이 출판을 포기한 지금, 진지하게 출판업을 하는 대기업 그룹사는 없습니다.
그만큼 출판업은 돈이 안되는 산업이고, 돈벌이에 혈안인 대기업들이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는 업종입니다.
제 생각으로도 벌거지님의견이 맞는것같습니다.
도서.출판쪽은 돈보다는 사명감(?)같은것으로 일하는 분들이 많은곳인지라.
기본적으로 수익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아 질을 높이기에 들이는 비용이 너무 부담스러운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번역을 맡기는 입장에서도 출판시키는것자체도 부담스러운데 번역을 해도 수익이 난다는 보장도 없고요.
간간히 사명감에 번역에서 출판하는 분들도 있다고 하니 그저 안타까울따름입니다.
판타지 마니아들 10년 ‘협박’이 ‘대박’으로 이어질 줄은…
http://news.donga.com/3/all/20140716/65205584/1
100프로를 완벽번역이라고 한다면 80프로정도만 되어도 어느정도 의미가 통하니까요.그리고 80프로이상급에서는 완성율 1프로 올리는게 낮은수준일때보다 5프로 10프로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니까요(가성비가 너무 떨어지니 가성비위주로 맞춘다고 보면 될것같아요)
지금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얼음과불의노래 왕좌의게임조차 엄청난 손해(기사에 따르면 인기를 얻기전에는 2억원손해. 1부번역에 4천만원필요)를 감수하고 출판했다고 하니 출판해주는것만해도 고맙게 생각해야할것 같습니다.(저도 예전에는 번역엉망이라고 욕했었는데 위의 기사 읽고 사정을 알고나니 죄송하더라구요)
사실 발주처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엉성한 번역을 그대로 내진 않습니다. 그래서 '윤문'이란 걸 하죠.
문제는 한국어도 잘하고 대상어도 잘하는 최고급 번역가의 인건비보다, 대딩 수준의 번역+(최소한 그 최고급 번역가 수준은 되는)'소설가'의 윤문료가 싸다는 데에 있죠.
그런데 그렇게 되면 윤문가는 (마치 게임 텍스트 번역하듯)전체 원고가 아니라 부분 원고를 받기 때문에 결국 적당히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된 번역+윤문(=외주, 즉 가외)비용에서 난 에러를 고정비용으로 쓸 수 있는 편집부에서 해결하는 거죠.
이러다 보니 번역 질은 떨어지고 윤문 아무리 해 봤자 결과물은 내가 했다 소리도 할 수 없는 쪽팔림 그 자체가 나오고 편집부는 최저임금보다 좀 더 받으며 만날 밤새는 결과가 나오는 겁니다. 그리하면 어쨌든 일류 번역가에게 맡기는 것보다는 십 원 한 장이 덜 들어도 덜 들거든요.
출판시장 그거, 의외로 돌아가는 꼴 간단해요.
그냥 자기 책 팔아 나오는 인세(와 부대 수입)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초일류 작가들을 제외한 대부분 작가들의 주수입원이 대필과 윤문이란 건 공공연한 비밀이에요.
그래서 저도 먹고 사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