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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 탄창이 돋보이는 <메트로 2033>의 스텐.]

 

 

총기는 현대전의 가장 기본적인 병기입니다. 그런 만큼 범죄물이나 전쟁물 같은 창작물에 빠지지 않는 소재입니다. 시골의 연쇄살인이나 수중전처럼 특이한 소재가 아니라면, 거의 대부분 총기가 주요 무기로 등장하죠. 이는 판타지나 SF 같은 쪽도 마찬가지고요. 특히, 이쪽은 가상 세계인 터라 그만큼 가상 총기가 나올 확률도 높습니다. 허나 그 어떤 총기도 탄약이 없다면 무용지물이겠죠. 탄약을 효과적으로 넣으려면 당연히 탄창이 필요하고요. 일일이 한 발씩 넣다가 무슨 싸움을 하겠습니까. 총기를 개발하면서 별별 과정이 거친 만큼, 탄창 역시 그 종류가 많습니다. 다만, 요즘에는 거의 대부분 상자(박스) 탄창을 씁니다. 총기 하단에 삽입하는 방식이죠. 휴대와 장전, 탄알 공급 등 여러 면에서 유리하니까요. 하지만 가상 세계는 그런 법칙을 따를 필요 없겠죠. 그래서인지 탄창 위치가 상단이나 측면인 총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차별성이 목적인 듯.

 

 

과거에는 총기 상단에 탄창을 올려놓는 종류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길다란 탄창을 총 위에 꼽으면 큰일나겠죠. 조준선이 가리니까요. 그래서 이런 총기는 지향 사격을 하거나 혹은 탄창을 납작한 원형으로 만듭니다. 루이스 기관총이나 데그챠레프 기관총이 이렇죠. 길고 가느다란 총알이 파이 속에 들어간 소시지마냥 원형으로 깔렸어요. 덕분에 총기 위에 무슨 피자를 올려놓은 것마냥 둥그런 것을 턱 얹었죠. 창작물에서 이걸 써먹으면 외모가 좀 문제입니다. 총신이 굵으면 상관 없는데, 총열이 가느다라면 모양이 안 나오거든요. 작대기에 원반 올려놓은 것도 아니고 말이죠. 외모는 둘째치고 다루기도 불편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판타지나 SF 창작물에 이런 총기가 아예 없다는 건 아닙니다. 내년에 나온다는 <오더 1886>은 19세기 영국 스팀펑크입니다. 루이스 기관총 비슷한 테르밋 소총이라는 게 나오죠. 탄창에 테르밋이 들어서 폭발물 대용으로도 써먹더군요.

 

 

저런 고전적인 물건 말고, 현대 총기도 상단에 삽입하는 게 있긴 합니다. 납작한 원형 모양은 아니고요. 길다란 막대 형태의 탄창에 총알을 우르르 집어넣는 거죠. 탄약이 회전하면서 급탄하고요. FN P90이나 HK G11 같은 쪽이 이렇죠. 막대 탄창이 총열 위로 올라가니까 꽤 SF스러운 모양이 나옵니다. FN P90을 처음 본 사람은 이게 무슨 우주 해병이 들고 다니느냐고 할 법하죠. 그 점에서는 (워낙 미래형이라서 채택이 안 되었지만) HK G11도 그렇고요. 아니면 아예 탄창 규모를 늘려서 막대기가 아니라 통 모양으로 만들어도 되고요. 캘리코 기관총이 이쪽인데, 역시 미래 병사가 들고 다닐 법한 생김새입니다. 게다가 이런 총들은 탄창이 길어서 한번에 왕창 들어가죠. P90이 50발이고, G11과 캘리코도 그만큼 들어갑니다. 이런 총기들은 자체 생김새가 독특하기 때문에 약간 손을 보고 미래 병기 운운하기 좋습니다. G11은 너무 독특해서 오히려 무미건조하게 보이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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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잔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클론 무장 DC-17m 블래스터.]

 

 

하지만 역시 상단은 탄창이 있을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들이 선호하는 쪽은 오히려 측면 같아요. 뭐, 제일 많이 쓰이는 하단, 별로 폼이 안 나는 상단을 제외하면 남는 건 측면이죠. 베르크만 MP18 기관단총처럼요. 옆으로 빼서 넣으면 되니까 장전이 별로 거추장스럽지 않습니다. 조준선을 가리지 않으니, 부착물 달기도 좋죠. 무엇보다 탄창이 옆으로 뻗는다고 괴상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독특하게 보이는 장점이 생기죠. MP18이 워낙 한가닥 했던 기관단총이기도 하니까요. 더불어 소설이나 영화와 달리 게임에는 이게 훨씬 편리합니다. 탄창이 가로로 뻗으니까 탄약이 줄어드는 걸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거든요. 화면 하단에 잔탄 인터페이스 만드는 것보다 직관적이죠. 인터페이스를 없애려는 디자이너가 좋아할 법합니다. 그래서인지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구닥다리 총기부터 스페이스 오페라의 광선총까지 이걸 응용한 종류가 많습니다.

 

 

사례를 들어보면, 우선 게임 <메트로 2033>의 바스타드 건이 있습니다. 일명 스텐. 당연히 실존하는 총기는 아닙니다. 멸망해서 지하철에 몰려사는 신세니까요. 총알이 돈으로 팔리는 세상인 걸요. 이건 메트로 거주민들이 가내수공업으로 제작했습니다. 제작 비화에서 나오듯이 솔직히 제대로 된 총은 아닙니다. 불법 복제한 AK 시리즈가 불량이 심하다고 하던데, 이것도 그렇죠. 총열은 금방 달아올라 연사도 힘들고, 반동제어도 안 되어서 명중률도 안 나오고요. 그래도 명색이 기관단총인지라 제대로 된 소총이 나오기 전까지 써먹어야 하는 물건입니다. 측면으로 장전하는 탄창이 특징인데, 속이 비어서 몇 날 남았는지 금방 알아보죠. 사실 다른 총기들도 탄창에 구멍을 뚫고 잔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만. 칼라쉬든 빈토레즈든 하단에 붙어있는 터라 제대로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즉, 인터페이스가 아닌 그래픽으로 잔탄을 알아보는 디자인을 집대성한 물건.

 

 

게임 <에일리언 스웜>의 22A3-1 또한 모양이 독특하죠. 가장 기본적인 소총인데, 모양은 제일 특이한 듯합니다. 총신이랑 총열은 그렇다 치고, 개머리판이 요철 모양으로 생겼습니다. 총신 끝에는 FN FAL마냥 웬 손잡이도 튀어나왔네요. 솔직히 이 디자인을 처음 봤을 때 어디를 붙잡고 쏴야 하나 싶었습니다. 보통 소총은 사다리꼴이나 접이식 개머리판이 달렸죠. 거기다 권총 손잡이를 달거나 손으로 쥐는 그립을 만들고요. 하지만 저건 어디를 어떻게 잡고 쏘면 될지 좀 헛갈립니다. 이거 말고 공병이 쓰는 전용 초기형 소총도 개머리판이 비슷하게 생겼더군요. 공병 소총은 하단 삽입이지만, 희한하게 토미 건처럼 드럼 탄창이 달렸습니다. 이쪽 설정은 다들 저런 소총이 기본 모양인가 봅니다. 독특하게 생겼는데, 평범한 하단 삽입 탄창을 쓰면 안 되겠죠. 22A3-1은 측면 삽입 탄창인데, 그것도 상자형이 아닙니다. 바나나 형태죠. 완전히 미래적으로 나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용 디자인을 변주한 것도 아니라서 기억에 오래 남는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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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해병대의 제식 소총인 22A3-1. 개인적으로 본 것 중 제일 희한하게 생긴 총기네요.]

 

 

<리퍼블릭 코만도> 역시 잔탄을 직접 보여주려는 게임이죠. 잔탄 인터페이스가 있지만, 주요 무기들은 탄창에 남은 탄을 볼 수 있습니다. 가령, 권총 역할의 DC-15s는 남은 잔탄이 총신 후면에 나옵니다. 그걸 보고, 얼마나 쐈는지 알 수 있죠. 아마 잔탄 표시가 권총에 직접 나오는 경우도 드물 듯. 클론 특수부대의 표준 무장은 DC-17m인데, 이게 모듈에 따라 바뀝니다. 돌격소총, 저격소총, 유탄발사기로 원할 때마다 바꿀 수 있어요. 탄창을 측면으로 삽입하기 때문에 몇 발 남았는지 볼 수 있죠. 기관단총이나 돌격소총이야 위에서 여러 번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격 소총 탄창을 옆으로 집어넣는 경우는 흔하지 않을 듯합니다. 또한 돌격소총 모드는 탄약이 어마어마합니다. 자그만치 300발이 들어간다고 하네요. 그런지라 탄창만 보고 정확한 숫자를 세는 건 힘듭니다만. 바쁜 전장에서 대체적으로 잔탄이 얼마나 남았는지 금방 눈치챌 수 있죠. 여하튼 이 물건도 탄창이 옆으로 들어가는 관계로 일반 돌격소총과는 생김새가 꽤 다릅니다.

 

 

이렇듯 측면 탄창은 총기 생김새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급탄 효율을 해치지도 않고, 모양새를 살릴 수도 있고, 멸망한 시대부터 우주 시대까지 다양하게 등장하죠. 물론 진짜 고증을 살리려면 하단 탄창이 낫긴 합니다. 탄창 멈치 단추만 누르면, 중력 때문에 알아서 떨어지니까요. 재장전이 훨씬 빠르죠. 측면으로 툭 튀어나오는 게 없으니까 다루기도 한결 편리하고요. 각국에서 자신만의 제식소총을 그렇게 만드는데도 현용 소총은 죄다 하단 삽입 탄창이죠. 하지만 그거야 현실 이야기입니다. 가상 총기를 색다르게 만들고 싶다면 탄창 위치도 고민할 법한 요소에요. (그리고 보니, 탄창은 왼쪽이 많군요. 아무래도 오른손잡이를 고려해서 그런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