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저하게 제 사견이며 따라서 편파적입니다. 그 토론들을 전부 보았음에도 여전히 정몽준을 지지하시는 분들은 스팀 받을 가능성이 높은 글입니다.


관훈 토론회, (이름을 모르겠는)TV토론회,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였죠.

누가 '박원순은 서울 이야기를 하고 정몽준은 박원순 이야기만 한다'고 말했다던데, 직접 보니 토론회를 시청해 보니 과연 정확한 묘사더군요. 토론회를 시청하는 정몽준 지지자들은 복장이 터지다가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감정을 왔다갔다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뭐랄까, 이런 거죠.

어휴 저 등신, 저 상황에서 저러고 있으면 어떻게 해! 라는 감정에서 아유 아무리 그래도 저건 너무 찌질하잖아!

라는 감정의 사이라고 할까요? 


기본적으로 토론의 예의야 개인의 인성이며 오만하고 위압적인 태도야 전략이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물리적인 룰, 그러니까 시간조차 안 지키는 건 어떻게 봐야할 지... 제가 알기로 이런 토론은 100분토론과 달라서 후보자간의 균형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는데 그걸 체크하는 기본적인 사항은 아예 안중에도 없고 상대를 원색적으로 비방하다가 주어진 시간이 끝났다는 사회자의 제지가 들어오면 그때야 헐? 아니 잠깐, 어버버버(...) 하더라고요. 이름이 몽준이라 몽니를 부리는 건가 싶더랄까요. 

그 몽니가 어느 정도냐면, 일단 자기 시간 낭비하는 거야 그렇다 쳐도 남의 시간까지 좀 먹는 걸 보면 할 말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심지어는 짧은 시간에 공세적이고 날카로운 공격으로 상대의 핵심을 찔러야하는 자신의 주도권 턴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무능을 보이이기까지 합더군요. 그 소중한 시간을 피고인 세워 놓은 검사마냥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라는 닥달로 다 흘려 보내고는 주어진 시간이 다 끝났다는 사회자의 제지를 싸뿐하게 씹어가며 기어이 비방을 끝내는 추태마저 보일 때는 정몽준을 까야하는 제가 쪽팔려서 쥐구멍을 찾고 싶어졌을 정도였습니다.

어차피 저야 경기도민이니 박원순에 대해 가진 생각이야 부럽다, 박원순이 돼야 앞으로도 힘이 실릴텐데 같은 입장이지만 직접적으로 시장을 선택해야 할 서울시민들은 기본적인 룰조차 자기 마음대로 무시하는 정몽준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잠시 궁금해 졌더랬습니다. 그 옛날 정동영의 찌질거림을 떠올려 볼 때 그래도 전 참 쪽팔리고 얼굴이 달아 올랐는데, 정몽준을 지지자들은 또 어떠실 지 특히나 궁금하고요.


냉정하게 말하면 이번에 치러진 우리 동호회의 시삽 선거야 극히 이례적인 것이고, 실제 현실에서는 네가티브가 잘 먹히는 게 사실입니다. 기실 정치 뿐만이 아니라 삶 자체가 그렇죠. 특히 월드컵 말고는 아무 것도 내세울 게 없는 정몽준 입장에서는 자기가 까일 게 없기 때문에 네가티브 전략 전개에 주저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에 반해 박원순은 결과의 좋고 나쁨을 떠나 한 게 많기 때문에 그 만큼 비판 받을 여지도 많죠. 그도 그걸 알고 있으니 서로 네가티브 하지 말자는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고요. 하지만 정몽준이 무능하다고는 해도 이 바닥에서 구른 잔뼈란 게 있어서 박원순의 흠집을 잘도 찾아 내더군요. 그게 뭐건간에 일단 찾기만 하면 부풀리는 건 아무 것도 아니죠. 뒤끝만 안 생길 수준이라면 아예 대놓고 거짓말을 해도 됩니다(토론회 당시에는 시청자가 그 진위를 일일이 검증할 수 없고 공격당한 측은 추후 보도자료를 내는 수밖에 없는데, 사실 토론회에서 한 쪽의 거짓말이나 네가티브에 넘어갈 수준의 시청자라면 평소에 종이신문은 물론이거니와 인터넷 언론도 잘 안 보죠). 문제는 박원순의 흠집이 드러나느냐가 아니라 그의 프레임에 정몽준이 끌려들어오기는 커녕 역전되고 있는 분위기라는 겁니다. 박원순 프레임이 성공하려면 정몽준이 추태를 부리건 말건 자신의 비전을 확고하게 이야기 함으로써 정몽준이 상대적 찌질이로 전락해야 하는데 지난 토론에서 살짝 불안한 느낌을 주더니 이번 부터는 자신의 정책은 원론 이상을 펴지 못하고 정몽준의 공격을 받아내는데 에너지를 쏟더군요. 그런 면에서 세 번 째(마지막 맞죠?) 토론은 사실상 박원순의 패배라고 봐야 합니다. 

자기는 잃을 게 없다고 겁도 없어 마구 달려드는 상대로 써야 할 전략은 방어가 아니라 적진 종심깊은(...) 침투로 핵심을 와해시키는 건데 기본적인 룰도 지키지 않고 파상공세를 해 올 줄은 박원순도 미처 몰랐겠죠(사실은 알았어야 합니다. 몰랐다는 건 정몽준이 어떤 사람인 지 파악을 못했다는 거니 변명이 안 되죠). 물론 박원순이 사실상 패했다고 해서 정몽준이 이긴 것이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에요. 이번 토론에서 거의 이성을 잃다시피 한 추태도 그렇거니와 세 번에 걸친 토론과 연일 쏟아져 나오는 언론을 시간순으로 배열해 보면 점점 찌질해져가는(...) 공격 수위가 정몽준은 정몽준대로 달아올라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네가티브에 몰빵을 했다는 건 털어서 먼지 안 나올 인간 없다는 전제 하에 하나만 제대로 걸리면 한 방에 하늘나라로 보내주겠다는 건데 박원순도 보통 여우가 아닙니다. 가령 이번 부인 건만 봐도, 자기 아들인 박주신의 병역건처럼 상대가 '걸렸다!'는 착각을 해 막장까지 갈 때까지 놔 뒀다가 '아니거든요...?;;;'로 카운터 날렸죠. 


지금까지 박원순의 행보나 능력을 볼 때 부시의 네가티브를 민심이 심판할 것이라며 믿고 대응하지 않았던 착한(...) 듀카키스의 전철을 밟을 리는 없어 보입니다. 일단 상성상(...) 박원순이 매우 불리함에도 정몽준을 상대로 이 페이스를 끌고 나간다는 건 단순히 전략이나 전술 이전, 박원순이라는 인간 기저에 깔린 뭔가가 있다고 봐야죠. 그 뭔가란 게 사실 별 게 아니라 지금까지 자신이 해 온 일들이고 하겠다는 것들인데 정몽준의 개념없는 파상공세를 버텨낼 수 있을 지 궁금합니다.


갑자기 일이 생겨 용두사미가 되서 죄송합니다. 나중에라도 가능하면 보충을...ㅠㅠ

레임덕이 아니면 이런 글 쓸 기회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