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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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외국 영화를 보면, 조상이 사진이나 그림이 주욱 나열된 장면이 나오곤 합니다.
그리고 옛 조상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지요...
모든 가족에는 역사가 있습니다. 그것이 화려하지 않고 평범할지 모르지만, 한 사람이 가족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있지요.
여러분은 가족사를 얼마나 잘 아시나요? 부모님의? 조부모님의? 증조부모님의?
번듯한 족보를 아무리 늘어놓아도 그것이 고작 '이름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그보다는 가족에 대한 기억을 한번이라도 떠올리고 자녀나 손자에게 전하는 것이 더 소중한 일이 아닐까요?
6.25 60주년... 혹시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 6.25 세대라면 그 분들의 이야기를 한번 여쭈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것이 어떤 내용이건, 여러분에게는 가족의 소중한 기억으로서 남게 될 것입니다.
때로는 우리 민족, 우리 나라의 역사에 앞서 우리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역사를 기억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가족사는 때때로 무진장 드라마틱한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그 실례... ]
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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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시절...
친가에서는 친할아버님께서 서울 수복 이후 후퇴하는 인민군과 빨갱이들(남한 출신의 북한 동조자들)에게 잡혀갔다가 극적으로 살아서 돌아오셨습니다. 인민군이 북으로 가면서 집집마다 뒤져가지고 사람들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끌려 갔셨던 것인데, 그렇게 잡혀간 유일한 이유는 저의 조부님께서 일제 시대에 고학을 해 가면서 어떻게든 공주고보를 나왔던 분이고 해서 나름 그 시골 동네에서는 가장 많이 배운 지식인이라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한창 끌려 가는 길에 이대로 계속 가면 살아서 돌아오기 어렵다고 판단하시고 그냥 무작정 논두렁으로 몸을 굴렸다고 합니다. 총알이 난무하는 와중에 뒤도 안보고 논을 뛰었고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홀로 살아서 돌아오시긴 했는데, 당시 함께 끌려갔던 사람 중에 다시 고향 집으로 온 사람은 제 조부님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고 하죠.
할아버지께서 생전에 말씀하시기를, 천안 집에 들이닥친 인민군들은 비교적 착했다고 합니다. 인민군이 저희 본가에 들어와서 입힌 피해라고는, 밥 좀 얻어 먹고 마당에서 키우는 개를 잡아 먹은 정도가 전부 다라고 하시더군요. 문제는 소위 빨갱이라는 남한 출신의 북한 동조자들이 인민군들의 위세를 빌어 자기 마음대로 사람을 때리고 잡아 죽이고 날뛰었다고 하죠. 심지어 자신의 일가 친척이라고 하더라도 공산주의 사상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은 거침없이 끌고가서 죽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 조부님께서는 "사상은 천륜를 무시할 정도로 무섭다"고 하시면서 평생 경계하셨죠.
6.25 발발 당시 서울대학교에 재학중이던 큰외삼촌은 1.4 후퇴 직전에 악명 높은 '국민방위군'에 편입되어 갔다가 엄청난 고초를 겪으셨습니다. 그나마 천만 다행이었던 것은, 부산까지 계속 가지 않고 요령껏 빠져나와서 천안의 집으로 도망왔다는 것입니다. 완전히 거지꼴이 다 되어서 집에 오셨는데 온 몸에 이가 얼마나 많던지 외할머니께서 살아 돌아온 아들을 끌어 안았는데 냄새와 이 때문에 기겁을 하셨다고 합니다. 여하튼 신성모와 김윤근의 부정부패로 인하여 멀쩡한 청년 50 만명 중 무려 20%를 떼죽음시켰던 이 어처구니 없는 사건 때문에 장남을 잃을 뻔했던 제 외조부님께서는, 이후로도 평생 신성모를 욕해 마지 않았습니다.
가족사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저희 증조부께선 친자가 아니었습니다. 고조부께서 아들이 없어 조카중 한명을 데려온게 증조부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명절때 굉장히 먼 친척들이 오시곤 하셨는데 그분들이 증조부 친형제의 자손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나이가 드니 명절에 친척집을 가도 그분들의 자손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는...
말씀하신 조상의 사진을 걸어놓고 선조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자녀에게 참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어떤 가족과 가문에 대한 자긍심까진 아니더라도 소속감을 느낄수 있을테니까요. 너무 심하면 반발이 있으려나요. 여튼 전 어린시절 아버지께서 할아버지와 사이가 안좋으셨던 까닭에 그런것이 없어 좀 아쉽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