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은 아실런지도 모르지만..

최근의 광우병 사태 때문에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작가와 SF 작품 한 편이
각종 언론매체나 서적 들을 통하여 꾸준히 언급되고 있습니다.
- 다름아닌 커트 보네거트(Kurt Vonnegut Jr.)의 <고양이 요람(Cat's Cradle)>이죠.

그 사연은.. 대니얼 T. 맥스의 <살인 단백질 이야기(The Family That Couldn't Sleep)>라는 책이 나와 있습니다.
이 책은 기자 출신인 사람이 쓴 광우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넌픽션 서적이고,
저자 본인이 단백질 이상으로 두 다리를 못쓰는 유전병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살인 단백질 이야기>에서 광우병의 원인 물질이라 알려진 프리온 단백질에 대해 설명하는 대목을 보면..
바이런 코히(Byron Caughey) 박사와 피터 란스버리(Peter Lansbury) 박사 두 사람이 1995년 발표한 논문
[The Chemistry of Scrapie Infection: Implications of the 'Ice 9' Metaphor (Chemistry & Biology, 1995)]에서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가지고 있는 기묘한 특성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하여
커트 보네거트의 <고양이 요람>에 등장하는 아이스 나인(Ice 9)에 비유하였다고 합니다.

논문 제목을 보면 척 알 수 있겠지만, 프리온 단백질을 두고 아이스 나인의 메타포라고 말하고 있죠.
아이스 나인이 멀쩡한 물을 높은 온도에서 연쇄적으로 얼어 붙게 만들어 버렸던 것처럼,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멀쩡한 단백질을 연쇄적으로 변형시켜서 소나 사람을 병들게 한다는 것이죠.
<고양이 요람>에서 아이스 나인이 한 방에 지구를 몽땅 다 얼려 놓았던 것처럼
변형 프리온이라는 물질도 한 번 엮이면 헤어날 방도가 없다는 얘깁니다.

이 논문 덕분에 프리온 단백질을 설명하는 많은 신문 기사나 문헌들에서
보네거트가 창조한 아이스 나인이 꽤 자주 언급되고 있는 셈인데..
과연 보네거트의 책이 더 읽히는 데 공헌하고 있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밖에 리처드 로즈가 쓴 <죽음의 향연>이라는 광우병 관련 서적에서는
저자와 커트 보네거트와의 인터뷰도 다루어지고 있다는 데 읽어보질 못했네요.
리처드 로즈가  <고양이 요람>의 아이스 나인처럼 광우병인자가 퍼져나가는 것을
커트 보네거트에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내 그럴 줄 알았지"라고 대답했답니다.


보네거트의 책과 광우병을 엮어 언급한 사례 링크: 

http://www.wired.com/medtech/health/news/2004/01/61845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29323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