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철권(Fist of the Empire), 혹은 시스 군단(Sith Army)으로 불리우는 이 조직은 클론 전쟁 말엽, 전쟁의 주역이자 전쟁의 진정한 흑막 다스 시디어스의 전인이기도 했던 두쿠 백작, 다스 타이라누스 경의 독창적인 제국 건설 계획의 일부로서, 그가 세운 다른 여러 계획들이 이후 팰퍼틴 치하의 은하제국에서 거의 그대로 활용되었듯, 이 또한 비록 두쿠의 구상대로 실현되지는 못하였으나, 팰퍼틴이 조직한 시스 산하의 수많은 다크 제다이 조직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시스 군주이기는 했으나 동시에 정치적 이상주의자이기도 했던 두쿠는 그 자신이 연출한 클론 전쟁이 단순히 시스의 은하계 지배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시스가 지배하는 은하계 단위의 제국 창설을 통해 은하계에 영속적인 질서와 평화를 부여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그는 그 자신이 한때 몸담기도 했었던 제다이 기사단의 완전한 절멸을 원하지 않았다. 물론 시스의 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되는 이들은 말살되어야 했다. 때문에 그는 우선 선별적인 숙청을 통해 제다이 기사단을 와해시킨 뒤, 제다이 기사들 중에서도 자신과 같이 시스의 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이들과 제다이 기사단에 위탁되어 양육되던 포스 센시티브 유아들을 다크 사이드로 전향시킴으로서, 그들을 주축으로 하는 제다이 기사단의 체계를 일부 살린 새로운 형태의 시스 기사단을 창설한다는 장대한 계획을 구상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제국의 철권, 시스 군단 계획이다. 제다이와 시스의 체계를 융합시킨다는 이 계획은 그가 속해있던 군주들의 질서(Order of Sith Lords)의 창시자 다스 베인(Darth Bane)이 확립한 바 있는 둘의 규율(Rule of Two)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었지만 그를 시스로 전향시킨 시스 군주 다스 시디어스는 이의없이 그의 이러한 구상을 받아들이는 듯 하였다.

젊은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이러한 두쿠의 계획에 있어 그 중핵이 될 터였다. 전쟁 기간중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세운 혁혁한 무공과 홀로넷을 통해 그가 획득한 대중의 인기를 높게 평가하고 있던 두쿠 백작은 그를 다크 사이드로 전향시켜 시스 군단의 주력 장군으로 활용함으로서, 그를 선망하는 어린 제다이 수련생들의 전향을 유도함은 물론, 은하계 수호자라는 지위의 주체가 제다이 기사단에서 시스 군단으로 옮겨갔다는 사실을 대중적 지명도가 높은 아나킨을 활용함으로서 은하계 민중들에게 큰 무리없이 납득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포스의 다크 사이드와 라이트 사이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일반 민중에게 있어서는 공화국에서 제국으로의 변화나, 제다이 기사단에서 시스 군단으로의 변화 모두 그럴 듯한 선전만 담보될 수 있다면 그저 '높은 분들'의 얼굴이 바뀌었다는 정도로 끝날 터였기 때문이었다.

무모한 그리버스의 지휘하에 있던 분리주의 군대를 코루스칸트 기습전이나 우타파우 전투 등으로 연출될 일련의 꾸며낸 작전을 통해 궤멸시킨 뒤, 최고의장 팰퍼틴이 코루스칸트에서 제다이 기사단의 반역 음모 사건을 날조하고, 그 사이 막후로 숨어든 두쿠가 아나킨을 비롯한 여러 제다이 기사들을 전향시켜 시스 군단을 창설한다. 그 후, 제다이 기사단내의 반 시스 세력을 그들 시스 군단과 클론 군대의 연합 세력이 말살시키고, 마지막으로 분리주의 군대와 제다이 기사단을 궤멸시킨 막강한 무력을 배경으로 의회의 동의를 얻어내어 공화국을 제국으로 바꿔버린다는 것이 다스 시디어스와 두쿠가 함께 안출해낸 계획이었고, 두쿠는 자신의 스승이 자신이 구상한 이 장대한 계획을 받아들였음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두쿠의 구상에 의하면,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친 뒤 탄생하게 될 시스 군단, 제국의 철권에는 오직 인간형 종족들만이 가담하게 될 터였다. 초창기에는 제다이 기사단에서 전향한 일부 비인간형 전사들도 활동하게 될 터였지만, 시간을 두고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전쟁 기간 중에도 키르파, 코루네이, 다쏘미리 등의 포스 센시티브 종족들의 역량을 탐색하고 평가하는 작업을 그치지 않았고, 그 자신이 이미 바닥까지 파악하고 있던 제다이 기사단의 조직 시스템을 자신의 이상에 맞게 변경하는 작업도 병행하였다. 아사즈 벤트리스, 소라 벌크, 톨 스코르, 세브란스 탄 등의 다크 제다이들, 이른바 다크 어콜라이트들은 그의 이러한 구상을 시험하는 일종의 더미에 지나지 않았다.

황제 팰퍼틴, 시스의 진정한 군주 다스 시디어스가 이러한 그의 계획에 어떤 생각을 품고 있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은 시디어스가 공화국을 장악하고 제다이 기사단을 숙청하는 과정에서 두쿠가 세운 이 계획을 상당부분 받아들였다는 것,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부분, 즉 두쿠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만큼은 시디어스의 생각과 타이라누스의 생각이 완전히 달랐다는 것이다. 두쿠 - 타이라누스의 생각에 그 자신이 시스의 지배를 받는 은하계 - '신질서'에서 수행하게 될 임무는 일종의 재상과도 같은 것이었지만, 팰퍼틴 - 시디어스의 생각에 두쿠의 역할은 '신질서' 수립 과정에서 그의 수족 역할을, 그것도 새로운 수족이 등장할 때까지만 수행하는 그것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두쿠의 시스 군단 계획이 후일 팰퍼틴이 루크 스카이워커를 비롯한 영웅들이 이끄는 신공화국과 맞서는 과정에서 동원한 바 있는 다크 사이드 엘리트들이나, 팰퍼틴의 개인 조직인 인퀴지토리우스, 황제의 손 등의 여러 다크 제다이 조직에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중심주의에 편승하여 제국을 창설하기는 하였으나 정작 그 자신은 인간과 비인간을 차별함없이 모두 자신의 노예로 바라보았던 팰퍼틴은 비인간과 인간을 구분하지 않고 다크 제다이 조직을 확대하였다. 시스와 제다이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개념의 시스 조직을 만들려 했던 두쿠의 구상 역시 무시된 것은 마찬가지였다. 팰퍼틴의 관점에서 볼때, 진정한 시스 군주, 진정한 은하계의 지배자는 오직 그 자신만이어야 했던 것이다.

두쿠의 구상에 대한 팰퍼틴의 가장 확실한 대답은 다음과 같다. 코루스칸트 전투 당시, 분리주의 연합 함대의 기함 <인비시블 핸드>에서 벌어진 두쿠 백작과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결투 당시, 두쿠의 도발에 넘어가 다크 사이드에 접어든 아나킨 스카이워커에 의해 양손을 잃고 무릎을 꿇은 두쿠를 보고, 팰퍼틴은 아나킨 스카이워커를 치하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Kill Him."

'신질서'에 대한 두쿠 백작의 장대한 구상은 <인비시블 핸드> 에서 그의 머리가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검에 의해 잘려져 나가면서 그와 함께 팰퍼틴에 의해 폐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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