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에는 에일리언이 고양이와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 분위기가 꽤 미묘합니다. 뭐라 말하기 힘들
게 야릇하죠. 그런데 어느 팬사이트에서는 그 장면이 에일리언의 '야생'을 나타내는 거라고 지적한 기억이
납니다. 고양이도 동물이고, 에일리언도 어떻게 보면 동물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네요.

그리고 보면 에일리언은 분명히 문화나 문명을 가진 존재들이 아닙니다. 일단 그들에게도 머리를 쓸 줄 아
는 능력이 있지만, 그게 도구를 사용하거나 주변 환경을 이용할 정도로 발달하지는 않았습니다. (에일리언
은 그보다 자기 자신을 변화시킵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가 흔히 일컫는 동물일 수도 있겠지요. 더욱
깊게 파고 들자면, 팬들마다 의견이 갈라지겠지만요….

하지만 <에일리언>에서 야생이나 더 나아가 자연을 나타내는 부분은 없다고 봅니다. 1편뿐만 아니라 나머
지 세 편도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3편에서 에일리언이 동물을 숙주로 삼긴 하지만, 그것도 자연과 크게 연관
된 거라고 보기 힘들지요. 대사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이에 관련된 부분을 찾을 수 있기는 한데, 그다지 강렬
하게 와닿지가 않습니다. 상황을 원시적인 환경(인간에게 유일한 무기는 불이다)으로 몰아넣기는 하지만, 이
게 야생과 자연을 논하는 거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에일리언은 '외계의 존재와 만남'을 주제로 삼아 출발했습니다. 그건 영화 <AvP>까지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
습니다. 에일리언이 설혹 동물처럼 보이거나 동물을 숙주로 삼았다고 해도 야생이나 자연과는 별 상관이 없다
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