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혁명- 그 이후 - 작가 : Binah
'매트릭스 : 혁명' 이후의 매트릭스 세계를 그려나간 팬픽.
혁명(Revolution) 이후 매트릭스는 어떻게 되었는가?
혁명(Revolution) 이후 매트릭스는 어떻게 되었는가?
글 수 27
1.
“자 이제 3류 멜로 연기는 그만하고 실험체를 가져와”
루이스 밀러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어느새 사빅으로 변해버린 helper 71호에게 명령을 했다.
사빅으로 변한 helper 71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에게 다가와서는 내 멱살을 잡고 나를 번쩍 들어올렸다.
“누가 너를 어떻게 부르던 혹은 네 스스로가 자신을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던 넌 언제나 나에겐 제인이야. 그리고 너무 미안해 하지마. 나라도 어쩔수 없었을테니까. 그동안 고마웠어”
나는 유언을 남기는 심정으로 사빅으로 변한 helper 71호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멱살이 잡힌 목은 숨이 막혀서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고 사빅으로 변한 helper 71호는 들은채 만채 나를 루이스 밀러 뒤의 제단으로 끌고갔다.
“하하하 감동스러운 고백이군요. 헤니건씨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분이군요. 프로그램한테 고백을 하다니. 차라리 냉장고나 컴퓨터한테 고백을 하실걸 그랬읍니다. 적어도 그런것들은 배신을 안할테니”
루이스 밀러는 코미디 프로를 보듯이 나의 행동을 보면서 이야기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루이스밀러의 말이 떨어지자 사빅으로 변한 helper 71호는 내 멱살을 잡은채 나를 제단에 뉘였다.
나는 제단에 눕혀지자 마자 마치 늪에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허우적 거릴수도 없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2.
나는 상상할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을 떠올리며 이를 악 물었다. 두려움 반 체념 반의 상태에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짓이었다. 단지 안절부절 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3.
따스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고 내 머리맡에는 편안한 베개가 놓여진듯한 느낌이다.
나는 감았던 눈을 떴다.
helper 71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helper 71호는 다리를 모으고 앉아서 배게처럼 내 머리를 누이게 해놓았다.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윗몸을 일으키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나는 온통 풀밭과 들꽃이 깔려있는 자그마한 동산에 앉아있었고 내 옆에는 연분홍 파스텔 톤의 원피스를 입은 helper 71호가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helper 71호가 있는 동산은 먼곳부터 하얀 안개같은 것에 소리없이 파묻히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반대편을 보자 네오가 보였고 네오는 우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네오의 얼굴은 ‘2종 부적응자 재교육’시 한번 본적이 있었다.
나는 몸을 천천히 일으켜서 네오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네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내가 ‘밖’이라는걸 안 이후 가장 강한 의지로 움직인 최초의 행동이었다.
네오는 나의 주먹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얼굴로 맞고는 몸을 휘청거렸다.
“이게 루이스 밀러의 장난이든 아니든 상관없어, 나는 너같은 면상을 한 놈이면 한대 갈겨주고 싶었어, 기껏 ‘해방’이란걸 시켜놓고서는 어떤놈이 사람들 머리갖고 장난을 치던 매트릭스나 시온을 말아먹던 ‘앞에나서서 독재자가 되기 싫다’는 이유로 뒷짐지고 ‘대리인’을 내세우는 너같은 위선자가 제일 증오스럽단 말이다.”
나는 고함을 지르다시피 말을했다.
4.
휘청거리던 몸을 가누면서 네오가 입을 열었다.
“저를 때리는걸로 ‘헬렌’씨에 대한 사죄가 된다면 얼마든지 맞겠읍니다. 그리고 ‘전 인류’에 대한 사죄가 된다면 헤니건씨한테 맞아 죽어도 좋읍니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얼마 없읍니다.”
‘이건 또 무슨소리야? 그럼 여긴 루이스 밀러의 실험장소가 아닌가? 그리고 네오도 루이스 밀러한테 잡혀온거 아니었나?’ 나는 혼자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정착지 시체보관소’ 이후의 일은 helper 71호도 몰랐던 일입니다. 다 제가 계획했던거지요. 물론 helper 71호가 핸드폰을 받게한것도 다 제 계획이었읍니다. 지금 루이스 밀러와 그의 일행들은 매트릭스 안의 또다른 매트릭스에서 자신들이 매트릭스와 시온을 지배했다는 착각속에서 지내고 있읍니다. 여지껏 매트릭스를 삭제 정리했던 것은 루이스 밀러와 같은 이들을 격리하기 위한 장소를 만들기 위해서 였읍니다.”
네오는 입가의 피를 닦으면서 말을 했다.
“현재 루이스 밀러 일행은 자신들이 메트릭스 ‘밖’에 나왔다고 착각을 하고있겠지만 실은 제가 만들어둔 매트릭스내의 공간안에 갇혀있는것이고 그들이 자신들이 있는곳이 ‘매트릭스’임을 깨닫게 될 때는 그들은 그곳에서 나오기 너무 늦었다는것도 동시에 알게 될겁니다. helper 71호가 전화를 받는 동작이 실은 루이스 밀러 일행의 접속채널을 바꾸기 위한 행동이었다는걸 그들도 몰랐던거죠”
5.
‘그렇다면 이제 해피엔딩 아닌가? 그런데 저 하얀 안개 같은게 아까부터 계속 사방으로 죄여오네, 도대체 저건 뭐지?’
내가 속으로 생각하는동안 helper 71호가 내옆에 살며시 다가와서 팔짱을 꼈다.
네오는 나와 helper 71호를 번갈아 보면서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루이스 밀러는 자신이 일곱 번째 네오인 것을 알고 자신이 기회를 빼앗긴것이라고 생각해 이성을 잃었읍니다. 그래서 루이스밀러는 백업된 매트릭스의 메인프로그램과 거래를 한거지요. 인간들은 ‘해방’된줄 착각하고 매트릭스와 시온을 오가고, 매트릭스 메인프로그램은 그런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들을 이용하고 매트릭스 밖에서는 루이스 밀러가 사람들을 개조하고 다스리도록 말입니다. 루이스 밀러는 일종의 ‘공생’관계를 생각했었읍니다.”
네오는 한숨을 쉬고는 이야기를 했다.
“제가 나서지 못한 또다른 이유는 제가 직접 나설 경우 인간들은 다시 두편으로 갈리어서 인간끼리 새로운 전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읍니다. 루이스 밀러가 바라던 또다른 계획이 그것이었구요. 그래서 루이스밀러가 뻔히 알게 해놓고 헤니건씨와 헬렌씨를 이용했던 것이었읍니다. 아마도 두분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이세상에 자신의 의지를 지닌 인간은 존재하지도 않게 되었겠지요.”
나는 이제 네오건 루이스 밀러건 다 싫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는 매트릭스에 접속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제 다 끝난거네요? 전 이제 매트릭스 밖으로 나가서 그냥 편하게 살려고 합니다. 이야기가 끝났으면 그만 나가도 되지 않나요?”
네오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하얀 안개는 어느새 네오의 등뒤 수십미터 까지 와있었다.
“실은 헤니건씨가 루이스 밀러와 같이 있었을때 저는 백업된 메트릭스 메인프로그램과 싸우고 있었읍니다. 헤니건씨가 짐작하시긴 어렵겠지만 굉장히 힘든 싸움이었고 메트릭스 메인프로그램이 거의 이길뻔 했었읍니다. 그래서 저는 어쩔수 없이 매트릭스에 접속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을 ‘강제 접속종료’를 시키고 시온의 지열발전소와 매트릭스와의 전원 연결또한 강제적으로 끊어버렸읍니다. 그 결과 저와의 전투를 위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던 매트릭스 메인 프로그램이 전원 부족으로 지금 강제 재 부팅중이고 현재 상태에서 강제 재부팅이 되면 매트릭스상의 메트릭스 메인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프로그램과 가상현실들이 삭제될것입니다.”
나와 네오 그리고 helper 71호 주변은 어느새 하얀 안개로 넘실거렸다. 하얀안개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실제로 매트릭스에서 ‘해방’된 인류는 전체인류의 백분의 일정도이고 나머지 인류는 아직 매트릭스에 연결된 채 살고 있었읍니다. 아시다시피 전 인류를 동시에 ‘해방’시킬 경우 식량문제와 자원문제, 인구문제 그리고 현재 인류가 이용하는 매트릭스의 전원 공급문제 등 어마어마한 문제들이 생기기 때문에 일단 인류의 일부를 해방시켜서 기반을 마련하고 점진적으로 다른 인류를 해방시키려고 했읍니다. 하지만 메트릭스 메인프로그램과의 전투 때문에 ‘해방’되지 못한 인류가 ‘강제 접속종료’를 당하게 되었고 그 결과 ‘강제 접속종료’를 당한 인류의 대부분이 그 자리에서 죽거나 미쳐버릴것입니다. 물론 살아남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오래버티지 못할것입니다.”
나는 내가 매트릭스에서 ‘해방’되던 과정을 생각하자 끔찍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네오의 얼굴을 보았다. 그런데 네오는 할말이 더 남아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는게 아닙니다. 실은 1차 기계와의 전쟁때 인간들은 지구의 대기에 순간적으로 emp 자기장을 형성시킬수 있는 위성무기를 지구 궤도상에 띄웠었읍니다. 하지만 기계측에서 먼저 손을 써서 그 위성무기를 사용할 수가 없었읍니다. 실은 인간들도 그 위성무기를 사용하는것에 대해서 망설였었구요. 물론 위성무기 자체는 아직도 지구 궤도상에 있읍니다. 문제는 매트릭스 메인프로그램이 자신이 재부팅된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그 위성무기의 재가동 카운트를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너무 놀라서 무기력 해지는 경우 여지껏 네오와 루이스 밀러의 장단에 놀아나느라 자주 느꼈지만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의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선생님을 잠시동안 안전한 곳으로 모셔왔지만 이제 이곳도 곳 지워지고 앞으로 한시간 이내 지구는 그 자체가 거대한 emp 자기장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 이후는 저도 어떻게 할 수가 없읍니다. 일단 선생님이 타고왔던 전투함에 ‘안전한 곳’까지 갈수 있도록 자동 운전을 설정해 놓았읍니다. 지금 바로 접속이 해제되자 마자 그 전투함을 타십시요.”
네오가 말을 마치자 내 옆에 팔짱을 끼고있던 helper 71호가 네오 옆에 서서는 내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저절로 접속이 해제되는 것을 느꼈고 그와 동시에 네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께 사죄의 의미로 드리는 선물이 있읍니다. 제 잘못을 갚기에는 너무 작지만 일단 받아주십시요. 단 제 선물에 너무 큰 ‘고통’을 안겨주지는 말아 주십시요......”
6.
나는 악몽에서 깨어나듯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온몸이 가위가 눌린것처럼 뻐근했지만 다행히 몸이 말을 들었다.
7.
내 주위를 둘러보니 분주히 일하던 센티널들은 모두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고 조명이나 대부분의 전기 장치들이 점점 빛이 약해지면서 깜빡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누워있던 접속장치 바로 옆에는 헬렌이 마치 물밖으로 나온 물고기처럼 팔딱 거리면서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자 이제 3류 멜로 연기는 그만하고 실험체를 가져와”
루이스 밀러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어느새 사빅으로 변해버린 helper 71호에게 명령을 했다.
사빅으로 변한 helper 71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에게 다가와서는 내 멱살을 잡고 나를 번쩍 들어올렸다.
“누가 너를 어떻게 부르던 혹은 네 스스로가 자신을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던 넌 언제나 나에겐 제인이야. 그리고 너무 미안해 하지마. 나라도 어쩔수 없었을테니까. 그동안 고마웠어”
나는 유언을 남기는 심정으로 사빅으로 변한 helper 71호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멱살이 잡힌 목은 숨이 막혀서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고 사빅으로 변한 helper 71호는 들은채 만채 나를 루이스 밀러 뒤의 제단으로 끌고갔다.
“하하하 감동스러운 고백이군요. 헤니건씨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분이군요. 프로그램한테 고백을 하다니. 차라리 냉장고나 컴퓨터한테 고백을 하실걸 그랬읍니다. 적어도 그런것들은 배신을 안할테니”
루이스 밀러는 코미디 프로를 보듯이 나의 행동을 보면서 이야기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루이스밀러의 말이 떨어지자 사빅으로 변한 helper 71호는 내 멱살을 잡은채 나를 제단에 뉘였다.
나는 제단에 눕혀지자 마자 마치 늪에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허우적 거릴수도 없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2.
나는 상상할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을 떠올리며 이를 악 물었다. 두려움 반 체념 반의 상태에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짓이었다. 단지 안절부절 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3.
따스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고 내 머리맡에는 편안한 베개가 놓여진듯한 느낌이다.
나는 감았던 눈을 떴다.
helper 71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helper 71호는 다리를 모으고 앉아서 배게처럼 내 머리를 누이게 해놓았다.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윗몸을 일으키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나는 온통 풀밭과 들꽃이 깔려있는 자그마한 동산에 앉아있었고 내 옆에는 연분홍 파스텔 톤의 원피스를 입은 helper 71호가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helper 71호가 있는 동산은 먼곳부터 하얀 안개같은 것에 소리없이 파묻히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반대편을 보자 네오가 보였고 네오는 우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네오의 얼굴은 ‘2종 부적응자 재교육’시 한번 본적이 있었다.
나는 몸을 천천히 일으켜서 네오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네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내가 ‘밖’이라는걸 안 이후 가장 강한 의지로 움직인 최초의 행동이었다.
네오는 나의 주먹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얼굴로 맞고는 몸을 휘청거렸다.
“이게 루이스 밀러의 장난이든 아니든 상관없어, 나는 너같은 면상을 한 놈이면 한대 갈겨주고 싶었어, 기껏 ‘해방’이란걸 시켜놓고서는 어떤놈이 사람들 머리갖고 장난을 치던 매트릭스나 시온을 말아먹던 ‘앞에나서서 독재자가 되기 싫다’는 이유로 뒷짐지고 ‘대리인’을 내세우는 너같은 위선자가 제일 증오스럽단 말이다.”
나는 고함을 지르다시피 말을했다.
4.
휘청거리던 몸을 가누면서 네오가 입을 열었다.
“저를 때리는걸로 ‘헬렌’씨에 대한 사죄가 된다면 얼마든지 맞겠읍니다. 그리고 ‘전 인류’에 대한 사죄가 된다면 헤니건씨한테 맞아 죽어도 좋읍니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얼마 없읍니다.”
‘이건 또 무슨소리야? 그럼 여긴 루이스 밀러의 실험장소가 아닌가? 그리고 네오도 루이스 밀러한테 잡혀온거 아니었나?’ 나는 혼자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정착지 시체보관소’ 이후의 일은 helper 71호도 몰랐던 일입니다. 다 제가 계획했던거지요. 물론 helper 71호가 핸드폰을 받게한것도 다 제 계획이었읍니다. 지금 루이스 밀러와 그의 일행들은 매트릭스 안의 또다른 매트릭스에서 자신들이 매트릭스와 시온을 지배했다는 착각속에서 지내고 있읍니다. 여지껏 매트릭스를 삭제 정리했던 것은 루이스 밀러와 같은 이들을 격리하기 위한 장소를 만들기 위해서 였읍니다.”
네오는 입가의 피를 닦으면서 말을 했다.
“현재 루이스 밀러 일행은 자신들이 메트릭스 ‘밖’에 나왔다고 착각을 하고있겠지만 실은 제가 만들어둔 매트릭스내의 공간안에 갇혀있는것이고 그들이 자신들이 있는곳이 ‘매트릭스’임을 깨닫게 될 때는 그들은 그곳에서 나오기 너무 늦었다는것도 동시에 알게 될겁니다. helper 71호가 전화를 받는 동작이 실은 루이스 밀러 일행의 접속채널을 바꾸기 위한 행동이었다는걸 그들도 몰랐던거죠”
5.
‘그렇다면 이제 해피엔딩 아닌가? 그런데 저 하얀 안개 같은게 아까부터 계속 사방으로 죄여오네, 도대체 저건 뭐지?’
내가 속으로 생각하는동안 helper 71호가 내옆에 살며시 다가와서 팔짱을 꼈다.
네오는 나와 helper 71호를 번갈아 보면서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루이스 밀러는 자신이 일곱 번째 네오인 것을 알고 자신이 기회를 빼앗긴것이라고 생각해 이성을 잃었읍니다. 그래서 루이스밀러는 백업된 매트릭스의 메인프로그램과 거래를 한거지요. 인간들은 ‘해방’된줄 착각하고 매트릭스와 시온을 오가고, 매트릭스 메인프로그램은 그런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들을 이용하고 매트릭스 밖에서는 루이스 밀러가 사람들을 개조하고 다스리도록 말입니다. 루이스 밀러는 일종의 ‘공생’관계를 생각했었읍니다.”
네오는 한숨을 쉬고는 이야기를 했다.
“제가 나서지 못한 또다른 이유는 제가 직접 나설 경우 인간들은 다시 두편으로 갈리어서 인간끼리 새로운 전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읍니다. 루이스 밀러가 바라던 또다른 계획이 그것이었구요. 그래서 루이스밀러가 뻔히 알게 해놓고 헤니건씨와 헬렌씨를 이용했던 것이었읍니다. 아마도 두분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이세상에 자신의 의지를 지닌 인간은 존재하지도 않게 되었겠지요.”
나는 이제 네오건 루이스 밀러건 다 싫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는 매트릭스에 접속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제 다 끝난거네요? 전 이제 매트릭스 밖으로 나가서 그냥 편하게 살려고 합니다. 이야기가 끝났으면 그만 나가도 되지 않나요?”
네오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하얀 안개는 어느새 네오의 등뒤 수십미터 까지 와있었다.
“실은 헤니건씨가 루이스 밀러와 같이 있었을때 저는 백업된 메트릭스 메인프로그램과 싸우고 있었읍니다. 헤니건씨가 짐작하시긴 어렵겠지만 굉장히 힘든 싸움이었고 메트릭스 메인프로그램이 거의 이길뻔 했었읍니다. 그래서 저는 어쩔수 없이 매트릭스에 접속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을 ‘강제 접속종료’를 시키고 시온의 지열발전소와 매트릭스와의 전원 연결또한 강제적으로 끊어버렸읍니다. 그 결과 저와의 전투를 위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던 매트릭스 메인 프로그램이 전원 부족으로 지금 강제 재 부팅중이고 현재 상태에서 강제 재부팅이 되면 매트릭스상의 메트릭스 메인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프로그램과 가상현실들이 삭제될것입니다.”
나와 네오 그리고 helper 71호 주변은 어느새 하얀 안개로 넘실거렸다. 하얀안개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실제로 매트릭스에서 ‘해방’된 인류는 전체인류의 백분의 일정도이고 나머지 인류는 아직 매트릭스에 연결된 채 살고 있었읍니다. 아시다시피 전 인류를 동시에 ‘해방’시킬 경우 식량문제와 자원문제, 인구문제 그리고 현재 인류가 이용하는 매트릭스의 전원 공급문제 등 어마어마한 문제들이 생기기 때문에 일단 인류의 일부를 해방시켜서 기반을 마련하고 점진적으로 다른 인류를 해방시키려고 했읍니다. 하지만 메트릭스 메인프로그램과의 전투 때문에 ‘해방’되지 못한 인류가 ‘강제 접속종료’를 당하게 되었고 그 결과 ‘강제 접속종료’를 당한 인류의 대부분이 그 자리에서 죽거나 미쳐버릴것입니다. 물론 살아남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오래버티지 못할것입니다.”
나는 내가 매트릭스에서 ‘해방’되던 과정을 생각하자 끔찍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네오의 얼굴을 보았다. 그런데 네오는 할말이 더 남아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는게 아닙니다. 실은 1차 기계와의 전쟁때 인간들은 지구의 대기에 순간적으로 emp 자기장을 형성시킬수 있는 위성무기를 지구 궤도상에 띄웠었읍니다. 하지만 기계측에서 먼저 손을 써서 그 위성무기를 사용할 수가 없었읍니다. 실은 인간들도 그 위성무기를 사용하는것에 대해서 망설였었구요. 물론 위성무기 자체는 아직도 지구 궤도상에 있읍니다. 문제는 매트릭스 메인프로그램이 자신이 재부팅된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그 위성무기의 재가동 카운트를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너무 놀라서 무기력 해지는 경우 여지껏 네오와 루이스 밀러의 장단에 놀아나느라 자주 느꼈지만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의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선생님을 잠시동안 안전한 곳으로 모셔왔지만 이제 이곳도 곳 지워지고 앞으로 한시간 이내 지구는 그 자체가 거대한 emp 자기장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 이후는 저도 어떻게 할 수가 없읍니다. 일단 선생님이 타고왔던 전투함에 ‘안전한 곳’까지 갈수 있도록 자동 운전을 설정해 놓았읍니다. 지금 바로 접속이 해제되자 마자 그 전투함을 타십시요.”
네오가 말을 마치자 내 옆에 팔짱을 끼고있던 helper 71호가 네오 옆에 서서는 내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저절로 접속이 해제되는 것을 느꼈고 그와 동시에 네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께 사죄의 의미로 드리는 선물이 있읍니다. 제 잘못을 갚기에는 너무 작지만 일단 받아주십시요. 단 제 선물에 너무 큰 ‘고통’을 안겨주지는 말아 주십시요......”
6.
나는 악몽에서 깨어나듯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온몸이 가위가 눌린것처럼 뻐근했지만 다행히 몸이 말을 들었다.
7.
내 주위를 둘러보니 분주히 일하던 센티널들은 모두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고 조명이나 대부분의 전기 장치들이 점점 빛이 약해지면서 깜빡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누워있던 접속장치 바로 옆에는 헬렌이 마치 물밖으로 나온 물고기처럼 팔딱 거리면서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