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건 뭐랄까.....
마치 놀이공원의 인형옷을 입고있는기분인데 그 인형옷이 마치 다리 여러개 달린  문어 모양이라는게 문제다.
게다가 사람의 몸은 '감각'으로 움직이는것이지 '수치'로 움직이는게 아닌데
지금 내가 껴입은 '센티널'이라는 옷은 모두 '수치'로만 움직여진다.

다른 센티널들이 자신이 있던 격납고에서 유연스럽게 나오는 반면 나는 여기저기 쿵쿵 조심스럽게 부딪히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쟤 어디 고장난거 아냐?'하는 시선을 받으면서 말이다.

나는 문득 게임을 하거나 자동차 운전을 할 때를 생각했다. 일단 '시각'은 남아있고 다른 것은 다 수치로 표현되는 것일뿐이니까. 결국 주의의 상황에 대한 수치자료와 내 '시각'의 감각을 적절하게 조화를 시키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겨우겨우 속도와 방향에 대한 수치데이터와 시각을 맞추어서 센티널을 '운전'할수 있게되었으나 팔만큼은 역시 여러개 중에 네 개밖에 움직이지 못하였고 그래서 다른 기능의 팔을 움직이고자 할 때는 그대신 한 개의 팔을 작동 중지 시켜야 했다. 어차피 나는 발 두 개 팔 두 개 이상 가져본 경험이 없으니까.

2.
나는 센티널에서 나온 수치와 작업 스케쥴등을 확인할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그 덕에 내 육체와 '교체'된 내 의식이 있는 장소를 알수 있었다.

'저기 내가 콧노래를 부르면서 일을하고 있군'
나는 속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센티널에는 말을하기위한 '도구'도 없었고 내가 또다른 나를 봐봤자 할말도 없었다.

누구나 내입장이면 마찬가지이겠지만 기분이 묘했다.
나는 결코 작업을 즐거워한적도 없었고 콧노래를 부른적도 없었다. 적어도 '밖'에서의 삶중 나를 만족시키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저 '교체'된 녀석도 분명 메트릭스 안에서의 내 생활을 기억할텐데 어떻게 즐거울수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나저나 어쩐다? 나는 옆에서 내 육신을 거들면서 생각을 했다.
PPU(Powered Personal Unit)에서 낚아채서 아무 접속 장치에나 꽂아놓을까? 아니다 그러다 반항해서 내 몸이 다치기라도 하면 일이 커진다.

아니면 공동접속시간때까지 기다릴까? 그것도 안된다. 내게 주어진여유분의 시간은 세시간. 그 이후에 내 육신이 언제 '접속'할지도 모를일이다.

결국은 방법은 그것 하나밖에 없다.

3.
나는 내 육체가 한적한 곳에서 작업할때까지 기다렸다.

일단 내 육체가 건물 모퉁이를 돌아서서 작업할때즈음 일부러 일을 돕는척하면서 PPU의 동력케이블을 팔 하나로 건드려서 끈어버렸다.

"뭐야? 아무래도 이 센티널이 고장이 났나보군. 이봐 이게 무슨 짓이야? 난 바쁜사람이라구...."
내 육체는 나답지 않게 재촉을 했다. 진짜 나라면 횡재수다 생각하고 빈둥거렸을텐데 말이다.

일단 내 육체가 PPU에서 내리길 기다렸다.
나는 내 육체가 PPU에서 내리자 마자 PPU를 쓰러뜨리고 PPU옆에 건물을 무너뜨려서 먼지를 일으켰다. 그리고 다음에는 조심스럽게 팔을 살짝 움직여서 내 육신을 기절시켰다. (실은 기절시키기 위한 강도를 조절하기위해서 몇번씩 연습을 해보았다. 가장 적절한 수치가 어느정도인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더 강도가 높아지면 그야말로 큰일이기 때문이다.)

일단 내 육체를 먼지속에서 기절시킨 뒤 나는 비상신호를 울리면서 내육신을 들어올려 정착지의 응급실로 날랐다.


4.
"됐어 여기 내려놔"

또다른 낮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사?'
아직도 여기 남아있나? 나는 의아한 생각이들어서 의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의사는 자신을 바라보는 기계의 시선을 느꼈는지 나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여기있나? 가서 작업해"

나는 응급실에서 벗어나는척하면서 응급실 뒤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센티널의 청각센서를 확대했다.

"'교체'후 첫 환자 발생. '교체'부작용 여부확인 예정. 일단 뇌접속 후 프로그램 이상여부 확인 예정"
역시 의사는 버릇처럼 녹음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