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aboutpingfen.idv.tw/2/02_Collections/02_products_id_pingfen.htmhttp://www.isgame.com.tw/game/laugh2/all.htm김용의 작품을 단순히 '무협지'라고 간단하게 평하기 어려운 것은, 그의 작품에는 무언가 깊이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철학의, 그리고 꿈의... 다양한 깊이가 그의 작품 속에 존재하고 있고, 그렇기에 그를 신필(神筆)이라고 부르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역시 녹정기입니다만, 또 다른 의미에서 좋아하는 작품의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국내에서는 동방불패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작품이지만(아시는 분은 다 알겠지만, 동방불패는 소오강호 중에서는 정말로 스쳐지나가는 듯한 캐릭터입니다. 임청하가 역할을 맡아서 유명해졌지만, 원작에서는 어디까지나 아저씨죠.) 이 작품은 그 제목부터가 뭔가 깊이를 느끼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 웃으면서 세상을 떠돈다 '(笑傲江湖)

언뜻 기분좋은 느낌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이 작품에 대해서 조금만 알게 된다면, 그것은 인생의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은 후에 다시금 웃음을 짓는다는 의미라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말하자면 아무리 아픈 마음 속에서도 얼굴 만은 웃음을 짓고자 하는... 세상을 달관하고자 하는 이의 모습일까요? 그러나, 아무리 해도 세상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인간사. 그렇기에, 그 웃음이 더욱 슬퍼 보이는지도 모릅니다.

이 작품은 김용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슬픔과 고뇌를 많이 담고 있습니다.

그의 또 다른 걸작인 의천도룡기에서 정파인과 사파인의 문제가 거론된 일이 있지만, 우유부단하면서도 의외로 세상을 편하게 살아가고 있는 장무기를 주역으로 하여 이 이야기의 깊이가 얕았다고 한다면. 이 작품에서는 여전히 우유부단하면서도 진지하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영호충을 주역으로 해서 더욱 더 깊이있게 고찰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제목이 되기도 했던 '소오강호'라는 것은, 본래 정파와 사파의 두 고수(이기보다는 음악가였던 이들)가 함께 만든 노래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서로의 예술적 감각을 이해하고 세상에 다시 없는 지기로서 함께 하고자 했지만, 그들이 속해 있는 길이 다르다는 점에서 같이 할 수 없었던 이들. 언젠가는 은퇴하여 그런 운명을 벗어나고자 했던 두 사람이, 결국 죽음의 순간에 이르러 합주를 하면서 남긴 유작이기도 하지요.

죽음에 이르러서야 함께 할 수 있었던 두 사람. 그들의 운명은 영호충과 임영영의 운명으로 대비되기도 합니다. 한 사람은 화산파, 또 한사람은 일월교에 속해서 서로 사랑하면서도 이어질 수 없는 두 사람. 그런 그들이 '소오강호'를 함께 듣게 되는 것은 정말로 인상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지요.

"험한 파도에 웃음을 싣고, 물결따라 덧없이 살아온 삶, 한 잔 술에 웃음을 담아, 모든 은원 깨끗이 잊고 살리라, 산천초목도 따라 웃누나, 뜬구름 같은 부귀영화 부질 없어라, 소슬 바람에 미소 지으며, 모든 근심 잊고 살리라, 우리네 인생은 아름다운 것, 욕심없이 어우러져 웃고 살리라..."

가사처럼 슬프고 고된 인생 속에서도 마지막 순간에 기쁨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이 작품은 멋진 대미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독고구검... 무적이긴 하지만 고독한 은자의 검법을 익힘으로서 더욱 외로운 운명이 된 영호충이지만, 그런 시련과 역경... 그리고 슬픔을 함께 헤쳐나갈 이가 있다는 것으로 행복한 것일까요?

반면, 부질없는 것들을 추구하다 스스로를 고독하게 만들고 사라진 다른 이들은 정말로 덧없는 슬픔의 운명인지도 모릅니다.


p.s) 소오강호는 3가지 버젼으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제일 처음에는 영화, 그리고 다음은 드라마, 마지막으로 소설이지요. 영화는 원작의 내용을 간단히 전해주는 점에서는 괜찮았지만, 작품의 깊이를 충실하게 느끼게 하기엔 부족했다고 봅니다. 역시 볼거리에 치우친 작품이라고 할까요? 드라마의 경우 1990년대에 제작된-그리고 국내에도 비디오로 들어온- 작품을 보았는데, 동요같은 분위기의 영화 속 소오강호곡과는 달리 왠지 숙연한 느낌이 들게하는 소오강호곡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주었지요. 나중에 소설을 본 느낌으로는 원작을 정말로 충실하게 옮긴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개인적으로, 김용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무협 드라마 중 3 손가락 안에 꼽을만한 작품입니다.)
  소설... 말할 필요가 없지요. 김용의 작품은 특히 깊이가 있지만, 정말로 신필이라는 이름에 부족함이 없는 걸작. 때로는 안타깝고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미소짓게 하는 장면 속에서 마지막 장을 펼치는 순간까지 정말로 손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p.s) 그러고 보니, 대만에서는 소오강호 2가 게임으로 발매되었군요. 패키지 시장이 죽어버린 우리나라와는 달라서 꾸준하게 패키지가 나오고 있는 대만... 왠지 부럽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군요.(생각해 보면 대만에서는 우리나라의 절반 값도 안 되는 가격으로 패키지가 판매됩니다.(소득 대비로 생각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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