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인 기준에서 생각해 볼때, 클론=동일인이 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선, 클론이 자라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 작품에서는 클론을 순식간에 배양해 내고 있지만, 적어도 현재 과학 기술에서 인간의 성장을 급격하게 이룰 방법이 없다는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아무리 짧게 잡아도 수년은 걸립니다. 물론, 이 경우에는 그만큼 성장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수명도 짧아지게 마련이지요.)

인간이 빨리 늙어버리는 병이 존재합니다. 조로증이라 하는데, 이는 단지 빨리 늙어버릴 뿐. 성장이 빠르다는 말은 아닙니다. 도리어 빨리 늙는만큼 성장도 금방 멈추어서 대개는 어린애의 모습 그대로 늙어서 죽음을 맞이합니다.(갑자기 떠오르는 아키라...)

인간을 자연스럽게 성장시켜서 키우겠다면, 20세의 클론은 20년이 걸려야만 완성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물론, 20년간 배양액 속에 넣어둘 수는 없으므로 당연히 보통의 생활을 해야 겠지요. 그렇다면 보통의 인간과 다를게 있을까요?


자라나는 과정이 다르다면, 당연히 다른 사람이 되게 마련입니다. 마치 한 사람은 세기말의 악당, 한 사람은 성인이 될 수 있는 쌍둥이처럼...(비슷한 사례는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6번째 날에서야 한 순간에 인간의 기억을 모두 복제하고 있지만, 이 것은 영화니까 가능한 일이지 아직 기억의 시스템의 일부의 일부의 일부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러한 가능성은 의미가 없는데다, 뇌세포의 기억 시스템이 급격한 연결에 견딜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군요.(차라리, 얼굴이 똑같은 사이보그의 전자뇌에 기억을 주입시키는 편이 빠르고 확실할 듯 하군요.)


똑같은 날 태어나 똑같이 키워진다고 해도, 만약에 자라나는 과정에 조금의 차이라도 존재한다면 그 사람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어떤 작은 사건(똑같은 사건?)에서 한 사람은 위로를 받았고 한 사람은 꾸중을 받았다고 하면, 이 아주 작은 사건 만으로 두 사람의 인생은 완벽하게 바뀔지도 모릅니다.(여기에도 카오스 이론은 적용 가능합니다.)

아주 작은 심리적인 사건으로 인하여 인간의 미래가 결정지어지는 사례가 수없이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클론이 동일인이 된다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요?


더욱이, 쌍둥이라고 해도 얼굴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간의 얼굴 모습은 DNA에 의해서 완벽하게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자라나는 과정에서 그의 성격이나 생활 등 여러가지를 통해서 엄청나게 바뀌게 마련입니다. 쌍둥이 중 한 명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건강한 삶을 살던 반면, 한 사람은 매일 밤새고 밤 낮을 거꾸로 살았다면, 성인이 된 후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생각 못하게 달라질 겁니다.(비슷하다는 정도는 알 수 있겠지요.)

똑같은 쌍둥이인데도 어떤 사람은 대머리이고 어떤 사람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대머리는 유전 요인이 강하지만, 100%가 아니고 생활 습관 등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완벽하게 똑같은 DNA를 가졌다고 해서 동일한 인간이 된다는 것은 인간을 로봇과 똑같이 보는 것에 다름이 없습니다.(더욱이, 동일한 회사에서 나온 로봇 애완견도 어떻게 노느냐에 따라서 행동 양식이 달라지는 요즘 세상에서 그건 로봇보다 못하단 말이 되죠.)

저는 클론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클론 역시 하나의 개체로서 자라난다면 동일한 인간이 될 일은 없습니다. 교통사고로 죽은 착한 아들(딸이라도 무관)을 기억하면서 클론을 길렀는데, 깡패가 되고 부모를 두들겨 패는 아이로 자라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게 동일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더욱이, 하루만에 성장시킬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해도 사람의 외모는 삶의 자취가 반영된 모습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도저히 같은 얼굴이 된다고 할 수 없을 겁니다.(차후에 성형 수술을 하지 않고는 말입니다.)


덧글) 사랑의 학교라는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본 일이 있습니다. 옛날 어느 나라에서 세우고 있는 큰 성당에 화가가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천사와 악마의 모습을 그려달라는 부탁에 모델을 찾아 헤매다가, 한 꼬마 목동에게서 천사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 소년을 모델로 천사를 그렸습니다. 그러나, 악마의 모습은 아무리 해도 찾을 수 없어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드디어 악마의 모습에 어울리는 사람을 찾았지요. 그야말로 흉측하기 이를데 없고 죄란 죄는 모두 저지른 듯한 그 모습. 그에게 모델을 부탁하자, 그는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 선생님, 제가 바로 그때 천사의 모델을 했던 목동입니다. '
사람이란 그가 살아온 자취에 따라 달라지는 법입니다. DNA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생각은 지나치게 운명론적인 생각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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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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