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RTS가뭄이라 신작 타이틀 나와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데 홈월드라니...
예구를 할까말까 아주 잠깐 망설였지만 결국은 사게 될 거(...) 그냥 싸게 사자해서 예구를 했고(기존 HW리마스터 콜렉션 구매자에겐 20%할인), 어제 새벽에 일어나서(...) 캠페인을 전부 깼습니다. 중간 난이도로 엔딩 보고 잠깐 쉬다 어려움으로 다시 해 봐야지 하는데 발매 몇 시간만에 600메가 짜리 패치를 하고 있더군요. 엑스페디션 가이드라고 해서 게임 설명서인 줄 알았는데 서플먼트였습니다. 홈1의 그 설명서에 나오는 설정들을 보며 홈월드 팬이 된 사람도 꽤 있는 걸로 아는데, 그보다 풍성한 설정과 비화 등이 담겨 있어요(사실 이건 그림만 보고(...) 글은 아직 안 읽어 봐서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만).
팬심이 든 평가라 완전히 공정하진 못하겠지만 개인적으론 홈2 정도 수준은 되는 것 같습니다. 점수로 치면 8/10 정도? 제작진들이 제작진들인 만큼 당연하겠지만, 플레이어들이 홈월드의 어디에서 반해서 팬이 되었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걸 확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게 지상항모. 위용이 대단하죠.
사양은 4년 전 하이엔드 급에서도 풀옵션으로 전혀 문제 없어요. 광활하지만 사실 별 거 없는 우주 배경이 역시 광활하지만 삭아가는 뼈다귀조차 없는 적막한 사막으로 변한 것뿐이라 시가전 따위가 있을 리 없는지라... 유닛도 잘 보면 텍스처를 잘 입혀놔서 그렇지 폴리곤이 많지도 않습니다. 개발 노하우가 있으니 가능한 거겠죠. 그래서 사양에 비해 눈이 즐겁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요구 사양에 비해서'인 편이고 절대기준에서 보면 요즘 나오는 화려한 이펙트와 텍스처로 도배한 여타 게임들에 비해선 떨어지는 편입니다. 뭐 RTS자체가 거의 없으니 비교대상이라고 해 봤자 결국 액트 오브 어그레션, 이번에 확팩 나온 스타2 정도고 더 무리해도 도타류 게임들이 되겠지만...
음악은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제 취향은 아니에요. 근데 이건 홈월드1, 2 시절에도 몇 곡 빼면 대부분 제 취향이 아니었는지라. 그래도 OST까지 따로 파는 걸 보니 당사자들로써는 꽤 자신있는 모양입니다.
실행하면 썰렁한 화면이 반겨주는 게 많이 아쉽습니다. 기어박스에서 생각보다 많이 투자한 건 아닌 듯 하더군요. 아마 스타2처럼 돈 엄청 들인 대작에 눈이 익숙해져서겠지만, 캠페인, 멀티, 스커미시, 옵션 메뉴뿐인 타이틀 화면은 고전적인 느낌마저 듭니다.
베이스러너. 하드웨어 시절엔 이게 모함 역할을 하는 것 같던데 지금은 지원차량 중 하나에 불과해 졌습니다.
캠페인은 키쓰 스젯의 레이철 스젯이 카르-토바를 찾아가는 여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RTS다보니 혼자 모험하는 건 아니고, 키쓰 차원에서 출정하는 군대의 과학장교로 동행하게 되죠. 스토리는 흥미로운 편입니다. 윤곽을 개인적인 사건에서 전체로 끌고나가며 중간중간 긴장할 곳에서 조여주고 (보통은 그 전부터 촉이 딱 오지만)나름 반전도 있고요. 별로 등장하지도 않는 몇몇 장면을 위해 실제 배우를 기용한 게 틀림 없어 보이는 주인공이나 삼디로 만들어 텍스처를 입힌 컷씬도 느낌 좋습니다(동작 자체가 모션 캡춰를 했구나 싶게 자연스러워요). 뭐 이건 서플먼트를 읽어 봐야 확실히 알 수 있는 거겠지만서도.
하지만 아쉬운 정도 많죠. 일단 미션 양이 좀 부족하다 싶습니다(13개). 그냥 양이 부족한 게 아니라, 후반부에 미션 한 두어 개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갑자기 절정으로 치닫더니 끝나버려서 더 그런 느낌이 듭니다.
탐사를 위해 떠나는 주인공 레이철 스젯의 베이스러너.
주인공이라 죽으면 안 되니 몸빵은 대단하지만 화력은 전혀 기대하면 안 됩니다.
문제는 스토리만 그런 게 아니라 미션 디자인 자체도 그렇다는 겁니다. 이전까진 탐험하고 수색하며 모험하는 페이스에 충실하던 전개가 갑자기 전멸전으로 변해버리더니 막보스 잡고 그냥 끝나요. 게다가 그 중 두어 미션은 이어지는 상황이라는 설정으로 이전 맵 그 상태에서 시작하죠. 다른 게임들처럼 맵은 같아도 세팅은 새로 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그 상태로 갑니다. 이전 미션에서 설치해 둔 오브젝트, 이미 전부 채취했다면 남아있지 않은 자원 등...
그래도 중간중간 추락한 타이단 함선이나 사주크(여기서는 아예 키쓰 이름)에 대한 언급 등이 나올 땐 감회에 젖을 수 있습니다. 엔딩은(비록 비판에도 불구하고) 아예 대놓고 '홈월드 다시 엔딩 보세요'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기존 예구팬에겐 할인을, 새로운 예구자에겐 전작을 모두 끼워준 전략이 상당히 괜찮은 것 같아요.
전체적인 플레이 느낌은 지상판 홈월드 혹은 카타클리즘 그 자체입니다. 소형유닛-이라고 해 봤자 한 종류지만-의 움직임은 스카웃이나 인터셉터를 방불케 하죠. 그러다 콜벳에 해당하는 전차로 버티며 레일건으로 뎀딜하고 후반에는 전작의 캐피탈십 클라스에 해당하는 남자의 로망 순양전차가 나옵니다.
항모는 이 게임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작의 모선들은 생산, 공격, 방어, 지원 중 하나 이상 기능이 전무한 수준이었던 데에 반해 이번 작 항모는 모선보다는 카타클리즘의 사령선에 더 가깝습니다. 공성포에 해당하는, 순항 미사일이라는 필살기까지 넣어둔 걸 보면 완전히 노렸어요.
항모는 동력을 방어, 수리, 화력, 사거리에 나눠줄 수가 있는데 이게 워낙 강해서 몸빵만 되는 게 아니라 미친 화력이 나옵니다. 마지막 미션 보스와 일기토(...)를 떠서 이기는 수준이에요. 레일건의 피어싱 뎀지에는 피 팍팍 까이지만 그것도 초반 이야기고, 동력을 방어로 몰빵하면 방어력이 5배가 되고 자체수리까지 되는지라 출장갔던 부하들이 돌아올 때까지 얼마든지 버팁니다. 화력에 돌릴 동력이 남는 중후반 부터는 부하들 안 불러도 돼요. 그냥 방어 몰빵해서 자힐하며 버티다 보면 난 안 죽는데 적은 결국 말라 죽거든요.
단 이건 전부 미션 기준입니다. 스커미시에선 항모가 훨씬 약합니다. 미션에만 등장하는 업그레이드(정확히는 아티팩트 기능)이 많이 빠져 있거든요.
유닛 상성은 가위바위보가 확실하고 전작들처럼 소형 유닛을 신경써서 컨트롤해 주면서 대형 유닛은 간간히 지원하는 식으로 손이 갑니다. 유닛 종류는 대폭 줄었고 대부분의 유닛이 유틸기를 가지는 식으로 변경돼서 저처럼 손 느린 사람은 글쎄요, 그냥 인공지능전이나 계속 해야할 듯 싶더군요. 이거야 취향이나 뭐라고 하긴 그렇지만 그래도 전작처럼 클래스 별로 몇 종류 씩 있어서 뽑는 재미, 부대지정키 눌러 가며 넣었다 뺐다 하며 애쓰는 재미는 많이 사라진 것 같네요. 지형을 이용하는 재미가 분명히 있긴 하지만 그것도 그나마 속도가 나오는 초반 유닛 교전시에나 있을법하고 대형으로 넘어가면 속터지는 속도 때문에 지형선점이니 뭐니 하는 건 신경도 안 쓰게 됩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범용성이 높고 강하다 싶은 유닛들이 몇 개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건 캠페인과 스커미시 인공지능 상대로 하는거라 인간을 상대로는 어떨지 모르죠.
공중유닛은 거의 지원기술에 가깝습니다. 전투기(라지만 사실상 지상 공격기), 폭격기, 건십 세 종류가 있는데 사용시 추가비용이 들지 않는 3종류의 미사일, 혹은 미사일 플랫폼으로 봐야 할 수준. 컨트롤이 되긴 하지만 별 의미는 없습니다. 대공 방어망에 걸리면 그걸 컨트롤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속도나 선회력이 아니거든요. 사실 현실적으로 봐도 그게 정상이겠지만(본격적인 대공방어망은 유도 미사일류임). 일단 록온 되면 그 순간 추풍낙엽. 그리고 갬페인과 스커미시의 인공지능이 다릅니다. 전자는 배치한 곳에 적이 없으면 귀환하는데 후자는 C&C 시리즈 항공기처럼 초계비행을 하다 적과 조우해 탄을 다 쓰고 나서 귀환합니다.
콜리션 진영(캠페인 플레이 진영) 한정이지만 유닛 디자인은 하나같이 나사가 하나씩 빠진 듯 한 느낌입니다. 가령 크롤러를 베이스로 한 듯한 항모 이하 대형 유닛의 디자인은 너무 밋밋한데다 항모는 허리가 주저않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롱허리죠. 밀리터리+현실스러운 느낌이 팍팍 거칠고 투박한 컨셉인 건 알겠는데 도가 지나친 것 같습니다. 차라리 슈프림 커맨더의 펫보이가 훨씬 근사해 보일 지경입니다. 소형유닛도 이상하게 허름한 실루엣이라 정규군 장비라는 느낌이 하나도 안 들어요. 문 크기로 스케일을 가늠해 보면 뭐 가장 소형 트라이크의 전고가 2층, 중형 탱크만 돼도 4층 건물을 간단히 넘을 정도인데(........) 이걸 아무데서나 주워 온 고철을 용접해 만든 것처럼 보인다는 건 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가장 잘 생긴 유닛이 베이스러너라면 말 다한 거죠. 그에 비해 갈시엔(캠페인 적 진영)은 호버기반이라 그런지 유닛들이 비교적 미끈한 편입니다. 자세히 보면 하부에 돔 구조물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게 공기부양이 아니라 반중력 호버 아닌가 싶더군요. 이러나저러나 모래먼지 펄펄 날리는 건 똑같겠지만.
미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스커미시로 넘어가면,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정말로요. 맵이 고작 여섯 개입니다. 너무하다 싶더군요. 게다가 그 맵도 전부 비슷비슷하죠. 아무리 사막이라지만 기능성 오브젝트 한두 개 정도는 넣어 주지. 모래폭풍(이건 미션에선 나옵니다)이나 샤이 훌루드 같은 랜덤요소야 엠퍼러 포 듄에서 말아먹었으니 그렇다쳐도 하다못해 사막에서 말라 비틀어져 죽은 동물 뼈라도 좀 넣어 줬으면 어땠나 싶습니다. 사실 여기에서 전부 이야기하긴 그렇지만 상술한 미션 전개 곡선도 그렇고, 마무리를 다 못 하고 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덜 만든 건 결코 아닙니다. 다 만들긴 만들었어요. 그런데 뭔가 부족하다는 거죠. 심지어 어떤 부분은 단순히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제작비에 쫓긴 건 아닌가 의심드는 부분마저 보입니다. 이상하게 딱 요기만 마감이 이상하네 하는 부분들이요.
이렇게 깠지만 총평은 요즘 같은 RTS가뭄이 아니었어도 중상은 갈 타이틀이라고 봅니다. 그러니 지금 시기엔 그냥 상위권이죠. 솔직히 그래픽은 화려하지만 플레이가 뭔가 조잡한 액트 오브 어그레션이나, 이건 기획자가 도대체 무슨 컨셉을 잡았던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그레이구, 게임이 이 모양이 될 때까지 아무도 말린 개발진이 없었나 싶은 컴오히2 같은 타이틀 보단 훨씬 우직하고 RTS의 본연에 충실해요.
홈월드 팬이라면 5.4만 주고 구매, 아니라면 세일 기다렸다가 구매 추천할 물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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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새벽부터 오후까지 달려서 하루만에 깰 수 있다면 캠페인 볼륨이 너무 작은 것은?
딱보기에도 멀티플레이의 주류가 될만한 작품은 아니고 그렇다고 스커미쉬로 연명(?)하기에도 좀 그런데 말이죠.
요즘은 싱글 전용 게임이라도 파고들기 요소가 있는 것들이 좋아서........
유저들이 이미 많이 한 이야기지만, 기어박스가 애초에 기대를 별로 안 한 것 같습니다. 기대를 안 하니까 투자도 별로 안 했고, 그래서 저런 결과가 나왔다는 뜻입니다. 홍보도 별로 안 하고, 정보도 별로 안 풀고, 딱히 이벤트도 지원하지 않고 등등. 심지어 게임 출시를 모르는 사람조차 많더라고요. 사실 실시간 전략 시장이 뭐 그렇게 잘 나가는 시장이 아니죠. <스타크래프트 2>조차 끝물이라는 말이 나오는 마당에 어떤 수익을 바라기 어려울 겁니다. 게다가 기어박스는 애초애 슈팅이나 액션 게임 전문이었고, 전략에 그리 관심이 없었죠. 파이락시스 같은 제작사는 턴 방식 전략이 주된 종목이라서 <엑스컴>을 꽤 그럴 듯하게 만들었지만, 기억박스는 그런 쪽이 아니니까….
그래도 명색이 <홈월드>니까 저만큼의 결과라도 나온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이 게임에 바라는 요소들, 그러니까 거대한 여정, 낯선 세계로의 진입, 날쌔고 잘빠진 전투기 편대, 거대하고 육중한 병기들, 수직 개념이 살아있는 전장, 부위 파괴 공격이나 물리 법칙 구현 등은 빼놓지 않은 것 같네요. 뭔가 혁신적인 구석이 없고 <홈월드>의 <그라운드 컨트롤> 버전이라는 말을 듣지만, 애초에 투자금이 적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본문에서도 언급 했지만 싱글 볼륨 정말 작은 것 맞습니다. 보통 난이도로 엔딩 보는데 8시간 정도 걸렸는데 경험치 먹은 유닛을 단 하나도 잃지 않으려고 삽질 한 시간까지 포함되었고, 실제 쾌속으로 진행하면 6시간도 안 걸려요.
어려움으로 다시 엔딩보는데 그만큼도 안 걸렸거든요.
그래도 미션마다 든 컷신들이 정말 볼만한 걸로 위로 삼았습니다.
간만에 한글 패치 안 기다리고 사전 찾아가면서 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