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스타트렉'을 보려고 했는데 시간대가 영 안맞더군요. 어쩔수 없이 '터널'을 봤습니다.

전에 인터넷에서 이 영화가 언급되면 거의 반드시 '세월호를 보고 만든 영화다'/'이영화에서 세월호를 연상한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논쟁으로 발전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세월호를 떠올릴만한 연출이 보이긴 했습니다. 사실 재난마다 되풀이되는 모습이라 '한국의 모든 재난'이 연상된다고 할까요?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특징인 '피해자들끼리 싸우는 모습'을 보며 착잡해지더군요. 구조작업중 사고를 당한 피해자 가족매몰된 피해자 가족에게 분풀이를 하는 동안, 정작 진짜 가해자인 부실공사를 한 기업에 대한 분노를 터뜨리는 사람은 영화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모습이 국민을 개돼지로 보게 하는 원인이 아닐까 생각되더군요.

주연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천만배우라는 오달수씨도 모처럼 심각한 역을 맡아 '뭔가 약간 부족한 심각함'을 잘 보여줬습니다. 연기못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달수씨가 소방관 일을 한다면 정말 저러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죠.
그리고 여자 장관으로 나오는 분은, 카메라 앞에서 당연한 이야기를 중언부언하는 것이 누군가가 연상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