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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높은 창공의 공포]

http://www.youtube.com/watch?v=vA9wtWH8Yvg 

링크는 십대 젊은이들이 비행기를 타다가 초자연 현상과 맞딱뜨려 위기에 빠진다는 내용의 <Altitude> 예고편입니다. 분위기만 봐서는 그렇게 대단할 거 없어 보이는 B급 공포영화 같은데, 크리쳐가 좀 희한하군요. 땅 속도 아니고, 바다 밑도 아니고, 하늘에 사는 크리쳐라니. 땅이나 바다 밑은 탐지하기 힘들지만, 하늘은 탁 트인 공간이기 때문에 거대 크리쳐가 숨기 힘들 텐데요. 구름 속에 모습을 감추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구름은 형태가 일정하지 않으니 땅속이나 바다 밑에 숨는 것만큼 안정적이지는 않죠. 거기다가 하늘에 떠 있기 위해서는 뭔가 특별한 장치가 필요할 텐데, 기계도 아닌 크리쳐가 어떻게 계속해서 떠 있을 수 있는지 설정이 참 궁금합니다. 작품의 재미 여부를 떠나 저 크리쳐의 정체가 궁금해서라도 한 번은 꼭 보고 싶군요. (어쩌면 예상 외로 독특한 설정과 전개 때문에 꽤 이름을 날리는 영화가 될 지도?)


영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고… 저 예고편을 보니 딱 떠오르는 소설이 있는데, 아서 코난 도일이 쓴 고전 SF <하늘의 공포>입니다. 죽은 조종사가 남긴 노트에 이상한 내용이 있길래 그 조종사의 경로를 따라 하늘로 날아오르자 위협적인 괴물들과 마주친다는 내용이었죠. 지금 보면 고전 SF들이 다 그렇듯 시시한 오컬트 정도로 보일지 모르지만, 당시 읽을 때는 매우 흥미진진했으며 다 읽고 나자 으스스한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러브크래프트 작품만큼 암울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하늘을 한 번 더 쳐다보게 되었죠. 그 때엔 으레 괴물이란 무너진 유적이나 깊은 숲, 지저, 바다 밑에나 있는 거라고 생각했었고, 하늘에 숨어사는 괴물을 처음이었습니다. 조종사가 괴물들에게 둘러싸여 비참한 죽음을 예감하는 마지막 문구는 그야말로 섬뜩했습니다. 4,000피트라는 고도와 지상을 볼 수 없다는 그 말투는 드높은 창공이 무대가 아니라면 나올 수 없었기 때문이죠. 고소공포증과 괴물의 무서움을 동시에 자극한다고 해야 할까나.

 
저 영화가 <하늘의 공포>를 원작으로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대략 살펴보니까 미국 코믹스가 원작 같습니다.  하지만 아서 코난 도일의 소설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음은 분명한 듯합니다. 제목 역시 고도를 나타내는 'Altitude'이고, 코난 도일의 소설 역시 높이를 나타내는 'Heights'였으니 잘 맞아 떨어지네요. 예고편에 언뜻 드러나는 괴물 모습도 소설에서 나온 것과 비슷해 보이고요. 저 영화가 <하늘의 공포>를 읽었을 때만큼 짜릿한 무서움을 선사할지 궁금하네요. 우리나라에도 개봉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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