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작품 게시판 - 영화/애니/만화/소설/드라마/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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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로봇 이야기, 괴수/괴인/초인 이야기 외에... 다양한 작품과 장르를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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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우드의 괴물 영화는 전부 공식이 똑같다. 전반부와 중반부를 걸쳐 괴물을 조금씩만 보여준 다음, 마지막에 가서 괴물 모습을 전부 드러낸다. <괴물>은 그런 영화가 되지 않을 것이다. -
언젠가 봉준호 감독이 <괴물>을 촬영을 하는 도중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인터뷰 원문을 그대로 옮긴 게 아니라 중심 내용만 살려 적었습니다) 아직 이런 영화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괴물>을 보면서 어떤 오해를 하는지 여러 가지로 설명했는데, 그 중 ‘할리우드 괴물 공식’이라는 말이 눈에 뜨이더군요. 아마도 <괴물>은 일반 괴물 영화들처럼 괴물 모습이 막판에 나오는 게 아니라 중반부부터 두각을 드러내려나 봅니다.
저런 뻔하디 뻔한 공식의 시초를 찾으라면 <죠스>나 <에일리언> 등을 거론해야 할 겁니다. 이런 영화를 보면 초중반에는 괴물을 직접 보여주지 않고 연출력과 시나리오 등으로 긴박감을 이끌어내죠. 사실 <에일리언>의 특수효과가 놀랍다고는 하나 막상 에일리언이 등장하는 장면은 얼마 되지도 않습니다. <죠스> 역시 상어가 나타나는 것보다는 상어 시점으로 전개되는 장면이 더 많고, 무섭기도 더하죠. 그리고 이런 영화들이 흥행에서 성공을 거두자 다른 괴물 영화들도 이런 유형을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이런 괴물 영화의 장점이라면 제작비가 별로 안 들어간다는 점일 겁니다. 괴물 모습을 많이 보여줄 필요가 없으니 그걸 만들어내는 액수도 당연히 줄어들겠죠. 문제는 일반 괴물 영화들이 장점은 살리지 못한 채 단점만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솔직히 괴물 영화에 괴물이 안 나오는 건 단점이 될 수밖에 없거든요. 이걸 극복하려면 연출이나 시나리오, 캐릭터, 주제 등으로 괴물이 나올 때까지 시선을 붙잡아야 합니다. <에일리언>은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각종 디자인과 상징으로 점철했습니다. <죠스>는 (말이 필요 없는) 주제곡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 대립으로 긴장감을 형성했고요. 헌데 일반 괴물 영화는 시나리오도 늘어지고, 인물도 지루하고, 뚜렷한 주제도 없으니 재미가 없을 수밖에요.
그러면 이 공식을 <프레데터>에 대입해보면 어떨까요. <프레데터>는 할리우드 괴물 영화의 전형이라고 할만 합니다. 이 영화는 높은 흥행을 거두었고, 평가도 좋으며, 아직까지도 시리즈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수익성 좋은 상품입니다. 과연 이런 <프레데터>도 다른 괴물 영화들처럼 그저 그렇게 일관하는 상투성 덩어리일까요.
먼저 ‘괴물은 마지막에 가서야 모습을 드러낸다’는 공식을 적용하면, <프레데터>도 이 공식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할 것처럼 보입니다. 사실 얼굴까지 포함해서 프레데터 전체 모습이 드러나는 때는 아놀드와 싸우는 후반부니까요. 하지만 한편으로 <프레데터>는 이 공식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 외계 사냥꾼은 중반부터 꾸준히 관객들에게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훤한 대낮에 전신을 다 드러냈습니다. 단지, 관객들이 그걸 제대로 알아보지 못할 뿐입니다. 왜냐하면 프레데터는 은폐 기술을 사용하니까요. 하지만 은폐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프레데터가 전신을 드러냈다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프레데터라는 괴물 자체가 그렇게 보이지 않는 형태를 목적으로 만들었으니 뭐라고 항변할 길도 없지요. 이렇듯 <프레데터>는 괴물 영화 공식에서 교묘히 떨어져 나왔습니다.
보통 괴물들은 그림자에 몸을 숨기거나 다른 은폐물에 몸을 숨깁니다. 그래야 모습을 조금만 드러내면서 긴장감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감독이 착각)하니까요. 하지만 <프레데터>는 그런 것도 아닙니다. 날빛이 쏟아지는 가운데 관객들 눈 앞을 휙휙 돌아다닙니다. 따라서 이 괴물은 다른 괴물들로부터 저만치 거리를 두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혹시 그림자에 몸을 숨기는 다른 괴물이나 은폐하는 프레데터나 똑같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둘은 전혀 다릅니다. 은폐 기술은 프레데터 고유의 기술이며, 이걸 없애버리는 건 설정과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소리와 같습니다. 그림자에 몸을 숨기는 건 굳이 괴물이 아니더라도 가능하지만, 은폐 기술은 이런 SF 영화가 아니라면 나올 수 없으니까요. 은폐 기술을 없애는 건 프레데터라는 괴물 자체를 부정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밖에서 봐도 그렇습니다. 괴물을 그림자에 감추는 건 그리 돈 드는 작업이 아닐 겁니다. 오히려 돈을 절약하는 작업이겠죠. 그러나 프레데터 은폐 기술은 그렇지 않습니다. 은폐 효과를 내기 위해서도 시각효과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게 (그 당시에는) 꽤나 어려운 일이라고 하더군요. 즉, 은폐 프레데터가 많이 나온다고 해서 제작비를 아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이걸 어떻게 다른 괴물들하고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영화 안에서 보든 밖에서 보든 차별성을 둘 수밖에 없지요.
그리고 프레데터는 괴물을 보여주는데 이런 은폐 기술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괴물의 시점을 적절하게 이용하는데요. <죠스>처럼 카메라를 그냥 인물들 뒤에 들이대는 게 아니라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열 감지기를 이용해 ‘무언가 다른 생명체’라는 걸 암시하죠. 관객도 사람인데, 사람은 이런 열 감지기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이질감을 느끼게 마련이죠. 더불어 프레데터가 그르륵거리는 소리라든가 기타 효과음을 집어넣어 이질감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여기다가 소리의 높낮이라든가 줌인/줌 아웃도 표시해서 단순한 시점이 아닌 디스플레이를 보여줍니다. (저는 은폐 기술보다 이 열 감지 시점이 더 인상 깊었습니다)
결국 <프레데터>는 할리우드 괴물 영화의 표본을 따라가는 한편 그 자리에서 몇 걸음 떨어졌습니다. 이 영화가 <에일리언> 부류의 아류작이면서도 그 한계를 극복한 건 이런 공이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놀드의 이름값이나 힘 있는 연출, 심장을 두드리는 음악 등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요) 이 점 때문에 <프레데터>가 상업영화라는 테두리 내에서도 독특한 입지를 점한 것이겠지요.
언젠가 봉준호 감독이 <괴물>을 촬영을 하는 도중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인터뷰 원문을 그대로 옮긴 게 아니라 중심 내용만 살려 적었습니다) 아직 이런 영화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괴물>을 보면서 어떤 오해를 하는지 여러 가지로 설명했는데, 그 중 ‘할리우드 괴물 공식’이라는 말이 눈에 뜨이더군요. 아마도 <괴물>은 일반 괴물 영화들처럼 괴물 모습이 막판에 나오는 게 아니라 중반부부터 두각을 드러내려나 봅니다.
저런 뻔하디 뻔한 공식의 시초를 찾으라면 <죠스>나 <에일리언> 등을 거론해야 할 겁니다. 이런 영화를 보면 초중반에는 괴물을 직접 보여주지 않고 연출력과 시나리오 등으로 긴박감을 이끌어내죠. 사실 <에일리언>의 특수효과가 놀랍다고는 하나 막상 에일리언이 등장하는 장면은 얼마 되지도 않습니다. <죠스> 역시 상어가 나타나는 것보다는 상어 시점으로 전개되는 장면이 더 많고, 무섭기도 더하죠. 그리고 이런 영화들이 흥행에서 성공을 거두자 다른 괴물 영화들도 이런 유형을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이런 괴물 영화의 장점이라면 제작비가 별로 안 들어간다는 점일 겁니다. 괴물 모습을 많이 보여줄 필요가 없으니 그걸 만들어내는 액수도 당연히 줄어들겠죠. 문제는 일반 괴물 영화들이 장점은 살리지 못한 채 단점만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솔직히 괴물 영화에 괴물이 안 나오는 건 단점이 될 수밖에 없거든요. 이걸 극복하려면 연출이나 시나리오, 캐릭터, 주제 등으로 괴물이 나올 때까지 시선을 붙잡아야 합니다. <에일리언>은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각종 디자인과 상징으로 점철했습니다. <죠스>는 (말이 필요 없는) 주제곡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 대립으로 긴장감을 형성했고요. 헌데 일반 괴물 영화는 시나리오도 늘어지고, 인물도 지루하고, 뚜렷한 주제도 없으니 재미가 없을 수밖에요.
그러면 이 공식을 <프레데터>에 대입해보면 어떨까요. <프레데터>는 할리우드 괴물 영화의 전형이라고 할만 합니다. 이 영화는 높은 흥행을 거두었고, 평가도 좋으며, 아직까지도 시리즈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수익성 좋은 상품입니다. 과연 이런 <프레데터>도 다른 괴물 영화들처럼 그저 그렇게 일관하는 상투성 덩어리일까요.
먼저 ‘괴물은 마지막에 가서야 모습을 드러낸다’는 공식을 적용하면, <프레데터>도 이 공식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할 것처럼 보입니다. 사실 얼굴까지 포함해서 프레데터 전체 모습이 드러나는 때는 아놀드와 싸우는 후반부니까요. 하지만 한편으로 <프레데터>는 이 공식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 외계 사냥꾼은 중반부터 꾸준히 관객들에게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훤한 대낮에 전신을 다 드러냈습니다. 단지, 관객들이 그걸 제대로 알아보지 못할 뿐입니다. 왜냐하면 프레데터는 은폐 기술을 사용하니까요. 하지만 은폐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프레데터가 전신을 드러냈다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프레데터라는 괴물 자체가 그렇게 보이지 않는 형태를 목적으로 만들었으니 뭐라고 항변할 길도 없지요. 이렇듯 <프레데터>는 괴물 영화 공식에서 교묘히 떨어져 나왔습니다.
보통 괴물들은 그림자에 몸을 숨기거나 다른 은폐물에 몸을 숨깁니다. 그래야 모습을 조금만 드러내면서 긴장감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감독이 착각)하니까요. 하지만 <프레데터>는 그런 것도 아닙니다. 날빛이 쏟아지는 가운데 관객들 눈 앞을 휙휙 돌아다닙니다. 따라서 이 괴물은 다른 괴물들로부터 저만치 거리를 두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혹시 그림자에 몸을 숨기는 다른 괴물이나 은폐하는 프레데터나 똑같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둘은 전혀 다릅니다. 은폐 기술은 프레데터 고유의 기술이며, 이걸 없애버리는 건 설정과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소리와 같습니다. 그림자에 몸을 숨기는 건 굳이 괴물이 아니더라도 가능하지만, 은폐 기술은 이런 SF 영화가 아니라면 나올 수 없으니까요. 은폐 기술을 없애는 건 프레데터라는 괴물 자체를 부정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밖에서 봐도 그렇습니다. 괴물을 그림자에 감추는 건 그리 돈 드는 작업이 아닐 겁니다. 오히려 돈을 절약하는 작업이겠죠. 그러나 프레데터 은폐 기술은 그렇지 않습니다. 은폐 효과를 내기 위해서도 시각효과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게 (그 당시에는) 꽤나 어려운 일이라고 하더군요. 즉, 은폐 프레데터가 많이 나온다고 해서 제작비를 아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이걸 어떻게 다른 괴물들하고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영화 안에서 보든 밖에서 보든 차별성을 둘 수밖에 없지요.
그리고 프레데터는 괴물을 보여주는데 이런 은폐 기술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괴물의 시점을 적절하게 이용하는데요. <죠스>처럼 카메라를 그냥 인물들 뒤에 들이대는 게 아니라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열 감지기를 이용해 ‘무언가 다른 생명체’라는 걸 암시하죠. 관객도 사람인데, 사람은 이런 열 감지기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이질감을 느끼게 마련이죠. 더불어 프레데터가 그르륵거리는 소리라든가 기타 효과음을 집어넣어 이질감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여기다가 소리의 높낮이라든가 줌인/줌 아웃도 표시해서 단순한 시점이 아닌 디스플레이를 보여줍니다. (저는 은폐 기술보다 이 열 감지 시점이 더 인상 깊었습니다)
결국 <프레데터>는 할리우드 괴물 영화의 표본을 따라가는 한편 그 자리에서 몇 걸음 떨어졌습니다. 이 영화가 <에일리언> 부류의 아류작이면서도 그 한계를 극복한 건 이런 공이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놀드의 이름값이나 힘 있는 연출, 심장을 두드리는 음악 등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요) 이 점 때문에 <프레데터>가 상업영화라는 테두리 내에서도 독특한 입지를 점한 것이겠지요.
'괴물'은 아무래도 단순히 초중반부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일반적인 공식에서 벗어나는 건 아닐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베일에 가려진 괴물이나, 무언가 괴물 자체에 충격적인 반전이 있을 것 같군요.
프레데터는 영화 후반부에 가서야 그 본모습이 나온다는 일반적인 괴물 영화의 공식에서 벗어났다고, 혹은 벗어났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은폐와 가면을 통해 이루어지는 이중성. 독특하고 이질적인 시야, 그들 특유의 소리. 여러가지로 형성이 된 것이죠. 아이디어가 주는 위대함이란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합니다.
RockdomM
그것은 은폐와 가면을 통해 이루어지는 이중성. 독특하고 이질적인 시야, 그들 특유의 소리. 여러가지로 형성이 된 것이죠. 아이디어가 주는 위대함이란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합니다.
Rockdo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