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프레데터>를 리메이크한다던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러면서 유명 레슬링 선수를 데려와 프레데터와 대결을 벌인다는 이야기도 있었죠. 하지만 결국 뜬소문이라고 하더군요. 어떤 의미에서는 참 다행스러운 일인 것도 같고, 아쉽기도 하고 감정이 복잡하네요. <프레데터>가 지닌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프레데터>는 크리쳐가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에일리언>도 그런 영화죠. 하지만 <에일리언>이 영화 주제나 크리쳐, 우주 분위기로 승부했다면, <프레데터>는 아놀드 슈왈제네거라는 당대 액션 스타에 크게 의존했습니다. 그래서 영화 포스터 전면에도 아놀드를 크게 부각시켰고요. 영화 홍보 문구에도 아놀드가 나온다는 말이 빠지지 않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크리쳐가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프레데터는 매력이 철철 넘치는 괴물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스타에 의존할 때, 그 스타가 없어지면 영화는 빛이 바랩니다. <에일리언>처럼 크리쳐 자체만 가지고 승부를 할 수는 없다는 거죠. 따라서 아놀드가 다시 나오지 않으면 <프레데터> 리메이크는 실패할 공산이 큽니다. 더군다나 유명하다고 해서 레슬링 스타를 부르는 건 더 안될 말이죠. 요즘 더 락이 여기저기 많이 나오는데, 똑같이 근육질이라고 해도 더 락과 아놀드는 비중이 다릅니다. 아놀드는 <터미네이터>나 <코난 디스트로이어> 등 세월이 흘러도 남을 명작에 출현했습니다. 그에 비해 더 락은 그저 액션 스타일 뿐이죠. 그런데 무의식 중에 이런 점이 알게 모르게 작용하거든요. 그래서 아놀드 쪽이 뭔가 더 있어 보이게 되죠.

<프레데터>가 지닌 한계라는 건 바로 이걸 두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이 영화는 배우를 내세우기 때문에 그 배우에 필적하는 인물이 없으면 안 됩니다. 에일리언이 우정출현하지도 않고, 그저 프레데터만 나와서는 외면받을 거란 뜻입니다. 저야 프레데터만 나온다 해도 두 손 들어 환영하지만, 관객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런데 현재 아놀드를 이을 차세대 근육 배우는, 글쎄요, 딱히 없다고 봅니다. 시대도 흘렀고, 감수성도 변했으니까요.

저는 액션배우를 찾기 보다 차라리 크리쳐 쪽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한다고 봅니다. CG 기술이 많이 발달했으니 이쪽으로 나가자는 거죠. 프레데터도 여러 명 등장하고, 우주선도 길게 나오고, 보다 다채로운 특수효과를 보여주는 겁니다. 프레데터가 다른 외계인들과 싸우는 걸 보여주는 것도 괜찮겠죠. (에일리언이 아닌 오리지널 외계인 말입니다) 아놀드를 대체하긴 어려우니 크리쳐 영화답게 프레데터를 전면에 내세우는 겁니다. 이게 더 낫지 않을까요.

<프레데터> 리메이크든 <프레데터 3>든 좋으니 이제 그만 아놀드에게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프레데터에겐 그만한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