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곳에 너무 늦게 도착하고 말았다.

그보다 더 최악인 것은, 키퍼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컨테이너에 등을 기댄 채, 코너의 어깨 너머로 상황을 살피면서 권총을 그녀의 머리에 갖다 대고 있었다.

그는 면상 가득 자만심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애초에 로건을 이 난장판 속으로 끌어들였을 때 지었던 그 표정이었다.

로건은 그 표정이 싫었다.

그 표정을 지을 땐 로건이 어찌할 방도가 없을 때 뿐 이었고 그 사실을 키퍼가 잘 알고 있었기에 더더욱 싫어했다.

“에이버리!” 키퍼가 소리쳤다.

“네 소중한 엄마는 내가 데리고 있다! 당장 -지금 당장- 모습을 드러내면 목숨을 살려주겠다! 안 그러면... 이 차갑고 모진 세상에 부모 없는 고아가 하나 더 늘어날 거야. 그렇게 되고 싶은 건 아니지, 안 그래?”

로건은 공기 중에서 에이버리나 엘렉트라의 체취를 찾으려 하였지만 특정 누군가의 체취를 분간해 낼 수가 없었다.

만약 소녀가 똑똑하다면, 함정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만약 소녀가 엘렉트라를 찾았다면, 엘렉트라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라면 절대 에이버리가 키퍼의 인질극에 놀아나도록 만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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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퍼는 자세를 바로 잡고 총을 고쳐 쥐었다. 그가 팔로 코너 박사의 목을 감자, 그녀는 움찔하고 놀랐다.

반대편에서 살아남은 특수 부대원들이 다가왔다.

30명이나 되던 인원이, 지금은 고작 여섯 명만 남았다. 그리고 그들 중 현재 상황을 달가워 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어떻게 할 거냐, 에이버리?” 키퍼가 소리쳤다. “시간이 별로 없어!”

침묵이 흐르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기다리는 남자들과 겁에 질린 한 여인이 내는 소리가 전부였다.

“젠장, 에이버...”

“난 여기에 있어요.” 소녀가 말했다. “소리 좀 그만 질러요.”

키퍼는 코너를 잡은 채, 휙 돌아보았다.

로건과 남은 특수 부대원들도 양복쟁이를 따라 보았다.

열다섯 발자국 정도 떨어진 곳에, 컨테이너 모퉁이에서 에이버리가 나타나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잡아.” 키퍼가 말했다.

특수 부대원 두 명이 앞으로 나갔다.

그때 에이버리가 오른팔을 쭉 펴고 손에 쥔 것을 펼쳐 보였다.

수류탄이었다.

“먼저 엄말 보내줘요.” 에이버리가 말했다. “엄마를 놔줘야 날 데려갈 수 있어요. 안 그러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될 거에요.”

그의 옆에서, 로건은 키퍼가 웃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일단 수류탄부터 내려 놓으렴, 아가야.”

“엄마 먼저 보내줘요.”

로건의 목덜미 뒤쪽에서 짜릿한 피 냄새가 느껴졌다.

고개를 홱 틀어서 진원지를 찾으려 하다가 로건은 키퍼 머리 위쪽 컨테이너 가장자리에 서있는 엘렉트라를 발견하였다.

그녀는 양 손에 사이를 쥔 채로 로건과 눈을 마주쳤고, 아주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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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부터 치워라, 에이버리.” 키퍼는 계속 떠들고 있었다. “안 그러면 누가 다칠 지도...”

로건은 왼손의 클로를 뽑고 돌진해서 키퍼의 노출된 허벅지에 세게 찔러 넣었다.

키퍼는 놀람과 고통이 뒤섞인 비명을 내질렀다.

로건은 다른 한 손으로 코너를 잡아 당겨서, 그의 등 뒤로 보냈다.

그는 다리에서 클로를 뽑고, 오른손 클로도 꺼냈다.

그의 주변에서, 키퍼의 남은 부하들이 그를 막기 위해 돌아서는 것이 보였다.

그들 너머로, 왼편에서, 에이버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벌써 한 놈의 목에 팔꿈치를 찔러 넣어서 쓰러뜨린 후였다.

키퍼는 쌍욕을 내뱉고, 총을 들어 올렸다.

그때 엘렉트라가 그를 덮쳤다.

사이 한 자루가 그의 목 옆을 뚫고 들어가서, 어깨의 근육들을 지나 심장에 박혔다.

키퍼의 눈동자는 경악으로 인해 커졌고, 비명을 지르려고 입이 벌어졌다.

엘렉트라는 다른 한 자루의 사이를 그의 목에 대고 밀어 올렸다.

키퍼는 채 일 초가 지나기도 전에 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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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무기들을 뽑고, 그가 쓰러지자, 그를 밟고 서서 다음 타겟을 노려보았다.

그 남자는 무기를 떨어뜨리고 그녀가 공격하기 직전에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

엘렉트라는 공격을 거두고, 각도를 틀어 다음 사람을 노렸다.

그도 방금 전 사람과 마찬가지로 항복했다.

그녀는 남은 자들을 하나씩 돌아보았다.

살아 남은 자들은 전부 무기를 떨어뜨리고, 손을 들어 항복했다.

“로건.” 눈과 사이는 앞에 있는 남자들을 향해 겨눈 채로, 엘렉트라가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겠지?”

“여기 있는 엄마랑 아이 말이야? 그래, 생각해 둔게 있지.”

“그럼 가, 그들을 안전하게 지켜줘.”

“아니, 잠깐만...”에이버리가 말했다.

“어서.” 엘렉트라가 말했다.

“괜찮겠어?” 로건이 물었다.

“가.” 닌자가 말했다.

로건은 안전을 위해 칼날을 집어넣고, 딸을 양 팔로 감싸 안은 코너에게 한 손을 내밀었다. 에이버리는 품에 안긴 채로, 엘렉트라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로건더러 어떻게 좀 해보라는 듯이 바라보았다.

“가자.” 로건이 말했다.

그는 그들을 키퍼의 차로 데리고 갔다. 모녀는 그가 운전석에 앉기도 전에 함께 뒷좌석에 탔다.

멀어져 가면서, 그는 백미러로 에이버리가 엘렉트라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엘렉트라는 돌아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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