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건은 컨테이너에서 20미터 쯤 떨어진 장소에서, 키퍼 옆에 서서 기술자가 에이버리 코너가 저 안에 있다고 확인해 주는 것을 듣고 있었다.

그 말인 즉, 엘렉트라도 저 안에 있다는 소리였다.

키퍼는 갑자기 담이 커졌는지, 메가폰을 들고 부하 세 명을 컨테이너 가까이 접근 시켰다.

그리고 메가폰으로 엘렉트라에게 직접 말을 걸었다.

아무런 대꾸도 들리지 않았고, 키퍼는 약간 열 받은 것 같았다.

로건은 두 눈으로 보고도 믿겨지지 않는 짓에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전부 쓸데없는 짓이었다.

그는 이미 키퍼에게 상대는 닌자라고 경고 했었다.

어떤 닌자도 자신이 공정한 싸움을 하게 될 것이라 믿는 자는 없다.

키퍼는 그 사실을 잊어버렸거나 아니면 단순히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말을 꺼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둘.” 키퍼가 메가폰에 대고 외쳤다. “하...”

컨테이너 앞 쪽이 엄청난 파편들을 날리면서 폭발했다.

문을 부수고 침투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키퍼의 부하들도 뒤로 내동댕이 쳐졌다.

그들의 비명은 폭발음에 묻혀서 사라졌다.

눈이 내리는 하늘에 연기가 자욱히 피어 올랐다.

키퍼와 기술자 녀석은 문 조각들이 주변에 떨어지자 움찔하면서 몸을 숙이고, 욕설을 내뱉었다.

로건은 이런 상황이 일어날 것이라고 거의 예측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눈길을 돌리지 않고, 그들이 컨테이너에서 뛰쳐나와 몸을 숨길만한 곳으로 뛰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엘렉트라는 전투를 위해 차려 입고 있었다.

그녀는 붉은 비단을 몸에 두르고 질주해 나갔다.

에이버리는 몸을 숙인 채, 그녀의 오른손을 잡고 뒤따르고 있었다.

다른 컨테이너들 사이로 사라지기 직전, 엘렉트라는 그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로건은 그녀가 그를 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와 에이버리는 사라졌다.

그는 그들을 쫓았다. 

목소리들이 들렸다.

목소리들이 사방에서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저 멀리, 엘렉트라 앞 쪽에서 그들을 찾으려는 플래쉬 불빛들이 보였다.

그녀는 다시 돌아서서, 다른 컨테이너들의 열들 사이로 에이버리를 잡아 끌었다.

다음 모퉁이에서 그녀는 소녀의 양 팔을 붙잡고 그녀의 머리 위로 던져 올렸다.

에이버리는 가까스로 컨테이너 윗부분을 잡고 기어 올라갔다.

엘렉트라는 높이 뛰어서 턱을 짚고 몸을 회전시켜서 올라갔다.

그녀는 착지할 때, 손을 에이버리 등 뒤에 올려서 엎드리도록 억지로 밀어붙이고, 소녀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 아래쪽에 발소리가 울려 퍼졌고 더 많은 고함들이 들려왔다.

멀리서 키퍼가 욕지기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발소리들은 차츰 멀어져 갔다.

무전기들이 삑삑거리는 소리가 컨테이너 계곡들 사이로 메아리치며 울려 퍼졌다.

그녀는 그녀가 가진 선택권들을 고려해 보았다. 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혼자라면, 그녀는 이들과 기꺼이 싸워줬을 것이고, 혼자라면, 아마 이겼을 것이다.

그림자 속에 숨어서, 조용히 몸을 숨기면, 한 번에 한 명씩 죽여서 저들의 수를 줄이고 저들의 공포를 이용할 수 있었다.

쉽진 않은 일이겠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고 이전에도 여러 번 해본 적이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에이버리 때문에 불가능했다. 에이버리와 함께라면 숨는 것이 더 힘들어 지고, 가능한 전술들에 차질이 생겼다.

그보다 더한 것은, 엘렉트라는 키퍼에게 소녀를 추적할만한 수단이 있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빨리 그녀를 두 번이나 찾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게 무엇인진 몰라도, 엘렉트라는 그것이 소녀의 몸 밖보다, 속에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만약 그녀의 추리가 사실이라면, 그것을 찾아내기란 무척 힘들 것이고, 더욱이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절대 불가능할 것이었다.

엘렉트라는 고개를 살짝 내밀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에이버리도 옆에서 그녀를 따라하고 있었다.

컨테이너 몇 개 너머로 공터 입구가 보였고, 제멋대로 정차되어 있는 차량들이 보였다.

그중 한 대의 헤드라이트 사이로 경비 두 명이 총을 한 여자에게 겨눈 채로 서 있었다.

에이버리가 헉하고 숨을 삼켰다. “엄마.” 그녀가 속삭였다.

놀람과 공포, 그리고 감정들이 본능적으로 내뱉은, 그 작은 한 마디에 응축되어 있었다.

훗날, 엘렉트라는 에이버리가 그때 당시, 자기가 입 밖으로 소리를 내었다는 걸 알기나 할지 궁금해 했다.

다른 모든 사정을 제외한, 소녀의 본심이 내뱉은 말이었다.

엘렉트라는 고개를 낮춰서, 그녀 옆에 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에이버리는 여전히 멀리 있는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소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선택해.” 엘렉트라가 말했다. “니가 결정해야할 문제야.”

에이버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엘렉트라는 소녀의 표정에서 그녀가 결심을 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그때 엘렉트라는 그들 밑의 컨테이너가 살짝 진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몸을 굴려 에이버리에게서 멀어진 후, 자세를 낮춘 채로, 그녀의 사이를 꺼내고, 손에서 칼날이 나오는 작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 남자의 이름은 로건이었다.

그는 그들 뒤쪽으로 올라와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양 손에서 나온 칼날들이 불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전에도 죽였으니.” 엘렉트라가 말했다. “또 죽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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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소리 없이 활짝 웃었다. 그녀 말을 믿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전적으로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엘렉트라가 한 번도 위협을 해본 적이 없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녀는 단지 약속을 할 뿐이었다.

로건은 부드럽게 말했다. “난장판을 벌이려고 온 게 아니야, 아가씨. 난 도우러 왔다. 저 밑에 있는 놈은 소녀를 원해. 난 저 밑에 있는 놈이 그녀를 데려가지 못하게 막을 거야. 난 저 놈이 마음에 안 들어. 아마 너도 그럴 텐데.”

엘렉트라는 자세를 바꾸지 않고, 듣고 있었다.

양 손에 쥔 사이들은 흔들림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과 어깨에 눈이 떨어졌다.

그녀의 옆에서, 에이버리가 돌아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에는 공포가 서려 있었다.

“우리 엄마.” 에이버리가 로건에게 힘없이 말했다. “우리 엄마는요?”

“그녀는 널 걱정하고, 널 돌려받길 원하고 있어.” 그는 시선을 엘렉트라에게 고정시킨 채로 말했다.

“더는 시간이 없어. 키퍼는 아이를 추적할 방법을 가지고 있어, 엘렉트라. 서두르지 않으면 그놈이 찾고 말거야. 그리고 그놈은 일이 틀어진다고 생각하면 소녀의 엄마를 죽일 거야. 힘을 합치지 않겠어?”

닌자는 사이를 내렸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에이버리를 보았다.

에이버리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여인은 몇 초 동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로건은 둘 사이에 무언가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언의 승낙이나 소통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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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엄마에요.” 에이버리가 닌자에게 말했다.

엘렉트라는 한 손으로 에이버리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가 시키는 대로 하렴.” 엘렉트라가 그녀에게 말하고, 컨테이너 가장자리로 이동했다.

뛰어내리기 전, 그녀는 로건에게 말했다. “아이의 어머니를 구출해. 나머지는 내가 처리하겠어.”

그리고 그녀는 뛰어내렸고, 컨테이너들 사이로 모습을 감췄다.

로건은 칼날들을 집어넣고 에이버리에게로 다가갔다.

소녀는 엘렉트라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느냐고 그가 다가가는 줄도 몰랐다.

“자, 꼬마 아가씨.” 로건이 말했다. “이제 엄마한테 데려다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