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데시코 외전 : 호넷 - 작가 : Frank
글 수 87
2204년 03월 20일. 화성 사이도니아 상공(대기권 밖)
"본국으로부터의 급보다. 공군이 러시아와 한 판 했다는군."
"장소는, 어느 비행단이라고 합니까?"
"알래스카야. 엘멘도르프 공군 기지에 배치된 3항공군이라는군. 북
미 방공 사령부 직할의 항공군이지."
"허쉬 피격 이후 분위기가 매우 험악해 졌습니다. 이러다 여기 까지
불길이 미치는 게 아닐까요?"
"함장, 이곳엔 불이 난 지 오래야.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알지 못할
뿐이네."
미드웨이급 항모 6번함 엔터프라이즈의 함내 식당 한 켠에 마련된
사관용 공간에 자리를 잡고 식사 중인 '필립 파울러' 제독과 함장
'로지 에르난데스' 대령은 지구에서 벌어진 무력 충돌 소식을 듣고
도 크게 놀라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미 예견된 일이기 때문이
었다.
파울러 제독은 곧바로 그릇 위에 놓인 포크 커틀릿을 칼로 먹기 좋
게 자른 다음 포크로 찍은 다음 입에 넣었다.
"지구에서 공수된 순돈육으로 만든 거라네. 우주에서 사육된 돼지는
어딘가 모자른 곳이 많아서 먹기가 좀 그렇지."
"전반적으로 콜로니의 환경이 지구보다 더 깨끗하다고 들었습니다.
굳이 걱정하실 것 까지야..."
"콜로니의 생태계는 인공적으로 꾸며진 것이네. 바이오 스피어에서
의 참담한 실패를 상기하게나. 지금 당장은 문제 없을 테지만, 반세
기가 지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주의해야만 해."
"왜 농무성이 알아서 할 일에 관심을 갖고 계십니까?"
"내 아내가 C-FARM에 투자하고 있거든. 젊었을 때 주식 투자로
얻은 순이익의 절반을 아내에게 맡겼는데 그걸 투자해서 이익을 얻
고 있어. 적당한 때에 관두라고 말하고 있지만, 내 말을 듣기나 하
겠나?"
"걱정이 크시겠군요."
"아직까지는 아닐세."
2204년 03월 21일. 12시 30분. 뉴욕
루리는 보도를 따라 걸으면서 종이에 적은 주소들을 확인하고 있었
다. 시카고에서 돌아오기가 무섭게 그녀는 매카시 대령이 넘겨준 서
류에 거론된 사람들을 찾아다녔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의문에
답이 되어줄 사실들을 알고 있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
그녀는 눈 앞에 서 있는 으리으리한 저택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
했다. 하얀색 지붕에 대리석 기둥으로 이루어진 저택은 보는 이에
따라선 차라리 아름답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였다.
그녀는 정신을 추스리자마자 저택 출입문에 설치된 벨을 눌렀고 곧
반응이 왔다.
-누구시죠?
"베넨슨 제독님을 뵈러 온 사람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하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원 확인을 위해 설치된 홍채 검색
기가 루리의 오른쪽 눈동자를 확인했고, 곧 문이 열렸다. 들어와도
좋다는 뜻이었다.
"제독님은 휴가 중엔 조용히 집에 있고 싶어하시는데다 사람들도
여간해선 찾지 않아서 지루하신지 소령님만큼은 빨리 만나고 싶어
하신답니다."
자신을 안내해주는 하녀의 말에 루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저택의 아름다움에 못지 않게 정원도 잘 정돈되어 있
었다. 곧 저택 안에 들어서자 거실 한 켠에서 소파에 앉은 채 TV
뉴스를 시청 중인 노인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곧 그는 리모컨으
로 TV를 끈 후 루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 무슨 일로 날 찾았나?"
"제독님께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나의 과거 말인가? 하하하..."
제독의 물음에 루리는 당황한 나머지 대답하지 못했고, 제독은 그저
웃기만 했다. 곧 제독은 컵에 든 물을 마신 후 입을 열었다.
"그래.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알제리 내전 부터가 좋겠군.
내가 젊었을 때지. 그땐 두려운 게 없었어. 한 방만 맞아도 가루가
될 고속정에 몸을 싣고 반군의 무장 모터보트들을 상대로 싸웠지.
죽을 고비를 넘긴 게 한 두 번이 아니었어. 나는 그 때 수많은 작전
에서 공을 세웠지. 하지만,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건 하
나도 없네.
왜냐하면 그걸 인정했다간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지거든. 지금도 수
많은 와하브 주의자(이슬람의 율법대로 살아가자고 주장하는 자들
이다. 나쁘게 표현하자면 또라이다.)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있기 때문
이지. 하루는 이런 일도 있었네. 구호 단체 요원들이 식량을 배급하
는 걸 근처에서 지켜보는 중이었어. 나는 SEAL 대원이어서 그들을
보호해야만 했거든. 그러다가 어느 부인이 식량을 받아가려고 했지.
그 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 줄 아나? 그 여자가 우리한테 수류탄을
던진 거야. 난리도 아니었지. 그걸 급한 대로 되받아 던지고 숨었는
데 그게 터지고 나니 엄청난 일이 벌어진 거야. 그 여자를 포함해
민간인 십 수명이 죽거나 불구가 됐지. 지금도 어제 일처럼 기억에
선해. 아직도..."
거기 까지 말한 후 제독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루리는 그의 표정
을 살피면서 결례가 될 것임을 알면서도 질문을 던졌다.
"저... 제독님, 혹시 플로리다의 에그린 기지에서 근무하신 적이 있
으신가요?"
"참 좋은 곳이지. 그 때는 환경이 무척 좋았던 때라 연구하기가 좋
았지. 군에 들어오기 전에 생명 공학을 공부해 둔 덕에 그곳에서 많
은 시간을 보냈어. 최초의 요정을 나와 동료들이 만들었지. 역사엔
기록되지 않았지만..."
거기 까지 말한 후 제독은 입을 다문 채 창 밖으로 보이는 거리로
시선을 옮겼다. 선글래스로 자신의 눈 빛을 가린 그의 표정은 수많
은 일을 경험한 연장자가 어떤 존재인가를 말 없이 보여주었다.
루리는 더 이상 물어봐도 얻을 대답이 없다는 것을 느낀 듯 일어서
며 말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독님."
"아니네. 잠깐이나마 다른 사람을 만난 내가 더 고맙다고 말해야 할
입장이야."
곧 저택을 나선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며 잘 가라는 듯 손을 흔드는
제독에게 답례한 후 지하철을 타기 위해 플랫폼으로 향하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들 모르고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열차가 오기를 기다리며 벤치에 앉은 루리는 평소
처럼 주위를 둘러보던 중 반대쪽 플랫폼에서 인파 속을 헤치며 걸
어가는 누군가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는 곧 계단을 따라
올라간 후 반대쪽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얼마 후 멈추어 섰
다. 그녀는 곧 코트를 입고 중절모를 쓴 채 걸어가던 남자 앞에 섰
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케, 케빈..."
남자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곧 안정을 찾은 두 사람은 서로
포옹했다.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본국으로부터의 급보다. 공군이 러시아와 한 판 했다는군."
"장소는, 어느 비행단이라고 합니까?"
"알래스카야. 엘멘도르프 공군 기지에 배치된 3항공군이라는군. 북
미 방공 사령부 직할의 항공군이지."
"허쉬 피격 이후 분위기가 매우 험악해 졌습니다. 이러다 여기 까지
불길이 미치는 게 아닐까요?"
"함장, 이곳엔 불이 난 지 오래야.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알지 못할
뿐이네."
미드웨이급 항모 6번함 엔터프라이즈의 함내 식당 한 켠에 마련된
사관용 공간에 자리를 잡고 식사 중인 '필립 파울러' 제독과 함장
'로지 에르난데스' 대령은 지구에서 벌어진 무력 충돌 소식을 듣고
도 크게 놀라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미 예견된 일이기 때문이
었다.
파울러 제독은 곧바로 그릇 위에 놓인 포크 커틀릿을 칼로 먹기 좋
게 자른 다음 포크로 찍은 다음 입에 넣었다.
"지구에서 공수된 순돈육으로 만든 거라네. 우주에서 사육된 돼지는
어딘가 모자른 곳이 많아서 먹기가 좀 그렇지."
"전반적으로 콜로니의 환경이 지구보다 더 깨끗하다고 들었습니다.
굳이 걱정하실 것 까지야..."
"콜로니의 생태계는 인공적으로 꾸며진 것이네. 바이오 스피어에서
의 참담한 실패를 상기하게나. 지금 당장은 문제 없을 테지만, 반세
기가 지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주의해야만 해."
"왜 농무성이 알아서 할 일에 관심을 갖고 계십니까?"
"내 아내가 C-FARM에 투자하고 있거든. 젊었을 때 주식 투자로
얻은 순이익의 절반을 아내에게 맡겼는데 그걸 투자해서 이익을 얻
고 있어. 적당한 때에 관두라고 말하고 있지만, 내 말을 듣기나 하
겠나?"
"걱정이 크시겠군요."
"아직까지는 아닐세."
2204년 03월 21일. 12시 30분. 뉴욕
루리는 보도를 따라 걸으면서 종이에 적은 주소들을 확인하고 있었
다. 시카고에서 돌아오기가 무섭게 그녀는 매카시 대령이 넘겨준 서
류에 거론된 사람들을 찾아다녔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의문에
답이 되어줄 사실들을 알고 있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
그녀는 눈 앞에 서 있는 으리으리한 저택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
했다. 하얀색 지붕에 대리석 기둥으로 이루어진 저택은 보는 이에
따라선 차라리 아름답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였다.
그녀는 정신을 추스리자마자 저택 출입문에 설치된 벨을 눌렀고 곧
반응이 왔다.
-누구시죠?
"베넨슨 제독님을 뵈러 온 사람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하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원 확인을 위해 설치된 홍채 검색
기가 루리의 오른쪽 눈동자를 확인했고, 곧 문이 열렸다. 들어와도
좋다는 뜻이었다.
"제독님은 휴가 중엔 조용히 집에 있고 싶어하시는데다 사람들도
여간해선 찾지 않아서 지루하신지 소령님만큼은 빨리 만나고 싶어
하신답니다."
자신을 안내해주는 하녀의 말에 루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저택의 아름다움에 못지 않게 정원도 잘 정돈되어 있
었다. 곧 저택 안에 들어서자 거실 한 켠에서 소파에 앉은 채 TV
뉴스를 시청 중인 노인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곧 그는 리모컨으
로 TV를 끈 후 루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 무슨 일로 날 찾았나?"
"제독님께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나의 과거 말인가? 하하하..."
제독의 물음에 루리는 당황한 나머지 대답하지 못했고, 제독은 그저
웃기만 했다. 곧 제독은 컵에 든 물을 마신 후 입을 열었다.
"그래.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알제리 내전 부터가 좋겠군.
내가 젊었을 때지. 그땐 두려운 게 없었어. 한 방만 맞아도 가루가
될 고속정에 몸을 싣고 반군의 무장 모터보트들을 상대로 싸웠지.
죽을 고비를 넘긴 게 한 두 번이 아니었어. 나는 그 때 수많은 작전
에서 공을 세웠지. 하지만,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건 하
나도 없네.
왜냐하면 그걸 인정했다간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지거든. 지금도 수
많은 와하브 주의자(이슬람의 율법대로 살아가자고 주장하는 자들
이다. 나쁘게 표현하자면 또라이다.)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있기 때문
이지. 하루는 이런 일도 있었네. 구호 단체 요원들이 식량을 배급하
는 걸 근처에서 지켜보는 중이었어. 나는 SEAL 대원이어서 그들을
보호해야만 했거든. 그러다가 어느 부인이 식량을 받아가려고 했지.
그 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 줄 아나? 그 여자가 우리한테 수류탄을
던진 거야. 난리도 아니었지. 그걸 급한 대로 되받아 던지고 숨었는
데 그게 터지고 나니 엄청난 일이 벌어진 거야. 그 여자를 포함해
민간인 십 수명이 죽거나 불구가 됐지. 지금도 어제 일처럼 기억에
선해. 아직도..."
거기 까지 말한 후 제독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루리는 그의 표정
을 살피면서 결례가 될 것임을 알면서도 질문을 던졌다.
"저... 제독님, 혹시 플로리다의 에그린 기지에서 근무하신 적이 있
으신가요?"
"참 좋은 곳이지. 그 때는 환경이 무척 좋았던 때라 연구하기가 좋
았지. 군에 들어오기 전에 생명 공학을 공부해 둔 덕에 그곳에서 많
은 시간을 보냈어. 최초의 요정을 나와 동료들이 만들었지. 역사엔
기록되지 않았지만..."
거기 까지 말한 후 제독은 입을 다문 채 창 밖으로 보이는 거리로
시선을 옮겼다. 선글래스로 자신의 눈 빛을 가린 그의 표정은 수많
은 일을 경험한 연장자가 어떤 존재인가를 말 없이 보여주었다.
루리는 더 이상 물어봐도 얻을 대답이 없다는 것을 느낀 듯 일어서
며 말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독님."
"아니네. 잠깐이나마 다른 사람을 만난 내가 더 고맙다고 말해야 할
입장이야."
곧 저택을 나선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며 잘 가라는 듯 손을 흔드는
제독에게 답례한 후 지하철을 타기 위해 플랫폼으로 향하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들 모르고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열차가 오기를 기다리며 벤치에 앉은 루리는 평소
처럼 주위를 둘러보던 중 반대쪽 플랫폼에서 인파 속을 헤치며 걸
어가는 누군가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는 곧 계단을 따라
올라간 후 반대쪽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얼마 후 멈추어 섰
다. 그녀는 곧 코트를 입고 중절모를 쓴 채 걸어가던 남자 앞에 섰
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케, 케빈..."
남자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곧 안정을 찾은 두 사람은 서로
포옹했다.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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