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지구 5  
  

주식회사 지구 5.
; 흥정  

1.
계약과 거래, 거기에는 분명 흥정이 따른다. 대상이 외계인이든 악마든지 간에.....

2.
나는 ‘거래?遮?말에 한동안 정신이 멍해 있었다. 무슨 부동산을 사는것도 아니고 물건을 주고 받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이렇게 비행접시 타고 다니고 영화에서만 보던 FBI를 장난감 다루듯이 다루는 존재랑 무엇을 주고받는단 말인가?

아무튼 호랑이에 물리더라도 정신만차리면 된다는 속담을 떠올리며 나는 말을 꺼냈다.

“저....그런데 저랑 무얼갖고 거래를 한다는 이야기죠?”

눈 같이 생긴 걸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푸른빛을 내는 형체(스스로를 외계인이라 불렀으니 나도 외계인이라고 불러야 겠다.)

“호~ 지구인 치고는 정신을 빨리 차리는것 같군.”

말을 마치던 외계인은 반짝이는 작은 막대 같은걸로 나를 여기저기 비추더니 말을 이었다.

“페닉 상태나 현실감각을 상실한건 아니군. 좋았어 맘에 드는걸, 내가 샘플을 잘 고른거 같아.”

도대체 이 외계인은 나랑 말을 하는건지 혼잣 말을 하는건지 구분이 안갔다. 일단 확인을 하기 위해 다시 말을 했다.

“도대체 저와 무엇을 거래한다는 거죠?”

외계인은 내게 등을 돌린채(그게 등이라고 한다면....) 조종간의 계기판들을 조작하면서 이야기 했다.

“쓸데없이 자살하거나 언론에 오르락 내리락 할 짓거리 하지말고, 그냥 내가 주는 직장에서 죽을 때까지 다니면 돼, 그리고 혹 이상한 외국인이나 정부에서 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집적거리면 ‘모르겠다’라는 대답만 하고 혹 그래도 달라붙으면 ‘이 이후의 일에 대해서 책임 못진다’라는 말만 하면돼, 마지막으로 지금 나와 한 이야기는 지구에 사는 그 누구에게도 하면 안돼, 알겠어?”
나는 겨우겨우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데 외계인은 등에도 눈이 달렸는지 내 동의의 표현을 이해한것 같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3.
외계인은 다시 말을 이었다.

“알았지? 내가 말한대로 지구에서 그냥 살아 준다면 난 너에게 네 동년배가 생활하면서 받는 연봉의 두배를 지급하는걸로....”

나는 의문이 생겼다. 일단 외계인이 돈 준다는 말은 생소하지만 만약 내 연봉의 두배를 줄수 있다면 그이상도 줄수 있지 않는가?

나는 심호흡을 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게 줄수 있다면 그 이상도 줄수 있지 않나요? 아니면 일시불로 수백억 정도도 가능할거 같네요, 말하는걸 들어서는.....”

외계인은 고개만 돌린채 어깨너머로 말을 했다.

“욕심도 많군, 하지만 내가 조사한 지구인들은 일시적은 풍요에 적응을 못하는것 같더라구. 너희들이 말하는 그 ‘복권’이라는거 말이야. 나도 조사를 했거든, 그런데 너한테도 그런 ‘복권’같은게 주어지면 제대로 못살것 같아, 게다가 아무래도 언론의 조명을 받을테니 그것도 문제고....게다가 평균 연봉 두배도 적은건 아니잖아?”

지금 무슨 연봉 협상하는건가? 그것도 외계인이랑?
하지만 가족의 목숨과 잘은 모르겠지만 내 목숨, 그리고 평균 연봉의 두배라면 그리 밑지는건 아니다 싶었다. 하지만 이유가 뭘까?

4.
호기심이란 막을수 없는것 같다.

“근데 내가 왜 당신과 거래를 해야하는거죠?”

내게 등을 돌리고 서있던 외계인은 진지한 듯 뒤로 돌아 앉더니 말을 했다.

“알면 다쳐, 내가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알려주지, 하지만 더 이상 알려고 하지마”

5.
“자 이제 다시 내려주지, 지구인들 말로 이런걸 ‘외계인 납치’라고 하던가? 아무튼 웃기는 생명체 들이야.”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듯 한 기분이 들고 잠시후 ‘우웅’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려, 민박집은 그대로 있을거야. 아 그리고 하나더, 나는 지구상의 어떤 사람을 통해서든 볼수 있고 말을 할 수가 있고 행동을 제어할수 있지, 명심해, 꽁수같은건 안통한다는거”

내가 앉아 있던 장소 옆으로 통로가 하나 생겼고 나는 내 주변에 흘린 짐이 없나 살펴 본뒤 우주선에서 터덜터덜 내려섰다. 잠시후 등뒤에서 눈부신 빛과 강한 바람이 일었고 나는 실눈을 뜨고 우주선이 날아오르는것을 보았다.

나는 터덜터덜 민박집 안으로 들어섰고 내가 자던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민박집의 짐은 그대로였다.

6.
다음날,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겨우겨우 민박집을 나섰다.

민박집 주인은 반가운듯 나에게 다가와서는 신문을 건네고는 말을 했다.

“손님 이거 보래요”

나는 도대체 뭘 보라는건지 궁금해서 민박집 주인이 건내주는 신문의 기사를 보았다.
신문 기사는 다음과 같이 씌여져 있었다.

‘속초 진구면 **항 해안가에서 미국인 익사체 00 명 발견, 사망 예상 시각은........’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신문을 바닥에 떨어뜨린 채 멍하니 하늘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