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모 법무법인의 변호사분과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기로 의기투합하고, 

디지털 트윈, 자율주행자동차 등에 대한 법제화에 대한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의 최일선 주제를 그리 어려움 없이 빠르게 이해하는 모습이 일반적인 변호사답지 않아서, 

어디서 이런 내용을 학습했을까 희한하다 싶었는데, 오늘 전화로 책을 한 권 출간했다고 알려 왔습니다. 

   

[법정에 출석한 인공지능]이라는 얇은 책이었고, 

작년 여름에 40대 중반이 되어 뒤늦게 석사학위과정 밟으면서 쓴 논문을 모 출판사에서 보고는 

단행본으로 출간하자고 연락해 와서 1년 정도 원고를 다듬고 사례를 추가하여 책으로 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보니 작년에 선물받은 그 변호사분의 석사학위 논문이 있었습니다.
- 신경쓰지 않고 받자마자 책장에 넣어 놓을 것을 다시 꺼내 보니, 논문 제목이 SF 그 자체더군요.

[인공지능(AI) 로봇의 법적 지위 고찰]

    

흥미가 생겨 각 잡고 읽으면서, SF 소설에서 한 꼭지로 다루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습니다. 

"움직이는 물체에는 생명이 존재한다"는 관념에 근거하여 '선박'을 사실상 인격화하고(anthropomorphized ship), 

더 나아가 선박에 대하여 형법 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판례가 19세기부터 있어왔다는 것은 충격이었습니다. 

백 년도 더 된 옛날에 어쩌다가 한 번 나온 황당한 판결로 치부하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게 절대로 아닌 것이... 

1995년에 이를 다시 확인하는 판례가 나오면서 무생물도 사람처럼 법인격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사람과 같은 인격이 없더라도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법인(회사)"이 존재하고, 

인공지능 로봇에 대해 법인과 유사한 모습으로 법적인 개념을 정의하여 법적으로 책임을 지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인격화된 선박"의 사례와 연계하여 생각한다면 인공지능 로봇도 당연하게도 스스로 움직이는 물체이고, 

그래서 전통적인 법해석으로 생각해본다면 법적 책임일 지도록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 로봇이 법적 주체가 되어 재판을 받기도 하고, 판결에 따라 처벌을 받기도 하는 게 가능하냐는 테마에 대해... 

결론적으로 "궁극적으로 그렇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과도기에는 우선 법인과 유사한 자격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저자는 이렇게 로봇도 법적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 지금 당장 쌓여 있는 판례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겁니다. 
   
어느새 인공지능 로봇이 법적으로 판결을 받을 수 있는 법적 주체가 될 수 있는가 진지하게 논의하는 세상이 왔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가 [200 살을 맞는 사나이]에서 상상하였던 것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진실로 감개무량합니다. 
   
* 사족
논문 [인공지능(AI) 로봇의 법적 지위 고찰], 단행본 [법정에 출석한 인공지능]을 쓴 변호사분은 
제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오랫 동안 알고 지냈는데, 본래 SF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었던 분이었습니다. 
20년 전, 제 집에 놀러와서는 SF가 집안 곳곳에 꽤 많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여기기도 하였죠. 
그랬던 사람이 "그야말로 SF가 현실이 되어버리는 내용"을 테마로 하는 논문과 책을 쓰다니, 인생은 참말로 알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