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생각하는 대한민국 현 언론 사정은 이렇습니다. 


-종이신문과 TV 뉴스를 보는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 


-뉴스가 SNS와도 경쟁하게 되면서 극단적인 속도전이 되게 되고 그로 인해 기사의 정확성이나 출처가 중요하지 않게 됨. 


-절대 다수의 언론사들이 인터넷에게 정보 전달, 유통의 자리를 빼앗기게 되면서 운영난에 처해 있는 중. 


-대형 언론일수록 운영비 지출에 대한 압박이 심하고 광고주로부터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 


-운영 문제가 심화됨에 따라 경제적 -> 정치적 경향을 띄게 됨. 


-정치계로부터의 간접적인 압박 외에 직접적인 압박도 심해졌고 운영난 때문에 여기에 대항하기도 어려워짐. 


-인터넷 언론의 경우 트래픽량이 광고 수익과 직결되므로 검색어 순위나 낚시 제목으로 오보나 쓰레기 기사를 양산중. 


-언론사 전반의 사정이 어려워짐에 따라 대형 언론들조차 이런 흐름에 동참. 

 -대다수 기성 언론들의 정확성이나 기사 의도의 신뢰성이 떨어지면서 수익이 적어도 운영 가능한 소형 언론이나 팟케스트 등이 오히려 성장하게 되는 아이러니. 

-공교로운 시기에 만들어진 중소 언론사 제한법. 




단편적인 얘기들을 늘어놨지만 간단하게 쳐내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 언론들의 수익 루트가 끊기게 되었고 언론이 밥 주는 손과 권력에 대항할 힘을 잃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서도 살아 보겠다는 발버둥 속에 점점 저질화 되는 중. 



본래 언론의 역할은 나팔수가 아니라 진실을 전달함으로서 대중들이 옳다고 여기는 쪽으로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환경에서는 먹고 살기 위해서 나팔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은 돈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부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우려면 첫번째로 요구되는 필요조건이 경제적으로 자립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거든요. 

그래도 살아 보겠다고 발악하면서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경쟁 상대를 따라가다 보니 똑같이 저질화 된 결과랄까. 

시발점은 기성 언론들이 속도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새로운 경쟁자들을 상대로 기존과 똑같이 속보 경쟁을 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 진짜 언론이 살아 남으려면 속보전이 아니라 정확도와 퀄리티로 승부해야 한다고 생각함. 

어차피 쓰레기 정보는 블로그나 SNS를 통해서 그 어떤 언론보다 광속으로 퍼집니다. 그리고 쓰레기 정보는 진짜 정보의 생성 속보다 압도적으로 빠르고요. 

예전에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루트 자체가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기자가 직접 발로 뛰고 전화해서 얻는 정보가 가장 빠른 정보였지만 이젠 아니죠. 

이제 진짜 정보라고 할 수 있는 건 뭐가 쓰레기 정보가 아니고 뭐가 진짜 정보인지 가려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이런 정보들은 가려내기가 더 어렵고 그걸 밝혀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보들이야말로 정말로 가치 있는 정보들이죠. 



그래서 아마 앞으로 언론이 살아남으려면 속보가 아니라 느리지만 정확하고 가치 있는 정보로 승부를 봐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속도로는 경쟁이 안 되니 다른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춰야죠. 

그리고 이를 위한 중요한 전제 조건은 다수의 대중들이 진짜 정보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고 거기에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진실에 대한 갈망이 일정 이상 되면 사람들은 느리더라도 정확도와 퀄리티가 높은 정보에 돈을 지불하게 될 것이고 이러면 오늘같은 정보 포화 시대에도 언론사가 살아남고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입니다. 

거대 광고주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언론사가 운영될 수 있다면 언론의 자유도 더 강해질 겁니다.  
어떤 의미로 보면 다시 돈주고 종이신문 사서 보던 시대로의 회귀라고나 할까. 
직접 돈 주고 보는 구매자들이 많아질수록 광고 수입에의 의존도는 내려갈 수 있고 언론 본분에 더 신경쓸 수 있겠죠. 

그리고 실제로 그런 시도나 사례들이 몇몇 선진국들에서는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링크된 기사가 소개하는 언론만이 아니라 이 기사가 실린 슬로우 뉴스라는 매체 자체도 이런 새로운 형태를 지향하는 하나의 실례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사의 대상이 되는 언론사와 이 기사를 내보낸 슬로우 뉴스라는 국내 언론사의 차이가 바로 제가 국내 언론사의 향방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짜 뉴스의 가치에 사람들이 돈을 지불하는 곳에서는 저런 언론이 저렇게 크게 흥하게 되겠지만..... 사람들이 쓰레기 정보에 만족하는 나라에서는 이제 제대로 된 언론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질 것인데 

이미 그 차이가 저 기사가 소개하는 언론사와, 저 기사를 낸 언론사의 규모와 수익 차이에서 그 사실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서입니다. 

그리고 그런 부정적인 전망에 더 무게를 싣는 요소는 사람들 전반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고될수록 진짜 정보에 대한 가치를 잊기 쉽다는 거죠. 

당장 내가 먹고 살기 힘들면 정확한 정보를 알고자 하는 욕구도 여유도 사라지고 그저 쓸데 없는 지출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먹고 살기 힘들때 가장 먼저 쳐내는게 문화 생활 소비죠. 

근데 한국 국민들 상황이 점점 소비를 줄여야 하는 상태로 돌입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될수록 국민들은 뭐가 진실이고 뭐가 진짜 문제인지에 대해서 점점 무감각해지며 멀어질 것이고....그건 다시 국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으로 되돌아오게 될 겁니다.

매사가 그렇듯이 이것 역시 순환의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 번 돌기 시작하는 순환은 그것을 반대로 되돌리기가 굉장히 어려운데 국내 언론 상황을 보면 우린 이미 선순환이 아니라 악순환의 고리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아서 말이죠.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중소 언론사들중 유능하고 곧은 어딘가가 어떻게 잘 살아 남아서 인터넷의 힘을 빌어 소규모지만 점점 신뢰도를 쌓게 되고 이걸 토대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정도가 아닐까 추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