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속의 상상 과학과 그 실현 가능성, 그리고 과학 이야기.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과학 소식이나 정보를 소개하고, SF 속의 아이디어나 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상상의 꿈을 키워나가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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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벤자민 프랭클린이 연을 띄워서 번개가 전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프랭클린은 피뢰침을 만들어서 번개의 피해를 줄이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각지의 수많은 건물에는 피뢰침이 설치되어 번개의 위협을 막아내고 있으며, 수많은 이가 번개의 피해를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프랭클린의 발견은 단순히 '번개의 정체'를 밝혀낸 것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바로 인간이 신의 시대에서 벗어나 이성의 시대로 넘어가는 척도이며, 자연의 경이를 이해하고 인류의 가능성을 넓혀나가는 시대의 척도였던 것입니다.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자연의 변화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했습니다. 비는 왜 오는가? 구름은 왜 생기는가? 가뭄은 왜 일어나는가?
그 중에서도 사람들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바로 '번개'의 존재였습니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 이미 많은 학자들이 '번개는 자연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대중은 결코 그렇게 믿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한 순간 하늘 저편에서 내려오는 강렬한 빛은 사람을 죽이고 숲을 불사르며 성을 무너뜨리기도 했습니다. 폭풍이나 추위는 피할 수도 있었지만, 번개만큼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었지요.
그리하여 번개는 '신의 힘'으로 불리며, 제우스나 토르 같은 존재와 이야기를 낳습니다.
신만이 휘두르는 권능... 번개는 신의 존재 그 자체이며, 신에 대한 부정할 수 없는 증거였습니다.
바로 그러한 권능에 벤자민 프랭클린은 도전한 것입니다. 아주 단순한 기술로 만들어낸 연이라는 도구와 작은 금속 열쇠 하나만을 가지고.
사실 이는 목숨을 건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전엔 다른 과학자가 비슷한 실험을 하다가 감전사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벤자민 프랭클린도 결코 안전하다곤 할 수 없었습니다.
만일 그가 실험에 실패하여 죽었다면 아마도 이성의 시대로 넘어가는 일은 훨씬 뒤로 연기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번개에 맞아 죽은 프랭클린에게 "신의 천벌을 받았다."라고 말하며 비웃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프랭클린의 실험은 성공했고, 그는 번개가 전기이며 전기의 특성을 이용해서 피할 수 있음을 밝혀냅니다. 그리하여 인간은 "신의 응징"을 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오래지 않아 인간은 "신의 권능"이었던 전기를 자유롭게 사용하게 되고 급격한 성장을 이루게 됩니다. 우리는 토르나 제우스가 아니지만, 전기를 이용해서 TV를 보고 전화를 쓰고 이동하고, 그리고 밤을 밝힙니다.
이런 모든 것은 프랭클린과 같은 과학자들이 "신의 권능"이라 믿어졌던 모든 것들이 사실은 자연의 현상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들이 이를 이해하고 심지어는 쓸 수도 있다는 것을 밝혀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직 자연의 모든 것을 알지 못합니다. 자연의 모든 것을 밝혀내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아무리 많은 것을 밝혀낸다고 해도 자연에는 비밀이 존재할 수 밖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신'이라는 단어를 쓸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보다는 프랭클린이 했듯, 그것이 무엇인지 밝혀내고자 노력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호기심을 가진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프랭클린과 피뢰침의 이야기에는 후일담이 있습니다. 훗날 프랭클린은 정치가로서 미국의 독립에 이바지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영국에서는 프랭클린을 싫어하게 되었는데, 영국왕은 프랭클린이 마음에 들지 않은 나머지 전국의 피뢰침을 프랭클린이 개발한 뾰족한 형태가 아니라 둥근 형태로 만들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영국 왕립회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폐하. 자연 현상은 바꿀 수 없습니다."
설사 왕의 명령일지라도 자연 현상은 자연 현상이라는 이 말이야 말로, 프랭클린을 비롯한 수많은 과학자들이 이끈 이성의 시대에 대한 대답이 아닐까요?
여담) 고대 신화 속의 번개를 쓰는 신들이 '외계인'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물론 증거는 아무데도 없고 단지 '신이 번개를 쓴다고? 번개는 전기잖아. 그럼 그들은 전기를 쓰는 외계인이네.'라는 식의 발상인 것이지요.
이러한 발상은 창작 작품의 재미있는 소재가 될 수는 있겠지만, "번개는 신의 권능이다."라는 말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신의 위치에 외계인을 배치했을 뿐인, 비이성적인 사고의 일종인 것이지요.
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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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5 12:49:38
사실 '신의 징벌이다'라고 하면 깔끔하죠.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프랭클린처럼 감전사의 위험도 없고 말입니다.
문제는 이 '신의 징벌이다'라는 설명은 아무짝에도 쓸 수 없다는 것입니다. 번개라는 현상을 제대로 밝혀낸다면 피뢰침을 만들어서 능동적으로 번개를 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번개는 신의 징벌이다'라는 설명은 오로지 번개칠때 엎드려서 기도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죠.
<해저 2만리>의 초반부가 떠오르네요. 대양에서 선박 사고가 잇따르자, 모두 무시무시한 바다 괴물의 짓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막상 바다에 나가니까 그건 괴물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잠수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야말로 '과학의 경이'가 쉴새 없이 펼쳐지죠. 신화에서 과학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가장 강렬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 쥘 베른 본인이 과학 계몽주의를 진실하게 믿었던 만큼, 그렇게 소설을 썼겠죠. (그리고 보니 <노틸러스>가 쌩쌩하게 돌아가는 이유도 바로 전기 때문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