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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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4, 5, 6호기는 원자로가 아니라 폐연료봉을 보관하는 건물이라고 하던데요.
그런데 폐연료봉에서도 핵반응은 계속 일어나는 모양입니다. 냉각수를 계속 공급해서 식혀주어야 한다는 것을 보면 말이죠. 게다가 냉각수 공급이 끊긴 지금, 폐연료봉의 온도가 3000℃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뉴스를 본 적 있습니다.
그렇다면 폐연료봉에서 나오는 폐열을 이용할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그냥 그 폐연료봉으로 물을 끓이고 그 물로 터빈을 돌린다면 좀 더 쓸 수 있지 않을까요?
방사능오염이 문제된다면 밀폐된 회로를 만들어서 물과 증기가 그 안에서만 순환하게 하면 될듯 싶구요.
그런데 그냥 폐연료봉을 냉각수로 식히기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쓰지 않는 이유는 '효율이 낮아서' 입니다.
보관만 하는 이유는 위에 moonend님이 말씀하신대로 보관할 곳이 없어서고요.
핵분열 발전소의 의의는 그 출력에 있습니다. 끊임없이 엄청난 열을 발생시켜 물을 증기로 만들고, 이 증기로 터빈을 돌립니다. 다만 연료봉에 있는 U235(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는 원자로의 경우)은 핵분열을 거쳐 비교적 쓸모없는-시간당 에너지 방출이 적은 형태로 바뀌게 됩니다. 이러면 출력이 떨어지게 되고, 전력 공급량도 줄어들게 되는 거죠. 따라서 일정 이상 사용한 연료봉은 '폐기'하고 새 연료봉을 집어 넣는 것입니다.
하지만 폐 연료봉에서도 새 연료봉보다 적을 뿐이지 U235를 비롯한 원료 핵물질들이 남아 있습니다. 왜냐하면 핵물질은 반감기가 지나도 반으로 줄어들 뿐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죠. 원자로에서는 이 반응을 조금 더 촉발시키지만, 그렇다고 해도 완전히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걸 해결할 방법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원자로 한쪽 구석에 두고 물로 식히고 있는 거죠. 한 50년쯤 식힌 다음에 뭔가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하면서...
연료봉은 핵분열의 연료가 되는 우라늄 235를 담은 금속 막대입니다. 연료봉 하나에는 대략 2~5% 정도의 우라늄 235가 들어 있으며 이것이 핵분열을 거쳐 변화하면서 열에너지를 방출하고 이 열로 물을 끓이고 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것이 원자력 발전의 기본 원리입니다.
발전을 계속하면 연료봉의 우라늄 235가 줄어듭니다. 그리고 우라늄 235가 줄어들수록 핵분열이 일어날 가능성은 줄어듭니다. 폐연료봉이라는 것은 이처럼 우라늄 235가 많이 줄어들어서 발전용으로 쓰기 어려워진 상태를 말합니다.
폐연료봉에도 우라늄 235는 남아 있기 때문에 핵분열은 조금씩이나마 계속 발생합니다. 하지만, 그 열이 발전소를 계속 돌릴만큼 충분한 양이 아니기 때문에 발전용으로 쓰지 않습니다.
폐연료봉에는 잔류 우라늄 235 외에도 플루토늄이 존재합니다. 우라늄 238에 중성자가 도달하면 핵분열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플루토늄으로 변화합니다. 플루토늄을 정제하면 우라늄 235처럼 원자력 발전용의 연료로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플루토늄을 정제하기도 불편할 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한 발전 시스템에 아직 많은 문제가 있어서 플루토늄은 원자력 발전용의 연료로 쓰이지 않습니다. (고속 증식로라는게 한때 관심을 끌었지만, 우라늄 자체는 그다지 비싼 것이 아니어서 상용화 연구가 별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플루토늄은 보통 정제되어 원자 폭탄의 원료로 쓰입니다.
한편, 플루토늄의 생산을 늘리려면 우라늄 238에 중성자가 많이 들어가게 해야 하는데, 이렇게 만들면 당연히 우라늄 235의 핵분열 효율이 떨어져 버립니다. 경수로는 플루토늄의 생산보다는 우라늄 235의 핵분열 효율을 높인 원자로로서 생산되는 플루토늄의 양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경수로, 특히 발전 효율을 높인 경수로는 원자 폭탄 제조 가능성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아무리 효율을 높여도 폐연료봉에는 플루토늄이 있다는 것입니다. 플루토늄은 매우 강력한 방사성 물질인데다 반감기가 2만년에 달하는 '고준위 핵 폐기물'이기도 합니다. 독성도 매우 강한데다 플루토늄의 양이 많은 폐연료봉은 녹는 점이 더 낮습니다.
폐연료봉이 원자로 내에 함께 보관된 상태에서 온도가 올라가서 폐연료봉이 녹아버리면, 원자로 내부는 더 많은 방사성 물질로 가득차게 되고, 이것이 밖으로 흘러나오면 엄청난 규모의 방사성 물질 오염을 일으킵니다.
평소에는 수조에 담가두는 정도만으로도 폐연료봉이 녹아내릴 위험은 없습니다. 폐연료봉에서 발생하는 열은 그 정도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뜩이나 원자로 내부의 열이 올라가는 상태에서 수조의 물이 모두 말라버리고 나면 폐연료봉이 녹아내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신문 등지에서는 폐연료봉의 연쇄 핵분열을 걱정하지만, 사실 폐연료봉은 강력한 핵분열을 일으키기 어렵습니다. 핵분열의 연료가 되는 물질의 양이 작은데다 서로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문제는 앞서 말했듯, 폐연료봉이 녹아내려서 이 안의 핵 폐기물이 밖으로 흘러나올 가능성입니다. 흑연 감속제를 이용한 체르노빌 만큼은 아니지만, 폐연료봉이 녹아내려 그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누출된다면 꽤 넓은 범위에 심한 오염을 일으킬 수 있으니까요.
냅두는 이유는 '보관할 곳이 없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