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클라이튼의 ‘넥스트’를 보고 나서-아니 보기 전부터- 계속 생각하던 일이지만…(구입해서 본지는 벌써 1달이 넘게 지났지만…-_-;;) 유전자의 특허 등록이라는 것은 상당히 기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전자 특허 등록이라는 이야기… 그래서 정작 우리 자신의 유전자에 대해서 그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이야기…

사실 이 책을 보기 전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그러한 느낌을 더욱 더 강하게 해 주더군요.

  문득 오스트리아에서 ‘편리한 운송용의 도구’라는 이름으로 ‘바퀴’를 특허로 등록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현대 사회의 특허 등록, 그리고 저작권 등록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로 문제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그런 사례가 아닐까요?

만일, 대항해시대에 이런 법 체제가 있었다면, 지금 우리는 콜롬버스에게 돈을 내고 아메리카 여행을 가고, 희망봉을 보기 위해서 바스코 다 가마에게 저작권료를 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베르사유 궁전 앞의 유리 피라미드를 영화 등에 써 먹을 때는, 유리 피라미드의 제작자에게 저작권료를 내야 합니다. 하지만, 유리 피라미드는 분명 그 사람이 '만든 것'이지만, 아메리카나 희망봉은 단지 '발견한 것'에 지나지 않지요.

  사실, 유전자 특허라는 것도 이와 다를 바는 없습니다. 물론 자연계에 존재하는 것을 '발견'해서 그것의 '쓸모'를 알아내는 것 자체는 인정해 줄 수 있겠지요.

  하지만, 기업에 이익을 제공하여 유전자 연구를 좀 더 잘 이끌어내고 싶었다는 '목적'이, 결국 유전자 특허로 인해 스스로를 얽매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참으로 기묘한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를테면, 사스가 발생했을 당시,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이들이 감염되고 있을때, 연구자들은 연구는 뒷전이고 특허 문제 체크하느라고 고생을 했으니 말입니다.

  물론, 마이클 클라이튼의 '넥스트'에서 나오는 사례는 매우 극단적인 경우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의 유전자 특허를 가진 회사가 누군가에 의해 세포들이 오염되자, "소유권" 주장을 위해서 인간 사냥꾼을 보내는 일은 아마도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 자신의 유전자 정보가 누군가의 회사에 의해 멋대로 '소유물'로 등록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점에서, 이 "자연의 사물을 발견한 것에 대한 권리"는 상당히 복잡한 문제를 가진다고 하겠습니다.

  분명히 내 세포 정보이고, 내 유전자인데 왜 내것이 아닌가? 라는 의문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지요.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만일 여러분 자신의 유전자가 어떤 회사의 '특허 소유물'로 되어 있고, 그 회사에서 '소유권'을 주장하며 여러분에게 채혈을 요구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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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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