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나오는 드루이드는 모두 네 가지 동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은신을 위한 표범(또
는 사자), 방어를 위한 곰, 달리기를 위한 치타, 수영을 위한 바다표범이죠. 바다표범치고 좀 험악하게 생겨
서 탈이지만요. 이 동물로 변하면 호흡 방식이 바뀌어서 호흡 막대에 더 이상 신경쓸 필요가 없습니다. 질식
할 위험이 없어진다는 뜻이죠.

에, 하지만 바다표범은 포유동물입니다. 폐호흡을 하므로 일정 기간만 물 속에 머물 수 있으며, 주기적으로
호흡하기 위해 물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실제 바다표범은 약 30분 동안 잠수할 수 있지만, 그 이상 물 속에
있게 되면 죽고 맙니다. 그러니까 드루이드가 바다표범으로 변한다고 해서 호흡 막대가 없어지면 안 된다는
거죠.

물론 그것 가지고 <WoW>를 혹평할 생각은 없습니다. 어차피 게임일 뿐이고, 바다표범은 단순한 요소에 불
과하니까요. 다만, 이왕 만드는 것이면 좀 더 사실에 가깝게 만드는 게 어땠을까 하는 바람입니다.

바다표범이 아니라 상어로 변하면 어땠을까요. 상어는 아가미 호흡을 하니 물 속에서 평생을 머물러도 상관
이 없습니다. (계속 헤엄쳐야 한다는 생리적 특성이 있지만, 그건 일단 무시합시다) 바다표범은 공격력이 영
꽝이라고 하던데, 상어인 만큼 공격 기술도 추가해 주는 겁니다. 치열이 세 줄로 나 있고 빠진 이빨은 계속 자
라나니까 이빨 공격 같은 기술이 주어지면 꽤나 그럴 듯하지 않겠습니까. 수중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겠
습니다만, 상어라는 이름값은 해야죠.

한 번 상황을 가정해 보자면…. 상어로 변한 호드의 타우렌 드루이드. 망망대해를 떠돌다가 얼라이언스가 탄
배를 발견합니다. 렉으로 인해 배 밖으로 떨어진 얼라이언스. 드루이드 상어는 목표를 발견하고 점점 다가갑
니다. 그리고 이어서 물 속으로 번지는 핏방울…. (여기에 존 윌리엄스의 영화 배경음악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망상이긴 하지만, 바다표범보다 상어가 더 그럴 듯하지 않나요. 호흡 방식도 그렇고, 로망도 있고….

※ 어쩌면 상어가 어류라서 안 되는 건지도 모르죠. 블리자드는 드루이드가 포유류(표범, 곰, 치타, 바다표범)
로만 변신하는 걸 좋아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