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deo games more creative than reading. Lucy Prebble said gaming was similar to writing, in that both are private, creative activities very different to watching films or reading books, which involve less input. Video games require the user to make decisions, giving them the chance to influence the story and even in part design the world in which the game is played out, she added.



위는 <텔레그래프>에 올라왔던 예전 기사의 발췌문입니다. 극작가 루시 프레블이 비디오 게임은 창의적이라며, 아이들에게 게임을 권유하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게임이란 텍스트 위주의 반응성이 강한 종류 같습니다. 기사 본문에서는 아예 텍스트 게임 <조크 Zork>를 예시로 삼았습니다. 요즘 출시되는 비디오 게임으로 비교하면, 킥스타터 롤플레잉이 이런 쪽에 속하겠죠. 루시 프레블이 거론하는 게임 양상은 플레이어에게 선택권을 주고, 선택이 이야기에 영향을 미치며, 심지어 세계 설정까지 바꾸는 부류거든요. <웨이스트랜드 2>, <오리지널 신>, <새틀라이트 레인>, <언더월드 어센션> 등이 그렇습니다. 모두 '세계의 반응성'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니까요. 플레이어는 여러 세력과 조직을 만나고, 그들과 협상하거나 협박하거나 줄타기를 합니다. 그리고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어느 조직은 망하고, 어느 조직은 흥하고, 결과적으로 세상이 달라집니다. 비선형적인 플롯이 다양한 갈래로 나뉘고, 플레이어의 고민과 갈등을 유도합니다.


이렇게 보면, 루시 프레블의 말처럼 게임 플레이가 창작만큼 창의적입니다. 그 의견에 백 번 동의합니다. 개인적으로도 무작위 요소나 시뮬레이션을 강조하는 게임이 좋습니다. 정해진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사고해야 하니까요. 1회차 플레이에서는 우주 해병대가 실험실에서 플라즈마 소총을 발견했더라도 2회차 플레이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죠. 실험실에 플라즈마 소총 대신 외계 괴물이 도사릴 수 있습니다. 그런 무작위 요소와 시뮬레이션은 창작만큼 두뇌를 자극할 겁니다. 다만, 저 기사에서 반박하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독서를 수동적이라고 비판했다는 점입니다. 아예 제목부터 게임 플레이가 독서보다 더 창의적이라고 써놨습니다. 기사 본문에도 독서는 수동적인 행위라고 나오고요. 독서는 선형적인 줄거리를 일방적으로 읽기 때문에 수동적이라고 표현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독서가 정말 게임 플레이보다 창의적이지 못할까요. 그저 수동적인 행위일까요. 글쎄요, 증명할 방법은 없지만, 독서 또한 대단한 사고력을 요구할 겁니다.


인간은 시각적인 동물입니다.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속담처럼 시각은 우리의 사고 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냄새, 소리, 맛, 촉감보다 생김새야말로 우리 머릿속을 지배할 겁니다. 어째서 <눈 먼 자들의 나라>, <트리피드의 날>, <눈 먼 자들의 도시> 같은 소설들이 꾸준히 나오겠습니까. 굳이 이런 비유를 하지 않아도 시각 체계가 우리 삶에 차지하는 비중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그래서 만화나 영화 같은 시각 매체와 영상 매체가 보기 편한 겁니다. 그런데 책은 텍스트 기반입니다. 독자가 책을 읽고 소화할 수 있으려면, 단순히 글만 읽어서는 안 됩니다. 작가가 표현하고 묘사하는 바를 이미지로 정립하고 구체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쉽고 간단한 글이라면, 구태여 이런 사고 작업이 필요하지 않겠죠. 하지만 조금만 깊이가 있는 글이라면, 글자만 읽어서는 부족하며, 독자의 머릿속에서 다시 구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시각적인 동물인 인간에게 그건 쉬운 작업이 아니고, 체계적인 훈련을 쌓아야 합니다.


독서는 독자가 작가의 의미를 자기에게 알맞도록 구축하는 과정인 셈입니다. 그러니 독서 또한 얼마든지 창의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고 게임의 창의성을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독서는 독서대로, 게임 플레이는 그 나름대로 창의성이 존재하겠죠. 굳이 우열을 가리자면, 텍스트를 재정립하는 독서가 훨씬 창의적이라고 봅니다. 그러니 텔레그래프의 저 기사는 제목 선정에서 실수한 격이죠. 아무래도 게임을 물어뜯는 꼰대들이 너무 많으니까 거기에 반발하는 와중에 선을 넘은 듯하네요. 뭐, 옛날 기사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도 거시기하지만, 여전히 논의해볼만한 주제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