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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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둘러싼 수도권 그린벨트 외곽에 위치한 경기도의 위성 도시에는...
버블이 꺼지면서 X값으로 전락한 광활한 대형 아파트들이 엄청나게 많이 널려 있습니다.
대략 IMF 이후 1990년대 후반에서 2000 년대 초반 버블 경기가 최고조에 이를 때
그린벨트 외곽에 있는 경기도의 위성 도시에다 대형 아파트를 참으로 많이도 지었죠.
경기도 용인시 수지가 대표적이고, 구리, 광주 등지에도 비슷한 아파트가 상당히 많이 섰고,
이와 더불어 김포, 파주 등지에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수의 대형 아파들이 계속해서 들어섭니다.
당시의 경기 도지사는 임창렬(DJ 시절 새천년민주당), 손학규(DJ/노짱 시절 한나라당) 등이었는데,
인프라는 관두고 당장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면 세금 수입이 엄청나게 쏟아지니까... 별로 말리지 않았죠.
굳이 정치권을 걸고 넘어진다면, 여든 야든 좌든 우든 당시에는 난개발이라도 세수 늘어나는 것을 기꺼워 했지
그렇게 마구 저질러 놓으면 나중에 고생한다는 정치인이나 자치단체장은 당시엔 별로 없었다는 게 진실입니다.
그 때문에... 난개발 지역은 10 년 넘도록 항상 도로가 부족했고, 지하철도 없었으며,
주거를 위한 기본적인 여건이 잘 안되어 있어서 살기에도 무척 불편한 동네가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난개발 지역은 "상습 정체"를 유발하는 주범이자 "부동산 광풍의 폐해"를 상징하게 되죠.
이 때문에 10 년 넘게 지자체는 인프라 건설에 주력하게 됩니다 - 길도 엄청 놓았고, 지하철도 계속 깔았죠.
과거 10 여 년 전 경기도와 해당 시에 돈벼락을 안겨 주면서 대량으로 건설된 이들 난개발 대형 아파트들은
이후부터 교통 인프라 건설 공사가 끝없이 이어지면서 경기도 및 해당시 지자체 재정을 탕진시키게 됩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가 대략 5년 전부터... 부동산 버블이 푹 꺼져버렸습니다.
버블이 한창이던 시절에 경기도 외곽에 마구잡이로 지은 대형 아파트들은 이제 헐값이 되었고,
거래가 사실상 끊기다 시피하여서 처음의 2/3 가격 심지어 절반 가격에도 잘 팔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녀들 모두 출가시킨 은퇴한 노인 부부가 둘이서 무려 50 평 아파트에 거주하는 상황이 되었죠.
그런데... 이렇게 매매도 잘 안되고 준공한 지 10 년 내외의 경기도의 대형 아파트 주변을 살펴 보면,
15 년 넘게 "그 동네는 길 막힌다"는 강력한 시그널에 계속 압박 당한 지자체와 정부가 엄청나게 길을 닦아서
지금은 놀랍게도 온갖 고속도로와 고속화도로가 즐비하게 놓여 교통 인프라가 가장 괜찮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길이 막히면 절대 안된다"는 강박증에 관공서가 계속 지배당하면서... 지하철이 속속 개통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약하자면 이런 겁니다 - 만일 서울 강남구에 큰 도로를 신설하겠다는 안을 누군가 만들어서 들고간다면
"그게 꼭 필요한가?" "재정의 낭비 아닌가" "쓸데 없는 토목공사 줄여라"라면서 엄한 심사와 중간 감사를 계속 받게 되지만,
용인시 수지구에 도로를 신설한다는 안을 들고 가면 "용인 수지는 난개발에다가 교통 지옥"이라는 고정된 이미지 때문에
"당연히 승인한다" "예산이 혹 부족하지는 않은가" "그 길 하나 늘린다고 되겠는가"라면서 금새 승인이 떨어지는 것이죠.
그 바람에 경부고속도로에 영동고속도로에 추가로 용서고속도로에 온갖 간선도로가 주변에 끊없없이 건설되고 있고,
좁은 구(舊)도로를 뒤로 하고 엄청 넓은 신작로들을 계속해서 놓고 또 놓으면서, 지하철역도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그 결과... 최근까지 10년 사이에 가장 많은 지하철 역사가 새로 들어선 동네,
또한 앞으로 5년 이내에 가장 많은 지하철이 추가로 개통될 예정으로 있는 동네들이 바로...
다름 아닌 "버블 붕괴의 상징"이자 "난개발 교통난의 상징"인 용인 수지, 구리, 광주 등입니다.
더불어 온갖 고속도로와 수도권의 고속화도로가 계속적으로 건설되어 개통되어 온 동네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미 지금 시점에서 냉정하게 생각해 봐도 교통이 그리 나쁘지 않고 오히려 꽤 좋아보이는데,
불과 앞으로 6~7개월 후에 신분당선 연장선이 용인 수지를 관통하여 수원까지 새로 개통한다고 하고
더불어 판교~광주~여주를 잇는 지하철이 추가로 개통되면... 더더욱 교통이 좋아지게 되겠죠.
한 번 성립된 이미지나 선입관은 상당히 무서운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경기도 용인 수지는 "난개발"과 "교통 지옥"을 상징하는 동네여서, 앞으로도 가격은 쉽게 오르지 않을 겁니다.
길을 아무리 많이 놓고 지하철이 아무리 많이 깔려도 "교통이 불편하다"는 이미지는 쉽게 없어지지 않을 테니까요.
더불어 정부는 계속해서 이 동네에 길을 놓고 놓고 또 놓을 겁니다 - 도로 사정이 나쁘다고 깊게 각인되어 있거든요.
토목 회사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렇게 정부 예산 승인이 잘 떨어지고 심사가 순조로온 동네를 타겟으로 하여
지자체가 계속해서 길을 더 놓도록 제안하고 설득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비즈니스 적으로 당연한 일입니다.
버블 시절 대량으로 지어 놓은 경기도 대형 아파트 가격은 이미 바닥이고 앞으로도 오르지 않을 게 뻔하므로,
돈을 목적으로 하거나 부동산으로 자산을 불린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는 별로 바람직한 투자대상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버블이 꺼진 후 투자 가치가 사라져버린 광활한 X값 아파트가 널려 있는 실패한 동네로 보일지 몰라도,
자수성가로 스스로 벌어먹고 살면서 평생 책 놓을 공간이 고민인 (저 같은) 사람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고마운 곳입니다.
말하자면 세상의 변화가 낳은, 버블 붕괴가 가져온 책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틈새"입니다.
아파트값 싸면서도 넓은 공간이 보장된 곳 - 장서가들을 위하여 최적화된 축복받은 동네인 셈이죠.
교통 나쁘지 않고, 5천 권 넘는 책을 수용해야 하고, 싼 값에 실제 거주 목적으로 큰 아파트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버블 붕괴의 저주가 장서가들을 위한 축복으로 다가오는 이런 틈새에 해당하는 집들을 알아보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집값 저렴하면서 공간이 넓으므로, 책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최대 즐거움인 사람들을 위하여 적당하다고 할 수 있죠.
어쩌면 몇 십 년 후 미래에...
경기도 용인 수지라든지 구리라든지 대략 이런 지역에 난개발 시절 들어선 대형 아파트들이
몇 천 권 넘는 장서를 가지고 있는 애서가들에게 사랑받는 "장서가 단지"가 되어가지는 않을까...
개인적으로 이러한 몽상과도 같은 예측을 하게 됩니다.
다른 글 댓글에도 달았지만...
본문에도 언급하셨지만 용인 수지의 40~50평대 버블 꺼진 아파트들은 교통과 인프라가 매우 불편합니다. 구리는 모르겠군요. 용인 수지는 3년전까지 살았고, 당시에 말씀하신것 처럼 50평대로 이사갈 것을 고려하다가 접었습니다. 그래도 부모님이 수지에 사셔서 자주 가고 있네요.
용인 수지의 중심은 풍덕천동이고 수지와 분당/수원을 이어주는 42번 국도, 판교-강남으로 연결해주는 23번 지방도가 지나갑니다. 용인 수지의 주요 간선도로 3곳중 2개가 풍덕천동을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풍덕천동은 아파트 가격이 신봉/상현동 보다 비싼 편입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신분당선 공사때문에 42번 국도 많이 막힙니다)
상현동은 '용인 난개발'이라는 이름을 대표하는 지구죠. 아파트는 많은데 당시 용인시장(한나라당)이 조각조각 쪼개서 허가를 내줬기 때문에 도로도 좁고 공원이나 산책로, 주차공간 같은 공용시설도 태부족입니다.
신봉동은 용인 수지에서 현재로선 마지막으로 개발이 들어가고 있는 곳인데 상현동으로 욕 잔뜩 먹고나서 본격적으로 아파트가 지어지기 시작한 곳이라 상현동보다는 도로는 넓은 편이지만, 어차피 수원-분당으로 넘어가려면 풍덕천동을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신봉/상현 모두 학교가 부족합니다.
즉, 한참 일하고 아이들 교육 시켜야 하는 30~40대의 장서가가 자기 책 포기 못하겠어서 신봉동의 40~50평대 아파트로 이사가는 것은 '책을 모셔두기' 위해 가족들의 불편을 강요해야 할뿐더러.. 출퇴근 시간에 뺏기는 시간이 많아서 도리어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게 됩니다. 자가 운전을 해야 하니까요. (제 경우에도 자가운전하면서 책 읽는 시간이 확 줄었습니다.)
몇년후에는 나아질꺼라고 자위하면서 이사한다고 해도, 신분당선... 풍덕천동과 성복동은 지나가지만 신봉동은 안지나가고 상현동은 옆의 광교까지 나가서 타야 할겁니다.
본문에 언급하신것 처럼.. 현재의 신봉/상현동의 버블 꺼진 40~50평대 아파트들은 한참 일하고 아이들 학교 다녀야 하는 30~40대 보다는 출퇴근 시간에 얽메이지 않고 퇴직한 50~60대 이상에게 매력적이죠. 낮에 가면 그래도 차도 안막히고 한가하거든요.
용인 수지가 난개발이라 도로, 교통 잘 놔준다는 얘기는 당최 무슨 얘긴지 모르겠습니다. 강남이나 수원가는 버스도 출퇴근 시간 제외하면 1시간에 2대, 3대 밖에 없는 곳이고 도로는 지자체에서 늘리고 싶다고 막 늘릴 수도 없는데요. 제가 수지 살때 용인-서울 고속도로 뚫렸지만 신봉동에서 수원 삼성 다니거나 양재/강남으로 출근하는 사람 아니면 별로 효용성이 떨어지는 도로라서...
넓은 집으로 이사가기 위해 출퇴근 시간이 2배, 3배 늘어나는 곳으로 가야 하는 걸 '혜택'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요? '밀려난다'가 차라리 어울리지 않을지.
취미 때문보다는 돈, 직장, 교육 때문에 집을 골라야 하는게 현실이라 그냥 꿈만 꿀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런 집보다는 그런 집을 살 수 있는 상황이 더 꿈같을 거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