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전 사악한 불법복제에 굴한 형편없는 저열한 인간입니다.

 

아까 잠깐 계산했더니 제가 한달에 향유하는 각종 문화 컨덴츠중에 불법복제로 즐기는 것들을 사는데 정상적으로 지출하면 연 400~500만원쯤 써야되더군요.

지금 소득에서 연 400을 빼면 사실 많이 힘들어지는 소시민중에 소시민이니. 제 선택은 딱 2가지 뿐입니다.

 

1. 돈없으면 즐기지도 말라.

2. 사악한 불법복제의 늪에서 계속 허우적 대면서 범죄나 저질러라.

 

사실 1이 맞지요. 네 알고있습니다.

전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고있고 거의 모든 제화가 무상으로 제공되지 않는게 당연한 세계의 구성원으로써 잘먹고 잘사는 것에 대해 감사히 살고있습니다.

사실 어릴때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을때는, 책이라고 해봐야 도서관이나 가야 볼수있는거고, 영화는 4~5년된 영화를 주말의 명화에서 보는게 고작이었습니다.  극장표를 사거나, 부모님을 졸라 책을 구매한다는 선택은 그당시 가정형편으로는 불가능했지요.

운좋게 친척에게 싸게 받은 오래된 위인전 전집과, 세계문학걸작선 전집 딱2개를 초, 중학교시절동안 달달 외우다시피 읽었습니다.

노래또한 마찬가지라. 고물 라디오를 듣고있다가 좋아하는 노래가 있으면, 잽사게 녹화하는 정도로 듣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등장했습니다.

과거 경제사정때문에 어쩔수 없이 포기해야했던 그 수많은 문화들을 거의 무료로 향유할수 있게 되자, 정신없이 빨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게임, 애니, 영화, 소설, 음악 덤으로 역사, 정치, 사회, 과학에대해 훨씬더 많은 것들을 거의 무료로 알고 즐기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어디가서 다른사람과 대화를 하더라도 문화수준이 떨어진다는 느낌은 전혀 받을수 없는 훌륭한 문화인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만약 이러한 문화 향유를 할수있는 환경이 없었다면, 물론 전 대단히 다른 인간이 되어있을듯 합니다.

 

아마도 좀더 현실에 무지하고, 얕은 지식만을 가지며, 다른문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배타적 성향을 가지는 그렇고 그런 어른이 되었겠지요.

 

저에게 피해를 당한 피해자분들에게는 죄스러운 생각이지만, 그덕에 좀 제가 머리에 담은게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피해자분들에게는 어차피 전 이런 불법적인 문화습득이 아니면, 문화생활에 추가지출할 여력이 없던 인간이었으니, 제가 어찌 행동하던 그분들에게 이익이 가진 않았을꺼라고 위로를 하거나, 핑계를 댈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예전같이 저작물들에대한 복제 수단이 제한되었던 시절에 제가 태어났다면, 훌륭한 사회의 부속품으로써 불평불만 없이, 밥과 등만 따스하면 그만 아니냐라는 생각을 가진, 소시민적 인간이 되었겠습니다만...

문화생활을 남부럽지 않게 영위한 덕택에 20~30년전의 사회구성원에 비교해서 훨씬더 많은 문물을 접한 이것저것 불평 많고 욕심많은 평범한 문화인이 되어버린거 같습니다.

 

가령 14세기에 농노계급으로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고 살아야될 평범한 시민이, 부유한 상인이나 하급귀족이 영위할만한 문화생활을 해버려서... 문화적 계급이 제 소득의 계급과 맞지 않는다는 것에 좀 괴리감을 느끼는 중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불법복제를 좀 줄여서 소득계급에 맞는 문화향유를 할것이냐? 란 질문에는... 솔직히 이미 문화에대한 욕심이 많아져서... 도저히 불가능 할듯 합니다.

죄송합니다. 가난뱅이 주제에. 건방지게 이런 사특한 생각을 하다니...

거듭 죄송합니다.

 

 

그리고 전 불법복제가 물론 사악한 짓이지만, 또한 이러한 면이 인류의 평등과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과 컴퓨터라는 강력하고 새로운 도구로 삶의 방식 자체가 바뀐 상황에서, 이미 수많은 인류가 과거와 비교가 안되는 많은 문화를 성공적으로 향유하는 현 인류는 참으로 과거와 비교해 평등해보입니다.

도구와 삶이 바뀌었으니, 제도가 발전해야 하는거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