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잡담입니다.

 

한국의 게임 산업은 불과 10 여년 동안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룩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학문적으로는 거의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산업은 스스로 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전문적인 인재 수급은 제대로 안되고 있죠.

이 때문에 게임 회사 취업을 내건 온갖 잡다한 사설 학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딴은 게임에 관련한 산업이 커지면서 인력에 대한 시장의 요구도 커지고 있는데,

업계에는 인력 수급이 잘 안되고 있고 대학들은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고 있는 셈이죠.

 

현재 한국에서 게임학과를 운영하는 곳 중에 괜찮다는 곳들이,

동국대, 공주대, 호서대, 청강문화산업대, 한국산업기술대 등입니다.

수도권에 있는 학교 자체가 거의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서울에서 무척 먼 외곽이죠.

전문적인 게임학과는 아니지만 관련한 인재를 키운다고 대외적으로 표방한 곳은

비교적 일찍부터 이화여대 국문학과에서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을 하고 있고,

아주대 멀티미디어학과가 게임에 관련해서 나름 열심히 사람을 키울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배운 인재들에 대한 게임업체들의 시선은 비교적 시큰둥합니다.

그나마 메이저 학교에서 게임에 대해 배웠다는 사람이이라고 해도 당장 실전에서 써먹기 힘들다는 것이죠.  

현재 게임학과라는 곳들이 가르치는 내용은 서버-클라이언트, 프로그래밍, 여기에 그래픽을 조금 붙여 놓았습니다.

말하자면 기존의 전산학과와 디자인학과를 이럭저럭 합쳐 놓고, 대략 어떻게 잘 되기만을 기대하는 셈입니다.

현재 대학들은 관련 산업의 인재 요구와 시장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여 커리큘럼을 만들지도 못했고,

아직까지 게임 산업이 원하는 인재를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게임 산업에 대한 마케팅이나 게임 유통은 아예 한국에 변변한 교재조차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지금 게임학과의 주력이 컴퓨터 공학과 디자인을 했거나 국문학을 한 사람들이니,

정작 게임에 관련한 마케팅이나 유통을 조금이라도 알 턱이 없죠 - 해당 분야가 완전 백지인 겁니다.

즉, 이런 식으로 게임학과는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상황이고, 앞으로 갈 길이 멉니다.

물론 시작도 안한 것보다는 훨씬 낫지만, 그렇다고 지금 잘하고 있다는 것은 절대 아니죠.  

 

아직까지는 아무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모르고 있습니다.

딴은 게임을 전공하고 싶어하는 중고생들은 무척 많고,

또 게임업계는 제대로 된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난리인데,

대학은 관련한 전문가를 제대로 양성하여 세상에 내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때문에 누구든 나서서 이 바닥에서 활발히 활동하기 나름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죽하면 국문학을 전공한 이모(류모) 교수님이 이 바닥에서 헤게모니를 쥐게 된 것 자체가,

이 바닥이 사실상 학계의 관심 밖이었고 무주공산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역으로 이 분야가 '기회'라는 시그널이기도 합니다.

만일 게임 쪽으로 전문가 소리를 들을만큼 관련 업계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면,

박사학위 따고 관련 논문 점수만 얼마간 채워 놓으면(다시말해 최소한의 스펙을 만들어 두면)

타 분야에 비하여 훨씬 쉽게 교수가 될 수 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의미입니다.

딴은 타 분야에 비해서 훨씬 덜 고생하고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답답한 것은...

이렇게 특정 분야가 통채로 블루오션인 기회는 흔치 않다는 겁니다.

많은 고등학생들이 지망하고 있고 업계가 인력양성을 요구하고 있는 게임학과를

앞으로 많은 대학들이 새로 신설하려고 나설 것이 불을 보듯 뻔하고,

따라서 바로 지금부터 앞으로 5~6년 정도가 최적의 타이밍이죠.

SF 동네에는 이에 관련한 경험과 지식을 두루 갖춘 분들이 많은데,

왜 도전하는 분들은 별로 없을까 그 점이 안타까운 겁니다.

 

 

그냥 안타까워서 늘어놓은 넉두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