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전 100 년 주기설"이라는 게 있습니다.

100 년 주기로 세계 여러국가들이 휘말리는 대형 전쟁이 벌어진다는 것이죠.

30년 전쟁, 나폴레옹 전쟁, 1, 2차 세계대전 등이 거의 100 년 주기로 벌어졌는데,

또 다시 때가 왔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상황은...

수데텐 요구를 한 히틀러를 달래보려고 영국의 체임벌린과 프랑스가 어떻게든 협상을 해 보다가,

도저히 말이 안통한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던 그 시절 모습이 그대로 오버랩되는 면이 있습니다.

히틀러는 독일 군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데텐으로의 진군을 명령했고, 그 무지막지함은 통했습니다.

   

정식으로 2차대전이 시작된 것은 독일군의 폴란드에 대한 항구도시 단치히 침공이라고들 하지만,

사실상 전쟁은 히틀러가 수데텐을 요구하고 독일 군대의 진군을 명령한 그 때부터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무리한 요구와 막무가내의 행동이 통하자 히틀러는 그 다음을 또 요구하였고, 결국 무력 충돌이 벌어졌죠.

  

러시아는 소련 해체 후 우크라이나 땅으로 확정되었던 곳 상당 부분을 이미 점거하고 있습니다.
1/4~1/3에 해당하는 지역이 이미 러시아의 영향권 하에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곳을 공식적으로 러시아 영토로 하기 위해 꽤 애를 썼지만 제대로 되지 않고 시간만 가자,

이제는 무력을 사용하여 모든 상황을 정리해버리기로 작정한 셈입니다.

실은 푸틴도 이제 나이가 70살이 되었습니다.
영토 확장이라는 궁극의 꿈을 실현하려고 조바심칠 때도 되었죠.

  

나토가 계속 구소련-동구권 쪽으로 동진하고 있는 것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이 나토 쪽으로 넘어가고, 우크라이나가 마지막 보루가 되었는데,

심지어 그 우크라이나 대통령마저도 나토 가입을 통하여 국방을 보장받으려 하자...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기 전에 이판사판으로 전격 침공하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일견 맞는 이야기라고 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정세에 2-3가지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봅니다.

  

1. "북한의 핵 포기는 향후에도 영원이 없을 것"으로 확정지어 버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크라이나는 소비에트 해체 후,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하였습니다.

지금 그 대가로 러시아의 침공에 무력하게 당하고 있고, 서방세계에 SOS를 치지만 직접적인 도움은 없습니다.

경제제제로 대응하겠다는 미국과 서방세계의 모습은 우크라이나가 짖밟히는 상황에서 공념불에 가깝습니다.

  

비대칭적인 군사적 관계에서 유일한 억제력을 가진 핵을 자발적으로 포기하여 평화를 외치면 그 당시에는 좋겠지만,
그 후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침략당하고 짖밟힐 때 대책없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핵무기 포기에 박수를 치던 나라들 중에서, 지금 우크라이나를 직접적으로 도우려는 국가는 아무 곳도 없습니다.

핵을 포기하면 향후 어떻게 된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랜드마크 사례가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죠.

  

지금 북한은 과거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 일본 & 한국 (즉, 미국) 등 세계 최강대국에 둘러쌓여 있습니다.

지금은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한을 지지하고 있더라도, 향후 언제 어떻게 관계가 바뀔 지 모릅니다.

우크라이나가 무력하게 러시아에 침공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 최고 지도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한반도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이니, 종전선언이니, 핵포기 대신 경수로 건설이니,

온갖 미사여구와 갖은 노력이 이어져 왔지만... 죄다 물건너 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2. 중국의 대만 침공도 언제든지 "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있을 수도 있지만 설마 그러겠는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중국의 대만 침공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보였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서슴치 않고 벌어졌습니다.

푸틴이 온갖 제제를 무릅쓰고 전쟁을 벌여서, 결국 원하는 것은 얻게 된다면...

중국도 앞으로 대만 침공을 "충분히 가능한 옵션"으로 생각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정세 변화를 보면서 여차하면 대만을 침공하여 집어 삼키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죠.

 

티벳을 침공하였을 때, 온갖 비난이 있었지만 결국 실효지배하에 두었습니다.

사실상 티벳 침공은 중국에게 거의 리스크가 없는 성공으로 귀결되었죠.

우크라이나 전쟁의 추이는 중국입장에서 대만을 침공하여 숙원을 해결하고,

해외의 비난을 어떻게든 극복하여 '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3. 장기적으로 한반도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입김이 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여차하면 군대를 동원하여 실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행동력을 보여주는 것은,

주변 국가들에게 다른 무엇보다도 훨씬 더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 줍니다.

단기적인 영향보다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수 십 년이 지나서 진짜로 미국이 약화하여 영향력이 크게 감소하고 일본도 중진국으로 떨어지고,

대한민국도 인구 절벽으로 국가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없게 된 상태에 빠지게 된다면...

그 와중에 북한과 대한민국 사이에서 큰 문제가 생기거나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면...

중국이나 러시아가 작정하면 한반도를 집어 삼키려 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가 됩니다.

만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집어 삼키는 것에 성공하고, 중국이 대만을 집어 삼키는 것에 성공한 후라면...

혼란에 휩싸인 한반도를 무력으로 집어 삼키겠다고 작정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여차하면 국가가 날라갈 수도 있다... 미국은 언제까지나 우리의 엄브렐러가 아니다...

주변국들은 그냥 야수 그 자체이고, 힘을 사용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다는 것을 이미 보여준 바 있다...

이쯤되면, 대한민국마저도 비대칭 무기 외에는 살아남을 답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를 수도 있습니다.

가장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이지만, 진짜로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최악의 사태를 회피하기 위하여 중국와 러시아에 대한 큰 부담을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은 계속 더 커질 것이고, 미국의 힘은 축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은 그 사이에서 줄타기하면서 힘들어 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출산율 저하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앞으로 이 나라의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