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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가결되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에 이은 두번째의 탄핵 통과인데, 그때의 탄핵과 지금의 탄핵은 어떻게 다르고,
또 이 사건은 한국 역사상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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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탄핵의 차이점이나 역사상 의미는 별빛화살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다만 긴 사족을 달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는 현재와 별 차이 없을 거라고 봅니다.
1. 헌재 결정이 언제 공표될 지는 짐작도 못하겠습니다만, 어떤 식으로 진행될 지는 거칠게나마 가능하더군요.
재판관 아홉 명은 이메가 임명 셋, 박할매 임명 셋, 새머리당 추천 하나, 여야 합의 추천 하나, 노무현 임명 하나입니다.
이들이 과연 민심을 진실하게 받들어 사심 없이 탄핵 가부와 결정 공표 시기를 판단할까요?
그러지 않을 거라는데 제 동전 저금통 네 개(10원, 50원, 100원, 500원짜리)를 다 건다 해도 자신감 만땅입니다.
탄핵 결정이야 민심이 워낙 강렬하니까 눈물을 머금고 찬성한다 해도,
그 결정을 공표하는 시점은 대선과 맞물리게 되니까,
저마다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나 그가 이끄는(혹은 이끌게 될) 정치집단에 유리한 시기를
머리 깨지게 고민하고 은근슬쩍 주장하겠지요.
2. 국회에서 탄핵이 이루어지자마자 개헌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습니다.
그들이 정말로 사람들과 나라를 생각해서 개헌을 말하는 걸까요?
개헌 반대론자들은 또 어떨까요? (반대하는 근거가 현 체제 선호건, 시기적 유보건 말이죠.)
오직 다가올 대선 승리를, 혹시 지더라도 일정한 권력지분 확보를, 최소한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그런다는 제 판단은,
더 나아가 개헌 논의가 본격화한다면
지금까지 비를 맞고 추위에 떨면서 한 마음으로 촛불을 들었던 분들과 그 모습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던 분들 또한
각자의 정치적 선호에 따라 뿔뿔이 흩어질 거라는,
그래서 잠시 움츠린 채 눈을 번뜩이던 구태 세력들이 더러운 언론을 통한 의제 설정을 통해
다시 이 나라를 자기들 입맛대로 요리하게 될 거라는 짐작은
그저 패배주의에 찌든 오판일까요?
3. 예. 사람들은 각성했고 승리 DNA를 갖게 됐는지도 모릅니다. 그러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하지만 그것을 구체적인 성과로 만들 수 있는, 그래야 할 사람들, 소위 '지도층' 중에서 그것을 훼손하지 않을 사람은 보이지 않는군요.
그래서 저는 감히 예상합니다.
30년쯤 후에 우리들은, 지금 이 시간의 우리가 30년쯤 전인 87년 6월을 추억하듯,
'그때는 참 대단했는데' 하면서 고달픈 현실을 위안할 거라고요.
노무현 대통령때의 탄핵은 정당끼리의 권력다툼이 격해지다 일어난 돌발적인 탄핵이었고, 박근혜 대통령때의 탄핵은 분노한 국민들의 압력에 여야 정당 모두가 떠밀려 행한 탄핵이라는 점이 차이점이겠지요.
그리고 지금의 탄핵가결은 한국사의 분수령이 아닐까 싶군요. 87년 체제의 종말이자 성공한 명예혁명이기도 하구요. 프랑스 대혁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본, 중국은 물론이고 선진국의 어떤 나라에게도 자랑할 수 있는 시민들의 각성이자 평화로운 시위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난동으로 번지지 않은것은 민주주의 전통이 뿌리내린 구미 선진국에서도 보기 힘든 성숙한 집단 지성이자 시민의식의 결과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시민들이 승리를 맛봤다는 것이지요. 승리하는 자는 그 경험을 집단 DNA 속에 새기고 또 승리의 길을 향해 단결할 줄 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