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작품 게시판 - 영화/애니/만화/소설/드라마/다큐멘터리
슈퍼 로봇 이야기, 괴수/괴인/초인 이야기 외에... 다양한 작품과 장르를 다루고 있습니다.
( 이 게시판은 최근에 의견이 추가된 순서대로 정렬됩니다. )
조이SF 클럽이 98년 12월에 만들어진 것은 스타워즈 시리즈 덕분이었죠. 97년에 스페셜 에디션이 재개봉하고 소설 스론 트릴로지와 게임 '타이파이터'를 하면서 스타워즈에 푹 빠져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홈페이지를 처음 연 것은 사실상 '에피소드 1' 때문이었죠.
그런데 에피소드 1을 보고난 이후부터 마음 속으로는 알고 있었어요. 에피소드 1이 스타워즈 역사상 최악의 영화라는 걸 말이죠. 학점으로 보면 C-에서 D급의 영화... 스타워즈 팬이라는 점을 더해도 C+ 이상을 주기 힘들죠. 자자를 주목하면 F로 떨어지지만 말입니다.
영화가 나오도 한동안은 최면 효과로 '그래도 좋아.'라고 생각하지만, 조금 지나면서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점차 점수가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도 제게 있어 매우 중요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최면이 완전히 사라지는데는 아주아주아주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한편... 이렇게 하면서 조금씩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됨으로써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죠. 특히나 스타워즈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 중 하나인지라, 이 작품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면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
사실 어떤 영화건 객관적으로 보는 건 쉽지 않습니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에피소드 1은 제게는 다른 의미에서 더욱 소중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 어떤 작품을 볼 때도 '에피소드 1'을 다시 떠올리면 최대한 객관성을 느끼게 되니까요....
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SF&판타지 도서관 : http://www.sflib.com/
블로그 : http://spacelib.tistory.com
트위터 : http://www.twitter.com/pyodogi (한글) http://www.twitter.com/pyodogi_jp (일본어)
애당초 <스타워즈>라는 프랜차이즈 자체가, 그렇게 특별한 스토리를 갖고 있는 게 아니었거든요.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을 뿐이지, 마법과 뭐가 다른 지 모르겠는 포스가 등장하고 칼 싸움 하고...
이미 있었던 팬터지의 이야기를 다시 새로운 형태의 미래 배경의 영화로 엮어낸 게 잘 먹혀들었죠.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은 루카스옹께서 기력이 더 떨어지기 전에 무리했던 것일 뿐...
처음부터 클래식 3부작을 능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될 일이 아니었죠.
하지만 프리퀄로 만들어진 3부작이 영화적 작품성은 그리 높지 않을 지 몰라도,
수명이 거의 소진되어가고 있었던 스타워즈의 인기를 되살렸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나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루카스옹은 작가로써 자기가 하고 싶었던 얘기를 다 했고,
상업적으로도 20 년 이상 수명을 더 연장하여 계속해서 팔려 나갔고,
심지어 작가마저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후속편 제작까지 이어지게 되었으니...
작품 자체가 훌륭하지 못하다는 것은 극복되지 못했지만, 충분히 제 역할은 다 한 셈이죠.
지금까지 프리퀄 영화 중에서 "좋았다"라고 생각되는 작품은 <무간도 2> 외에는 기억에 없습니다.
최악의 프리퀄은 <영웅본색 3>였죠 - 전작에서 '무신'이었던 주인공을 어리버리한 인간으로 그린 영화...
<영웅본색 3>가 가진 장점이자 단점이 "주인공 마크를 신에서 인간으로 그린 것"이라는 평이 있습니다.
"자네는 신을 믿나?" "믿어, 내가 바로 신이니까!"이게 <영웅본색>의 주인공이고 그는 무신 그 자체였죠.
그런데 그렇게 멋진 무신이 <영웅본색 3>에서 평범한 인간이 되어 쩔쩔매고 여자에게 도움을 받습니다.
영화를 아무리 감동적으로 만들었다고 한들, 그게 "무신의 재림"을 기대했던 관객에게 어필할 턱이 없죠.
<스타워즈 클래식>의 다스 베이더는 무시무시한 카리스마를 가진 무척이나 두려운 캐릭터였습니다.
<스타워즈 프리퀄>은 처음부터 바로 그 다스 베이더의 어린 시절을 테마로 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다보니,
그간 "다스 베이더"가 구축한 이미지가 푹푹 무너지는 느낌을 주면서 위화감이 조성될 수 밖에 없습니다.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은 다스 베이더가 뿜던 무시무시한 카리스마와 공포스러운 이미지는 사라지고,
무지 운 좋은 꼬맹이, 반항적인 청년이 등장하여 이리저리 날뛸 뿐입니다 - 평범한 인간으로 그려지죠.
<스타워즈 프리퀄>이 갖고 있는 위화감은 <영웅본색 3>가 주었던 위화감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카리스마 짱이었던 무신이 인간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 무서운 대마왕이 인간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
거기에서 오는 위화감과 실망감이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나 할까요.
설령 영화 자체가 잘 만들어졌다고 해도,
애당초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위화감 속에 영화가 전개될 테니...
관객 입장에서는 근본적으로 그런 프리퀄을 보고 만족하기는 어렵다고 봐요.
저는 이게 개봉한다는 소식을 복무할 때 들었습니다. 당시 내무반에 덕후 고참이 두 명 있었는데, SF 쪽은 아니었습니다. 디자인 전공이었고, 만화책 매니아였죠. 그래도 <스타워즈>는 워낙 유명하고, 역시 디자인 전공자가 참고할 영화였기 때문에 고참들이랑 기대를 키웠습니다. 와, 과연 어떤 영화가 나올까 하고…. 당연히 휴가도 거기에 맞춰서 신청했고, 혹시 휴가가 지연되지 않을까 불안했습니다. (윗동네 깡패들이 제발 가만히 있기 바랐죠.) 다행히 일정에 맞춰서 휴가를 나갔고, 영화 개봉 시간을 두근두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하필 극장 가는 길에 차가 막혔죠. 그래서 인트로와 무역 연합 우주선에서의 전투를 놓쳤어요. 얼마나 억울했는지 모릅니다. 휴가까지 썼는데! 진짜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기대하고 기대했던 영화이건만!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그런데 영화 다 보고 극장에 나올 때는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광검이 꽤 멋지구나 정도…. (루카스 옹의 말처럼 제다이는 광검만 있으면 못 하는 짓이 없을 듯.)
개인적으로는 '프리퀄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알기로 <보이지 않는 위험>은 블록버스터 프리퀄의 테이프를 끊었습니다. 상업 영화 제작자들은 이전에 블록버스터의 프리퀄을 체계적으로 만든 적이 없습니다. <대부> 시리즈 같은 경우가 있지만, <보이지 않는 위험>처럼 프리퀄의 개념을 널리 알리지 않았죠. 그래서 도대체 프리퀄이라는 걸 어떻게 만들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위험>의 줄거리 전개와 연출은 신통치 않았고, '피해야 할 프리퀄의 사례'라고 인식했어요. 뭐, 지금은 프리퀄들이 여기저기 나오는 터라 딱히 <보이지 않는 위험>만 욕을 먹지 않습니다. 그래도 역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루카스 옹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자업자득이죠, 뭐.
※ <호빗> 같은 영화는 참 양반이죠. 피터 잭슨은 이걸 만들 때, 루카스를 떠올리지 않았을까요. <호빗>을 잘못 만들면, 피터 잭슨도 루카스처럼 욕을 먹을 테니까. 다행히 피터 잭슨은 루카스보다 훨씬 연출 감각이 뛰어났고, <호빗> 시리즈는 그렇게까지 나쁜 영화는 아니었죠. 아무래도 원작 동화도 재미있는 작품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