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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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벌어진 불미스런 사건으로(지저분한 예기니 굳이 찾아보진 마세요) 뜬금없이 오유에서 문화개혁이 발생했죠.
그것을 보면서 정말 크게 놀랐던 것은 우리가 거주하는 사이버공간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무지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사건의 대상인 커뮤니티들은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닙니다. 하나하나가 60만~80만 회원이 있으며 명목회원까지 치자면 하나하나가 100만 규모입니다. 사실 60만 만으로도 대한민국 인구 1%이상. 대통령 선거 결과를 바꾸기 충분한 숫자입니다. 이것이 굉장히 의아하게 느껴졌는데, 단순 계산상 어느쪽이든 100명중 1~2명은 서로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것이 아니었어요. 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거의 전혀 없었습니다.
해서 지금까지 돌아다닌 커뮤니티와 새로이 알게 된 커뮤니티를 조사해 보니 뭔가 하날 알 수 있었는데... 이른바 '커뮤니티'는 그 구성원의 차이, 그로인한 문화적 차이를 제외하면 그 구조가 굉장히 흡사합니다. 커뮤니티 하나로 정치나 종교같은 민감한 화제에서부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농담까지 전부를 포괄하고 있었고, 그렇지 못할 경우엔 그렇게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단 인상을 받았습니다. 가장 대중적인 커뮤니티가 된 DC나 신생 커뮤니티인 일워같은 경우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겟죠 - 이 둘의 시작과 현제를 모두 경험하신 분들은 제가 뭘 말하고 싶은지 이해하실 겁니다. 매우 많은 차이가 있는 둘이지만, 그 '성장과정' 자체는 크게 흡사합니다
뭐랄까... 커뮤니티 하나하나가 완전 자급능력을 갖춘 국가와 같은 느낌이 든달까요?
이걸 생각하면 굉장히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는데, 하나의 커뮤니티가 대형화되면 될수록 내부적으론 세분화되고 그것이 '다른 커뮤니티의 필요'성 자체를 없애고 있단 느낌입니다. 각각의 커뮤니티가 우물안 개구리가 되어간달지, 중세국가처럼 되어간달지...
지금껏 인터넷의 강점을 광속의 정보교환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인터넷이란 정보를 차단하는데 오히려 더 효과적인게 않은가 하는 굉장히 괴이하고 아이러니한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이 괴이한 느낌의 원인이 뭔지... 짐작도 안가네요. 뭔가... 정보교환이란 것에 대해... 인터넷의 본질에 대해... 무엇인가 잡힐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기분이 들어 괴롭기까지 하는 요즘입니다.
[물고기군] 밤이면 언제나 아름다운 인생을 꿈꾼다. 사랑하고픈 사람과 별을 바라다 보고 싶을때 비오는날 우산들이 공허하게 스쳐갈 때 노래부르는 물고기가 되고 싶고 날개달려 하늘을 날고싶다. 아침의 차가운 바닥에서 눈을돌려 회색의 도시라도 사람의 모습을 느껴본다 부디 꿈이여 날 떠나지 마소서... [까마귀양] 고통은 해과 함께 서려가고 한은 갑갑하메 풀 길이 없네 꿈은 해와 함께 즈려가고 삶과 함께 흩어지네 나의 꿈이여 나의 미래여 나의 길을 밝혀 밤의 끝을 보내길....
해당 사건을 잘 몰라서 뭐라고 자세히 말은 못하겠지만…. 인터넷을 떠나서 일종의 자체적인 게토화 풍조죠. 사람들이 끼리끼리 뭉쳐서 폐쇄적인 집단을 구성하는 건 어디라고 다르지 않을 겁니다. 어차피 사이버 세계도 거리와 시간 제약이 없을 뿐 사람들이 뭉치는 공간입니다. 사람들이 뭉치다 보면 얼마든지 폐쇄적인 집단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폐쇄적인 집단은 내부에서만 맴돌마다가 이상하게 변할 수 있고요. 익명성 때문에 숨기가 좋아서 오프라인 사회보다 더 심할 수도 있겠죠.
시장이 좁으면 파는 물건이 적은 것과 같은 원리죠. 커뮤니티 대다수가 오픈사이트를 표방하고 있지만 생산자도 한정되어 있고, 취향에 맞춰 모이는 커뮤니티 특성상 수요가 있는 상품(정보)도 한정될 수 밖에 없죠. ㅇㅂ같은 경우만 봐도 베스트욕구에 극히 국한되고 자극적인 내용만 올라오는걸 생각해보면 말이죠. 더더욱 중요한건...전문적으로 정보를 취급하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일겁니다.
네드리님 말씀처럼 인터넷의 특성이라기보담...커뮤니티 사용자의 폐쇄성이라고 봐야겠죠. 구글만 사용한다면 여러 커뮤니티의 게시글을 취사선택할 수 있을테니까요.
단골 음식점과 비슷한 개념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익숙한 곳에 들러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지요.
장점은 구글 등을 이용해서 '필요할 경우' 다른 정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인데... 이는 사용자가 취사 선택하는 문제가 되겠지요.
글쎄요... 구글이든 뭐든 인터넷 검색은 해당 정보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있을 것이 선결인지라 취사선택이란 표현을 쓰긴 좀 그렇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볶음밥이 뭔지 모른다면 인터넷은 그것을 알 수 있는 가능성을 별로 주지 않아요. 음식 전체에 대한 정보속에 파묻혀 악전고투를 하든지, 헐리웃 스타가 미국식으로 어레인지한 볶음밥에 대해서만 알게 되든지, 암튼 그런 식으로 흘러가겠죠. 해당 정보가 존재한다는 것 정도는 미리 알지 않으면 인터넷은 큰 도움이 되질 못합니다.
인터넷의 정보차단은 커뮤니티에 의한 정보 고립화만이 전부가 아녜요. 뭐랄까... 정보 자체가 동일성이 있는 정보끼리 모여 집단화가 되고, 그것이 분화되어 서로 다른 카테고리의 정보끼리 정보의 유리화를 가져오는 것 같은데... 으음... 이걸 뭐라고 해야할지...
뭐라고 해야 할진 잘 모르겠는데, 인터넷에는 정보와 정보간의 브릿지 역할을 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없으며, 있더라도 정보의 모듬제공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슈를 통해 반강제적으로 정보가 입력된다고 하더라도 그냥 그건 정보 생산자가 이슈를 한정하고 정보를 제한하기 때문이지, 인터넷의 문제는 아닙니다. 인터넷은 어차피 정보를 저장하고 그것을 망라하는 역할이고, 정보 자체를 생산하고 해석하는 역할이 아니기 때문에 생산자의 정보를 취사선택한다는 의미입니다. 인터넷은 그냥 정보를 파는 장터같은거죠. 삼X 디XX 플라자에서 살지 엘X 베XX샵에서 살지 그도 아니면 용산으로 점프를 뛸지의 차이라고 할까요.
인터넷이 그 정보차단의 주체가 아닌 이상, 인터넷의 문제가 아니라는 대답밖에 나올 수가 없다는겁니다. crowfish님이 제시한 단점들에 대해서도 그 기능이 인터넷을 따라올 것이 없다는 것도 현실이죠. 어느 정도 답보일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정보 간의 거리가 오히려 멀어졌다고 할 만큼 퇴보는 아니랄까요.
말씀하시려는 것은 정보와 정보의 거리를 좁히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거리를 좁히는 거겠죠. 특히 SF처럼 마이너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서 그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를 좁히는 데는 인터넷이 꽤 좋은 역할을 했습니다만, 역으로 그런 사람들이 모인 공간과 다른 취향의 사람들이 모인 공간 간의 간격을 벌리고 폐쇄성을 높이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디시인사이드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DC는 이제 하나의 사이트라는 정체성은 없다시피 하고 갤러리마다 취향 맞춰 아주 다양한 층의 사람들이 모이죠. 젊은 여자들끼리 톰 히들스턴 하악하악 1111 2222 ㅇㅅㅇ 하는 동네도 있고 인생막장 어른들이나 욕쟁이 아이들만 넘쳐나는 곳도 있고, 비교적 깨끗한 동네도 있습니다. 반면 일베는 오히려 일간베스트 게시판 하나를 중심으로 사이트의 구심축을 박아버리고 그 사이트의 유명한 모토를 모두에게 주입하는 경우로 보입니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도 정보의 폐쇄성보다는 사람의 폐쇄성 문제로 보입니다. 여초 커뮤니티 특유의 폐쇄성이고 그 덕분에 더 이상한 사람들이 꼬이고 집단주의로 변질되고, 이건 굳이 인터넷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