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지님의 글을 처음 읽었을 때는 결국 계획대로였군에 넘어가 벌거지님의 손바닥 위에서 놀았다는 생각에 분통이 터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격정이 잦아들고, 그 자리를 고민이 채우자 제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흐른 논리는 이런 귀결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예전에 제가 썼던 게시물들과 덧글들을 수 차례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벌거지님의 게시물 역시 찾아볼 수 있는 곳까지 찾아 보았습니다.

그리고 얻은 결론은, 스스로 그 점을 인정하건 하지 않건, 제가 벌거지님께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쪽으로 났습니다.

그게 학력 때문인지 벌거지님의 어른스러운 태도 때문인지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 때문인지 그런 건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상황을 향해 달려갈수록, 하지 않을 수가 없어지는 인정이 싫었기 때문에 객관화를 시키려고 한 걸음 떨어져 보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 자신이 제 내면을 보지 못한다는 이상한 상황이 생겼지만 그래도 결과를 취합해 역추론할 수는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위에 말씀드린 걸로 나왔네요.


장기간에 걸친 제 일방적인 조롱과 모욕을 견디시고 먼저 사과해 주신 점에 대해 깊은 감사와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의문의 여지 없이 그 사과는 하실 필요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해 주셨다는 것은 자기 희생을 통해 타인에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의미에 다름 아닙니다. 그래서 전 벌거지님의 그 사과를 절 용서하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부끄럽고, 고맙습니다.


개인적으로 벌거지님의 사상이나 철학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벌거지님의 주장이나 의견에 여전히 제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시점부터는 최선을 다해 비방, 조롱, 모욕, 비아냥을 제거하고 오롯이 이성적인 태도를 견지하며 존중과 예의 속에서 논박하거나 주장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이는 벌거지님뿐 아니라 클럽의 모든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약속입니다.


다시 한 번, 부끄럽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