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츠츠이 야스타카의 원작을 바탕으로 새롭게 만든 이야기입니다. 라벤다 향기를 맡으면 시간을 거슬러가는 원작과 달리 말 그대로 시간을 뛰어넘어가는 연출로 재미있게 만든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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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그야말로 자유롭게 시간을 건너며 시간 여행 그 자체를 즐깁니다. 자기가 놀림당하는 실수를 돌이키고자 과거로 돌아가 역사를 바꾸고 동생이 먹어치운 푸딩을 먹고싶어 과거로 돌아가고 심지어는 노래방에서 노래를 더 부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시간을 뛰어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자유분방. 무적 먼치킨입니다.

 

하지만, 소녀는 한가지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시간을 건너서 무언가 이익을 보면 그 순간 누군가가 손해를 본다는 것을...


자신이 푸딩을 먹으면 동생은 먹지 못합니다. 자신이 한 실수를 대신한 누군가는 놀림받은데 분노하여 난동을 부립니다. 물론 노래방을 너무 오래하면 그만큼 자신이 피로하다는 것도 손해입니다.

하지만, 소녀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합니다. 자기 대신 피해를 보아 난동부리는 누군가의 모습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지만, 그 이상 행동으로 옮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목숨이 관련된 사건이 일어납니다. 소녀는 시간을 건너가 위험을 벗어납니다. 하지만, 그 대신 그녀는 친구를 잃습니다. 시간을 건너가는 기적의 힘은 모두 사용한 상태. 다시 돌이킬수없는 상황에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일반적인 시간여행 이야기와는 상당히 다른 작품입니다. 대개의 시간 여행 작품에선 시간 여행에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가령, 과거의 자신을 만나면 세상이 멸망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역사를 바꾼 결과 자신이 태어나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심지어 역사를 바꾸는 행위 자체가 세상을 멸망시킬 위기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는 그런게 상관없습니다. 심지어 똑같은 노래방에 몇번이고 반복해 가더라도 과거의 자신을 만날 위험은 없습니다. 역사를 바꾼다고해서 세상이 멸망하지도 않습니다.(소녀가 바꾼 역사가 굉장히 작은 규모의 내용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닥터 후"에서는 평범한 사람의 운명 하나하나가 세상을 뒤바꿀만한 일이라 소개되며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게임을 연상케하는 작품입니다. 세이브 로드 기능이 달린 모든 종류의 게임 말이지요. 소녀는 언제든 편하게 결과를 바꿉니다. 마치 최고의 해피엔딩을 위해 몇번이고 세이브 로드를 반복하며 게임을 진행하는 플레이어처럼.

 

하지만, 인생은 게임이 아닙니다. 하물며 특히나 싱글플레이의 게임이 아닙니다. 내게 좋은 결말은 누군가에게 나쁜 결말일수 있으며, 그것은 돌이킬수없습니다.

 

가장 좋은 순간, 가장 즐거운 시간은 다시 반복할수없습니다. 오직 추억으로 기억될뿐.

 

지금 이 순간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 순간은 다시 되풀이 할 수 없습니다. 과거에 아무리 좋은 일이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현재가 아닙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과거를 되풀이 할 수 있는 행운을 얻은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소중한 힘을 다 써버린 끝에야 그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 소녀처럼. 우리는 소중한 순간, 행복한 순간이 지나간 후에야 그것을 깨닫곤 합니다.

 

그런점에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시간 여행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통해 현재의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주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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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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