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제가 Moon 인데도 굳이 (구지 아닙니다! 여러분 제발 구지라고 쓰지 맙시다..) 개봉제목을 '더 문' 으로 한 것은 '뉴 문'과 헷갈리게 만들어 묻어가는 마케팅을 하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장담컨데 극장가서 두 영화 헷갈리는 사람들 좀 있을 겁니다. '뉴 문' 보러갔다가 '더 문'보고 오는 사람들 좀 있을 듯 (반대는 거의 없을 듯).

2. 스포일러 없이 감상과 스토리를 짧게 정리하자면
"전형적인 아서 클라크 단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아서 클라크도 안 그런것 같으면서 은근 감상적인 측면이 있는데, <더문>은 감상적인 단편에 가깝다고 할까요. 내용상으로는 크게 관련이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서 클라크 단편 중에 '견성 (Dog Star)'라는 단편이 떠올랐습니다. 지구에서도 자고있던 자신을 깨워 지진으로부터 구해주었던 개 라이카가, 달 기지에서도 지진으로부터 주인공을 구해준다는 짧은 단편입니다. 비록 달 기지에서 주인공을 깨웠던 소리가 단순한 착각인지, 정말 라이카의 영혼이라도 나타난건지는 당연히 클라크 답게 알수 없다로 넘어갑니다만, 가슴 한 구석을 아리게 하는 단편이죠. (게다가 작가의 말에 "우리 집 정원에 라이카가 묻혀 있는 지금은 도저히 이 단편을 읽을 수 없다" 라고 써 있죠....지금은 라이카랑 같이 산책이라도 하고 계실겁니다만).
즉, SF 영화지만 흔히 일반 관객이 예상하는 SF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액션도 아니요, 미스테리 스릴러도 아니요(비록 광고는 꼭 미스테리인 것처럼 해 놨지만), SF를 가장한 심령물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극적 반전이 있는 영화도 아니죠. 영화는 매우 담담한 시선과 직설적이고 솔직한 카메라를 통해 있는 그대로 주인공의 심정을 드러내 줍니다.

3. 영화에서 가장 비싼 배역은 컴퓨터 목소리였을 듯 :)

4. 솔직히 한국 흥행은 영 아닐 겁니다. 입소문도 사실 한계가 있죠. D9이야 영화 자체가 '재미있고' 액션이 가미되어 있으며 사실 어느 정도 장르의 클리셰에 따른 측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문>은 그런 면에서 한국에서의 흥행요소가 거의 없어요. 보고 나오는데 딱 드는 생각이 "재미는 있네. 근데 망했다". 당장 저만해도 이 영화가 무슨 미스테리 영화인줄 알았습니다. 보려고 마음먹은 영화는 보기 전까지 아무런 정보도 일부러 접하지 않거든요. 광고만 보면 미스테리 스릴러인데....일단 거기서 '속은' 관객들의 입소문이 별로 좋지 않게 퍼질거고....사실 이런 '정적인' SF가 대중적인 나라는 거의 없죠.

5. 개인적으로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화 자체가 좀 더 하드SF 스러웠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아서 클라크 소설같이 가는지라 비슷한 걸 기대하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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