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론도 많이 변했네요

Ain’t It Cool News에 제임스 카메론과 인터뷰한 내용이 떴더군요.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간 모습이 많이 변했습니다. 수염을 깎아서 그런 건지, 살이 더 붙어서 그런 건지 하마터면 다른 사람으로 착각할 뻔했습니다. 하긴 카메론도 이제 노익장을 과시할 때가 되었으니 어쩔 수 없지요. 공백기가 꽤 긴데, 기력을 소진하기 전에 새로운 작품으로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데 만일 영화 <AvP>가 개봉하지 않았으면, 제임스 카메론의 공백기가 더 줄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인터뷰 중간에 보면 <AvP>를 언급하는 내용이 있거든요. <AvP> 시나리오가 들어오기 전에 카메론은 리들리 스콧과 함께 <에일리언> 5편을 제작하기 위한 토의를 하던 중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간에 폭스가 좋은 시나리오를 받았다고 하자 화가 나서 프랜차이즈 계획을 내버린 거죠. 그 당시 카메론이 보기에 <AvP>는 프랑켄슈타인이 늑대인간과 만나는 영화 같았다고 합니다. 폭스가 <AvP> 계획을 그만두고 카메론과 스콧을 계속 밀어주었다면 새로운 <에일리언> 시리즈를 볼 수 있었을 거란 뜻이지요. 그것도 가장 성공한 두 감독이 만든 작품을 말입니다.

으음, 솔직히 저 인터뷰를 보니 아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저도 <AvP>를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그보다는 카메론 & 스콧의 <에일리언> 5편이 더 보고 싶거든요. 단지 이름값에 혹한 게 아니라 <AvP> 플롯이 그렇게 뛰어나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 그렇습니다. 액션 장면도 그다지 마음에 안 들고요. <언더월드>라는 영화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 영화에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나와서 싸우지만, 그들 특유의 느낌이 없습니다. 그냥 뒷골목 마피아들이 싸우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죠. <AvP> 역시 에일리언과 프레데터의 싸움이라기보다 괴물 두 마리가 나와서 싸우는 것으로 밖에 안 보입니다.

어쩌면 <에일리언> 5편은 에일리언을 이용한 새로운 액션이나 공포를 개척했을지도 모릅니다. 평론가와 관객을 만족시키는 고품질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이야기 구성도 탄탄했을 테고, 액션 장면도 더 나았을지도 몰라요. 물론 <에일리언> 5편이 큰 참패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실패를 하더라도 <AvP>보다는 성공할 거라는 느낌도 드네요. <AvP>의 파급 효과가 그다지 큰 게 아니어서 말이죠. 고전 괴물들을 다시 살려놓기 바랐는데 말입니다.

뭐, 지금은 이렇게 말해도 막상 <AvP>가 취소되었으면, 다르게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AvP> 대신 <에일리언> 5편이 나왔다면, 그때는 <AvP>를 못 보게 되어서 아쉽다고 말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AvP>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정말 기대치가 엄청나게 높았으니까요. 영화란 건 막상 뚜껑을 열어야 알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카메론도 지금은 <AvP>를 어느 정도 긍정하는 편이라네요. 영화가 재미있었다고 하고, 5개 시리즈 중에서 3위로 꼽을 만도 하답니다. 흠, 자세한 순위는 밝히지 않았는데, 아마 <에일리언 2>와 <에일리언> 다음이라는 뜻 같습니다. 하지만 카메론은 이런 종류의 영화를 싫어할 것처럼 보여서 인터뷰 내용이 정말 사실인지는 믿지 못하겠습니다. 카메론 같은 깐깐한 사람이 괜히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지도 않겠지만, 선뜻 수긍이 안 가네요.

어쨌든 카메론과 스콧이 <에일리언> 5편을 만들지 않아도 프랜차이즈는 계속 되니 여기에 희망을 걸어야죠. <AvP 2>가 <에일리언> 5편이나 6편을 대신할만한 멋진 영화로 나오길 기대합니다.

※ 저보고 순위를 매기라면, <에일리언> 2편, <에일리언 3>, <에일리언>, <AvP>, <에일리언 부활> 순으로 매기겠습니다. 그래도 <부활> 편보다는 <AvP>가 훨씬 나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