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나 판타지에 등장하는 크리쳐들은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모습이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생명체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것뿐이니 이미지가 갈수록 바뀔 수밖에 없죠. 게다가 하나의 크리쳐가 인기를 얻어 시리즈로 나오게 되면, 당시의 감수성이나 대중성을 반영하게 됩니다. 이건 용이나 늑대인간처럼 전형이 있는 크리쳐부터 킹콩이나 고지라처럼 작품으로만 남는 크리쳐까지 마찬가지입니다.

가령, 뱀파이어는 처음에 못생기고 흉칙한 괴물이었습니다. 흑백영화 <노스페라투>가 나올 때만 해도 그랬죠. 그러던 것이 벨라 루고시의 드라큘라에서 멋을 부리더니 <뱀파이어의 인터뷰>에 와서는 암흑가의 꽃미남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예전의 노스페라투와 브래드 피트의 뱀파이어를 비교해 보면 정말 입이 딱 벌어지죠. <엑스멘>의 울버린도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세요. 예전에는 노란 스판덱스의 깡패였지만, 지금은 멋진 가죽옷을 입은 아웃사이더입니다. 휴 잭맨의 연기도 연기지만, 고뇌하는 모습이 전보다 한층 더 깊어졌지요. (돌연변이도 작가가 만든 것이니 여기서는 크리쳐로 치겠습니다)

프레데터라고 해서 이런 대세를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프레데터는 위장을 하고 나무 사이에 숨어서 플라즈마를 쏘는 방식을 선호했습니다. 그런데 <프레데터 2>가 나오면서 무장이 다양해지고 싸우는 방법도 약간 변했습니다. 그러더니 여러 게임과 만화 속에서는 온갖 무기를 가지고 외계 종족을 사냥하는 사냥꾼으로 거듭 났습니다. 특히 접근전 무기가 그러한데, <프레데터>의 프레데터는 고작(?)해야 손목칼이 전부였습니다. 허나 오늘날은 온갖 날붙이가 달린 창을 가지고 사냥을 하죠. 요즘엔 위장하는 것보다 달려들어 창으로 치고 받는 게 더 유행하는 것 같습니다. (이쪽이 더 연출하기 편할 거라는 점도 작용하겠습니다만)

그러면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솔직히 <프레데터>의 사냥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지금의 프레데터가 좀 아쉬운 구석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만의 생각일 뿐이고, 이런 변화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만 하다고 봅니다. 그만큼 크리쳐가 생명력을 얻었다는 증거일 테니까요. 비록 상상 속의 크리쳐이긴 하지만, 적응을 잘해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는 건 여느 생명체와 똑같습니다. 앞으로도 프레데터가 꾸준한 인기를 누렸으면 좋겠군요.

※ 쓰다보니 에일리언 이야기를 빼먹었는데, 에일리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SF의 정전으로만 남아있지 말고, 대중 속에서 숨쉬며 살아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