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지와 은신은 사냥꾼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이 되는 자질입니다. 목표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탐지 기술이 뛰어나야 하고, 들키지 않고 몰래 다가가기 위해서는 은신 기술이 꼭 필요하니까요. 물 한 방울에 녹아있는 소량의 피 냄새도 맡는다는 상어의 코나 정글에 감쪽같이 녹아드는 표범의 얼룩무늬는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따지고 보면 자연의 사냥꾼들은 이런 자질은 한 두개쯤 갖추고 있고, 그건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대 무기를 더 잘 찾고, 잘 안 보이는 쪽으로 개발하고 있죠.

에일리언과 프레데터에게도 이런 걸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탐지와 은신이라는 측면에서 말입니다. 만약 둘의 비교우위를 살펴본다면, 에일리언은 은신이, 프레데터는 탐지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에일리언의 은신이 프레데터보다 더 뛰어나다는 말이 아니라 에일리언은 탐지보다 은신이 더 두드러진다는 겁니다. 이에 비교해 보면, 프레데터는 은신보다 탐지가 더 눈에 뜨인다는 거고요. 실제로는 첨단 기술로 승부하는 프레데터가 탐지와 은신 모두 뛰어나겠지만, 비교우위니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를 한다는 거지요.

에일리언은 은신이 더 두드러진다고 말씀 드렸는데, 그건 영화에 그런 모습이 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어둠 속에서 사람을 잡아채가는 걸 볼 때, 에일리언 역시 탐지 능력이 발달했을 겁니다. 게다가 복잡한 둥지 속을 헤쳐나가려면 감각이 뛰어나야겠죠.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실제 에일리언이 어떤 감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논란거리입니다. 에일리언의 시점 역시 3편에서 딱 한 번 밖에 공개하지 않은 데다가, 이것마저 모호한 구석이 많으니까요. 반면 구석진 곳에 숨어서 와락! 덮치는 장면은 꽤 많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프레데터는 탐지 면에서 우위에 있습니다. 물론 프레데터의 은신술 역시 혀를 내두르게 하죠. 흐트러진 윤곽이 물결치듯 움직이는 건 어지간한 눈썰미가 아니면 구분하기 힘드니까요. 하지만 영화 내에서는 은신보다 탐지에 더 비중을 둡니다. 은신은 단지 모습을 숨기는 것뿐이지만, 탐지에는 각종 기능이 있고, 그 가짓수도 엄청나게 많죠. 은신술은 하나 뿐이지만, 상대에 따른 탐지술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어깨포가 탐지술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지요. 은신 상태에 관계없이 가면을 쓰고 탐지를 해야 추적할 수 있으니까요.

(이건 사족인데요. 각종 프레데터 영화나 게임 표지를 보면, 프레데터 특유의 탐지 기술을 더 부각해 놨습니다. 영화 표지는 열추적을 비유한 그림이었고, 게임 <AvP 2>의 프레데터 메뉴에 들어가도 열추적 그림이 먼저 뜨죠. 영화 <AvP> 프레데터 메뉴는 추적할 때 쓰이는 세 개의 붉은 점이었고, 역시나 중간에 열추적 그림이 들어갔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위에서 말씀드린 것 중에) 프레데터는 상어에, 에일리언은 표범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둘 모두 탐지와 은신이 뛰어나지만, 서로 비교를 하면 뭔가 더 뛰어난지를 비교할 수 있지요. 그래서 전 에일리언과 프레데터의 싸움을 '숨기 대 찾기'라고 봅니다. 에일리언이 숨어서 덮칠 기회를 노리고, 프레데터는 그걸 찾아 한 방 먹이는 겁니다. 어찌보면 숨박꼭질이기도 하지만, 아주 무시무시한 숨박꼭질 놀이죠.

※ <D&D>로 따지면, 에일리언은 기습 능력을 가진 도둑, 프레데터는 추적 능력을 가진 레인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둑 역시 탐지 기술이 뛰어나고, 레인저 역시 은신 기술이 뛰어나지만, 비교우위를 따지면 저렇게 갈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