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AvP 2>의 에일리언 미션은 여러 모로 독특한데, 특히나 페이스 허거로 시작한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보통 FPS 미션이라고 하면, 주인공이 갈수록 강한 무기를 얻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AvP 2>에서는 크리쳐 특유의 속성을 살려서 무기를 얻는 게 아니라 성장하는 것으로 만들었지요. 그래서 진정한 에일리언 미션은 성체가 된 다음에야 시작된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런 구성은 ‘생물’이라는 에일리언의 특징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AvP 2>의 각 종족은 저마다의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 중에서 에일리언이 좀 더 튀는 색깔을 가진 건 이 때문일 겁니다. 물론 마린과 프레데터도 특이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다양하고 강력한 무기를 갖는다는 FPS 게임의 기본 법칙에는 변함이 없잖아요. 이에 비해 에일리언은 정말 피와 살로 이루어졌다는 느낌이 닿게 합니다. 차가운 기계 내음이 나는 저 둘에 비해서 진득하다고나 할까요.

이건 멀티플레이에서도 두드러집니다. 페이스 허거로 시작해 겨우겨우 숙주를 잡고, 보잘것없는 체스트버스터로 생존을 위해 도망치고, 성체가 되어서 적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마침내 여왕이 되어서 맵을 활보하면, 뭔가 뿌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렇게 하다 여왕이 죽으면 우리는 한 개체의 탄생에서 죽음까지 지켜본 셈이 되지요. 뭐, 지극히 짧은 순간인데다가 게임에 불과하긴 합니다만, 달리고 쏘는 게임에서 이런 걸 보기는 드물지 않을까요.

저는 여왕 에일리언이 되면, 목숨을 걸고 죽어라 도망치던 체스터버스터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럴 때마다 뭔가 아쉬움이나 향수가 느껴지더군요. 어른이 되어서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는 느낌입니다. 이것도 <AvP 2>만의 매력 중 하나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