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데시코 외전 : 호넷 - 작가 : Frank
글 수 87
연방력 115년 04월 23일. 09시 30분. 켄타우로스 세컨드 뉴욕
-분위기가 심각합니다. 국부께서 나오는 것은 뭐라 할 수가 없지만,
최근 들어 동서간 갈등이 표면화 되는 것은 국가 장래에 매우 위험
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노예문제의 심각성은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공론화 하려는 것을 극도로 꺼렸왔어요. 이제 늦게나마
거론되어지는 것을 심각한 사태를 불러올 원인으로 모는 것은 합당
하지 않습니다.
-인권적인 차원에서만 접근하면 곤란합니다. 아무리 기계화가 이루
어진다 해도 서부에서 수확하는 일부 고급 작물은 여전히 사람의
손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는 노예가 사라진
다면 원재료 공급의 상승을 부르고 이는 공업을 중시하는 동부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겁니다.
-자, 자. 그만합시다. 그러면 결론을 내기로 하죠. 노예제 폐지를 전
제로 한 국부의 재취임에 대해 각자 찬성과 반대 혹은 기권을 표명
하십시오.
-찬성입니다.
-반대.
-찬성.
-기권입니다.
-반대하겠습니다.
-기권을 제외하면 출연에 응해주신 분들의 의견은 2대 2로 나왔습
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조용히 이를 시청하던 민주당의 '폴 배리' 총재는 리모컨으로 화면
을 끈 후 마악 집무실에 들어온 자신의 측근에게 말하였다.
"어제 시몬드에서의 연설로 국부에 대한 지지가 크게 올랐다면서?"
"네. 그렇습니다."
"참 애석한 노릇이야. 우리당의 취지가 바로 민주주의와 인권 수호
인데 돈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어."
"정치라는 것이 다 그런 법입니다."
"하지만 그런 우리를 바라볼 국민들에겐 대체 뭐라고 말해야 좋
지?"
자괴감이 깃든 총재의 물음에 비서는 머리만 긁적인 채 딱히 이렇
다 할 답을 하지 못하였다. 그런 가운데 총재의 책상 위에 놓인 전
화기의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연방력 115년 04월 23일. 탐사 함대
-시가전 모드 준비 완료. 시작합니다.
컴퓨터로부터 통보를 받자 '다케다 료코'는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한 후 조종간을 잡았다. 러시아 즈베즈다가 제작한 조종석은
영국의 마틴 베이커사 모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물건이었다. 러
시아제는 기술적 정교함이나 미적인 측면에선 뒤떨어질지는 몰라도
군용 장비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그 우직함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
었다. 1년전이었던가? 영국의 판보로 에어쇼에 참가한 러시아 공군
의 곡예 비행팀 러시안 나이츠(Russian Knights) 소속 Su-26 전투
기 두 대가 비행 도중 충돌해버려 추락하는 사고가 벌어졌는데 당
시 사고가 발생한 고도는 약 200미터였었다. 많은 사람들은 조종사
들이 캐노피가 내장 폭약에 의해 떨어져 나감과 동시에 사출 좌석
과 함께 튀어나오는 것을 목격하면서도 그들이 무사히 살아 돌아오
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들은 여유 있게 낙하산을
펴고 지면에 착지했고, 사고를 목격했거나 이와 관련한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경악스러운 상황에서도 본연의 임무를 훌륭히 완수한 즈
베즈다사의 사출 좌석이 증명한 신뢰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러시아제는 다소 투박하긴 하지만 결코 나쁘다고 할 수는 없어.'
료코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전방에 시가지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
하자 바짝 긴장하였다. 가상 현실이라지만 모든 것이 잘 재현되어
있었다. 건물마다 불과 연기가 치솟고 있었고, 도로 위에 놓인 차들
은 시커멓게 탄 채 버려져 마치 진짜 전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
게 만들었다.
-료코씨, 잘 들으세요. 현재 료코씨가 있는 곳은 독일의 프랑크푸르
트에요. 가상의 공간이기는 하지만 모든 것이 재현되어 있어요. 광
장의 분수, 이런저런 가게들이 다 존재해요.
"배가 고프다면 전망이 좋은 식당에서 밥도 먹을 수 있겠네."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가볍게 웃는 표정을 지었다. 유별나리만치
군인으로서의 엄격함을 찾던 애가 최근 들어서는 많이 달라진 것이
눈에 띄었다. 하리의 동향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남편은 존.F.케네
디 특수전 교육 센터에서 의탁 교육을 받았을 때 진짜 군인들과 생
활하면서 의식의 변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일거라고 했지만 자세한
것은 본인만이 알고 있으리라….
"좋아. 간다!"
곧 료코는 자신이 탑승한 영국의 빅커스사가 생산한 신형 에스테
바리스 FM(Fighting Mech)-341 세이버를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비
록 실제는 아니었지만 모든 움직임이 충실하게 재현되고 있었다. 게
다가 걸을 때마다 밑에서 전해져 오는 가벼운 진동은 말로 표현하
기 힘든 흥분을 안겨줄 정도였다. 얼마 후 그녀의 눈에 무언가가 들
어왔다. 전광판 바로 뒤에 숨어 있다가 나타난 MW-21 코르세어IV
는 앞 뒤 잴 것 없이 손에 든 레일건을 쏘아대기 시작하였다. 디스
토션 필드로 이를 막아낸 료코는 급히 세이버를 큼지막한 건물 뒤
편으로 몰면서 추가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등에 부착된 컨테이너에
탑재된 지대공 미사일 MIM-17 파이슨을 쏘았다. 왜 하필 지대공
미사일을 쏘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였다. 대부분의 인간형 병
기 조종사들은 지상전을 벌이는 도중 미사일의 공격을 받으면 점프
를 하면서 디코이를 살포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교적 속도가 느린
대전차 미사일을 기만할 때에는 가장 속편한 방법이지만, 만약 상대
가 지대공 미사일을 쐈을 경우엔 얘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어디 한 번 피해… 앗?"
여유 있게 미소를 지은 료코는 곧 벌어진 사태에 입을 다물지 못
하였다. 미사일에 조준당한 코르세어IV가 기만체 살포와 더불어 건
물 아래로 뛰어내렸기 때문이었다. 곧 미사일은 건물 벽에 맞아 폭
발하였고, 료코에게 선공을 건 코르세어는 여유롭게 모습을 숨겼다.
"좋아. 어디 한 번 해보자!"
료코가 전의를 불태우는 가운데 통제실에서 이를 지켜보는 '다케다
사부로' 대령은 조용히 커피를 마시면서 자리에 앉은 채 시가지 상
황을 위성 화면처럼 묘사한 실시간 확인란을 살피는 하리에게 물음
을 던졌다.
"하리, 너 두 번 다시 배에 타지 않겠다고 했었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
"얘기하자면 무척 길어져요."
"상관없어. 게다가 여긴 우리 둘밖에 없잖아?"
"JFK센터에서 교육을 수료하자마자 발칸 반도에 파견되었었죠."
"발칸이라… 언제나 불안한 지역이야. 역사에서 유래된 민족간 증오
가 지금도 살아서 숨쉬고 있지."
"정확히는 그중에서도 가장 불안정하다는 보스니아에서 근무했어요.
UN 평화유지군 자격으로 파견나온 6개국 군인들이랑 같이 지냈죠."
"처음에는 흥분했지?"
"네. 긴장을 피부로 느끼는 진짜 군인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는 생각에서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깨달았죠."
"무얼?"
"내가 그간 얼마나 편한 곳에서 근무했는지를 말이에요. 책이나 신
문에서만 보아온 통합 붕괴 이후 붓물터지듯 발생하는 각종 내전의
참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뭐라 할 말이 없었어요. 좌절감만 맛
보다 지쳐서 나데시코에 돌아온 거예요."
"잘했어."
"네?"
"최일선에서의 경험을 맛보고 그것들을 받아들이기엔 넌 아직 일러.
당장 서두를 필요가 없었던 거야."
"…."
대령의 말에 하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일에만 전념
하였다.
"제길! 등에 뭘 달았길래 저렇게 빨라?"
코르세어IV가 난데없이 등 뒤에 달린 부스터를 가동해 급상승하자
료코도 이에 뒤질세라 세이버의 부스터를 가동해 그 뒤를 쫓아 날
아올랐다. 구름의 바다를 넘어 푸르른 창공이 훤히 보이는 고도에
이르자 별안간 코르세어가 방향을 바꿔 그대로 급강하하면서 사정
봐주지 않으려는 듯 모든 화력을 쏟아붓기 시작하였다. 지상전에서
공중전으로 전투의 양상이 뒤바뀐 상태에서 료코는 효과적으로 응
사하면서 틈을 노리려고 했지만, 코르세어를 모는 조종사의 실력이
대단했는지 결코 약점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코르세어가 갑
자기 급반전하더니 무언가를 쏘아댔다.
"뭐야? 왜 갑자기 풍선 쪼가리들이?"
마구 튀어나와 순식간에 부풀어오른 풍선들이 순식간에 전방의 시
야를 가리자 료코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고, 곧 윈도우가 조종실
허공에 뜨면서 누군가의 얼굴이 나왔다.
-료코 대위, 오늘은 참 안 됐군요.
"그레그?"
-삼인랑의 리더가 이렇게 간단한 수에 당하면 어떡해요?
"할 말이 없군. 잘했어."
-수고하셨습니다.
-분위기가 심각합니다. 국부께서 나오는 것은 뭐라 할 수가 없지만,
최근 들어 동서간 갈등이 표면화 되는 것은 국가 장래에 매우 위험
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노예문제의 심각성은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공론화 하려는 것을 극도로 꺼렸왔어요. 이제 늦게나마
거론되어지는 것을 심각한 사태를 불러올 원인으로 모는 것은 합당
하지 않습니다.
-인권적인 차원에서만 접근하면 곤란합니다. 아무리 기계화가 이루
어진다 해도 서부에서 수확하는 일부 고급 작물은 여전히 사람의
손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는 노예가 사라진
다면 원재료 공급의 상승을 부르고 이는 공업을 중시하는 동부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겁니다.
-자, 자. 그만합시다. 그러면 결론을 내기로 하죠. 노예제 폐지를 전
제로 한 국부의 재취임에 대해 각자 찬성과 반대 혹은 기권을 표명
하십시오.
-찬성입니다.
-반대.
-찬성.
-기권입니다.
-반대하겠습니다.
-기권을 제외하면 출연에 응해주신 분들의 의견은 2대 2로 나왔습
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조용히 이를 시청하던 민주당의 '폴 배리' 총재는 리모컨으로 화면
을 끈 후 마악 집무실에 들어온 자신의 측근에게 말하였다.
"어제 시몬드에서의 연설로 국부에 대한 지지가 크게 올랐다면서?"
"네. 그렇습니다."
"참 애석한 노릇이야. 우리당의 취지가 바로 민주주의와 인권 수호
인데 돈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어."
"정치라는 것이 다 그런 법입니다."
"하지만 그런 우리를 바라볼 국민들에겐 대체 뭐라고 말해야 좋
지?"
자괴감이 깃든 총재의 물음에 비서는 머리만 긁적인 채 딱히 이렇
다 할 답을 하지 못하였다. 그런 가운데 총재의 책상 위에 놓인 전
화기의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연방력 115년 04월 23일. 탐사 함대
-시가전 모드 준비 완료. 시작합니다.
컴퓨터로부터 통보를 받자 '다케다 료코'는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한 후 조종간을 잡았다. 러시아 즈베즈다가 제작한 조종석은
영국의 마틴 베이커사 모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물건이었다. 러
시아제는 기술적 정교함이나 미적인 측면에선 뒤떨어질지는 몰라도
군용 장비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그 우직함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
었다. 1년전이었던가? 영국의 판보로 에어쇼에 참가한 러시아 공군
의 곡예 비행팀 러시안 나이츠(Russian Knights) 소속 Su-26 전투
기 두 대가 비행 도중 충돌해버려 추락하는 사고가 벌어졌는데 당
시 사고가 발생한 고도는 약 200미터였었다. 많은 사람들은 조종사
들이 캐노피가 내장 폭약에 의해 떨어져 나감과 동시에 사출 좌석
과 함께 튀어나오는 것을 목격하면서도 그들이 무사히 살아 돌아오
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들은 여유 있게 낙하산을
펴고 지면에 착지했고, 사고를 목격했거나 이와 관련한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경악스러운 상황에서도 본연의 임무를 훌륭히 완수한 즈
베즈다사의 사출 좌석이 증명한 신뢰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러시아제는 다소 투박하긴 하지만 결코 나쁘다고 할 수는 없어.'
료코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전방에 시가지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
하자 바짝 긴장하였다. 가상 현실이라지만 모든 것이 잘 재현되어
있었다. 건물마다 불과 연기가 치솟고 있었고, 도로 위에 놓인 차들
은 시커멓게 탄 채 버려져 마치 진짜 전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
게 만들었다.
-료코씨, 잘 들으세요. 현재 료코씨가 있는 곳은 독일의 프랑크푸르
트에요. 가상의 공간이기는 하지만 모든 것이 재현되어 있어요. 광
장의 분수, 이런저런 가게들이 다 존재해요.
"배가 고프다면 전망이 좋은 식당에서 밥도 먹을 수 있겠네."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가볍게 웃는 표정을 지었다. 유별나리만치
군인으로서의 엄격함을 찾던 애가 최근 들어서는 많이 달라진 것이
눈에 띄었다. 하리의 동향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남편은 존.F.케네
디 특수전 교육 센터에서 의탁 교육을 받았을 때 진짜 군인들과 생
활하면서 의식의 변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일거라고 했지만 자세한
것은 본인만이 알고 있으리라….
"좋아. 간다!"
곧 료코는 자신이 탑승한 영국의 빅커스사가 생산한 신형 에스테
바리스 FM(Fighting Mech)-341 세이버를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비
록 실제는 아니었지만 모든 움직임이 충실하게 재현되고 있었다. 게
다가 걸을 때마다 밑에서 전해져 오는 가벼운 진동은 말로 표현하
기 힘든 흥분을 안겨줄 정도였다. 얼마 후 그녀의 눈에 무언가가 들
어왔다. 전광판 바로 뒤에 숨어 있다가 나타난 MW-21 코르세어IV
는 앞 뒤 잴 것 없이 손에 든 레일건을 쏘아대기 시작하였다. 디스
토션 필드로 이를 막아낸 료코는 급히 세이버를 큼지막한 건물 뒤
편으로 몰면서 추가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등에 부착된 컨테이너에
탑재된 지대공 미사일 MIM-17 파이슨을 쏘았다. 왜 하필 지대공
미사일을 쏘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였다. 대부분의 인간형 병
기 조종사들은 지상전을 벌이는 도중 미사일의 공격을 받으면 점프
를 하면서 디코이를 살포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교적 속도가 느린
대전차 미사일을 기만할 때에는 가장 속편한 방법이지만, 만약 상대
가 지대공 미사일을 쐈을 경우엔 얘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어디 한 번 피해… 앗?"
여유 있게 미소를 지은 료코는 곧 벌어진 사태에 입을 다물지 못
하였다. 미사일에 조준당한 코르세어IV가 기만체 살포와 더불어 건
물 아래로 뛰어내렸기 때문이었다. 곧 미사일은 건물 벽에 맞아 폭
발하였고, 료코에게 선공을 건 코르세어는 여유롭게 모습을 숨겼다.
"좋아. 어디 한 번 해보자!"
료코가 전의를 불태우는 가운데 통제실에서 이를 지켜보는 '다케다
사부로' 대령은 조용히 커피를 마시면서 자리에 앉은 채 시가지 상
황을 위성 화면처럼 묘사한 실시간 확인란을 살피는 하리에게 물음
을 던졌다.
"하리, 너 두 번 다시 배에 타지 않겠다고 했었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
"얘기하자면 무척 길어져요."
"상관없어. 게다가 여긴 우리 둘밖에 없잖아?"
"JFK센터에서 교육을 수료하자마자 발칸 반도에 파견되었었죠."
"발칸이라… 언제나 불안한 지역이야. 역사에서 유래된 민족간 증오
가 지금도 살아서 숨쉬고 있지."
"정확히는 그중에서도 가장 불안정하다는 보스니아에서 근무했어요.
UN 평화유지군 자격으로 파견나온 6개국 군인들이랑 같이 지냈죠."
"처음에는 흥분했지?"
"네. 긴장을 피부로 느끼는 진짜 군인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는 생각에서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깨달았죠."
"무얼?"
"내가 그간 얼마나 편한 곳에서 근무했는지를 말이에요. 책이나 신
문에서만 보아온 통합 붕괴 이후 붓물터지듯 발생하는 각종 내전의
참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뭐라 할 말이 없었어요. 좌절감만 맛
보다 지쳐서 나데시코에 돌아온 거예요."
"잘했어."
"네?"
"최일선에서의 경험을 맛보고 그것들을 받아들이기엔 넌 아직 일러.
당장 서두를 필요가 없었던 거야."
"…."
대령의 말에 하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일에만 전념
하였다.
"제길! 등에 뭘 달았길래 저렇게 빨라?"
코르세어IV가 난데없이 등 뒤에 달린 부스터를 가동해 급상승하자
료코도 이에 뒤질세라 세이버의 부스터를 가동해 그 뒤를 쫓아 날
아올랐다. 구름의 바다를 넘어 푸르른 창공이 훤히 보이는 고도에
이르자 별안간 코르세어가 방향을 바꿔 그대로 급강하하면서 사정
봐주지 않으려는 듯 모든 화력을 쏟아붓기 시작하였다. 지상전에서
공중전으로 전투의 양상이 뒤바뀐 상태에서 료코는 효과적으로 응
사하면서 틈을 노리려고 했지만, 코르세어를 모는 조종사의 실력이
대단했는지 결코 약점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코르세어가 갑
자기 급반전하더니 무언가를 쏘아댔다.
"뭐야? 왜 갑자기 풍선 쪼가리들이?"
마구 튀어나와 순식간에 부풀어오른 풍선들이 순식간에 전방의 시
야를 가리자 료코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고, 곧 윈도우가 조종실
허공에 뜨면서 누군가의 얼굴이 나왔다.
-료코 대위, 오늘은 참 안 됐군요.
"그레그?"
-삼인랑의 리더가 이렇게 간단한 수에 당하면 어떡해요?
"할 말이 없군. 잘했어."
-수고하셨습니다.
SF를 좋아하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이 곳에서 활동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프랭크님 혹시 외전는 이걸로써 끝인가요? 더 있으면 보고싶어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