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데시코 외전 : 호넷 - 작가 : Frank
글 수 87
모든 준비를 마친 함대는 곧 뉴욕을 떠나기 시작하였다. 시민들은
손을 흔들며 환송했고, 타임스 광장에 설치된 초대형 전광판에선 안
전한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는 의미를 담은 'God Speed'라는 문자가
떴다.
"시민 여러분, 제 뒤로 보이는 것처럼 함대가 드디어 출항하기 시작
했습니다. 각국에서 엄격히 선발된 각계 전문가와 기술자만 무려
5000명에 달하는 이 함대가 예정된 날짜에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기자가 그렇게 말하는 가운데 함대는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나
서야 사람들의 눈에서 사라졌다.
2205년 01월 07일. 달 부근
"안녕하세요. '이네스 프레상쥬' 입니다. 모두들 이 기나긴 항해에
합류했다는 것만으로도 지루하실 거예요. 그것을 일부분이나마 해소
한다는 차원에서 우리의 목적지인 켄타우로스 항성계에 대해 설명
해 드리겠어요."
필요 근무 인원을 제외한 가운데 식당에 모인 대부분의 승조원들
과 파일럿들은 진지하게 그녀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지만, 몇몇은 지
루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시다시피 21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지구에서 켄타우로스까지 가
는데에는 무려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어요. 기술이 많이 향
상된 지금도 왕복에 반년이 걸릴 정도로 켄타우로스는 매우 먼 곳
이죠."
"우리는 제2의 신대륙을 찾아 떠난 셈이군."
"뭐 그렇다고 해도 되겠지."
이네스의 설명을 대충이나마 이해한 MV-45 조종을 맡은 한국 해
병대 조종사의 말에 옆에 앉은 동료가 맞장구를 쳐주었다. 사람들에
게 켄타우로스에 관해 일반적인 사항들을 설명해주는 이네스를 멀
리서 바라보는 루리와 케빈은 낮은 목소리로 대화하기 시작하였다.
"함장, 이네스씨에겐 말하지 않은 겁니까?"
"만약 얘기해줬다면 지금 여기 모인 사람들의 절반은 집으로 돌아
가겠다고 아우성을 쳤을 거예요."
루리의 말에 케빈은 이해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네스를
바라보며 묘한 기분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생체 보손 점프로 과
거로 날아가 지금에 이른 그녀의 특이한 이력은 지금도 흥미로운
구석이 많았던 것이다.
"우리 얘기 좀 해요."
"업무상의 일 때문입니까?"
"이번엔 사적인 거예요."
"..."
잠시 루리를 말없이 바라보던 케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좋아. 그러지."
곧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외부 시찰 디스플레이를 켠 후 얘기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우리 아이를 하나 더 얻는 게 어때요?"
"하나만으로도 벅차."
"이해가 안 되요. 당신만 해도 여동생을 둔 오빠로서 컸잖아요?"
"그야 그렇기는 하지만..."
"난 가끔 당신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곤 했어요. 나는 어릴적부터 친
구와 동료가 많았지만, 마음 놓고 대할 수 있는 혈육이 없었어요.
점점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가 된다면 적어도 둘 이상
의 자식을 두어야겠다고 생각했었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어
요."
"루리, 그렇게 쉽게 생각하면 안돼. 자식을 둘 이상이나 둔 어머니
의 일이란 결코 쉬운 게 아니야. 나는 비록 남자이지만, 어릴적부터
나와 에이미를 돌봐준 어머니를 지켜보았기에 그 일이 얼마나 힘든
지 잘 알고 있어."
"저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어요. 그러니..."
"그만해. 내 앞에서 더 이상 아이 얘기는 꺼내지마."
그렇게 말하고는 케빈은 뒤돌아 보지도 않은 채 걸어가버렸다.
"자, 부어라~ 마셔라~."
"함장님, 왜 갑자기 술을 팍팍 주시는 겁니까?"
"야 이눔들아.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우린 태양계를 벗어나지 않냐?
그러니 그 전에 미련을 버려둬야 할 것 아냐?"
탐사 함대에 참가한 한국 해군 함정들 중 하나인 진해급 전함 1번
함 진해의 식당에선 필요 근무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원이 모여
술과 안주를 먹고 있었다. 진해의 함장인 '오덕준' 대령이 자기 권한
을 최대한 이용해 부하들이 태양계에서의 마지막 술을 들게 한 것
이었다. 오 대령은 분위기를 즐기는 부하들을 보면서 지구에 남은
가족들 생각이 나자 우울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그는 이번 항
해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를 통보 받은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한
명이어서 훗날 닥쳐올 위험을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목
적지 부근에 도달하기 전까지 그는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해선
안 되었고, 그것이 그를 더욱 답답하게 만들었다.
2.그들의 삶
연방력 115년. 04월 15일. 10시 30분. 켄타우로스 펨블턴
"제 몫을 다하지 못하는 놈들은 오늘 끼니는 고사하고 뼈도 못추릴
줄 알아!"
부니햇을 쓰고 말을 타고 있는 농장 관리인이 채찍을 들고 엄포를
놓자 목화를 따던 원주민 노예들은 벌벌 떤 채 일을 하였다. 농장
관리인은 잠시 주위를 돌아보다가 한 소녀가 자신에게 할당된 양을
채우지 못한 것을 보고 물었다.
"너는 왜 이것 밖에 못 채운 거냐?"
"나으리, 이 아이는 제 딸인데 오늘 몸이 아파서 일을 잘 못하는 것
입니다. 제가 두 사람 몫을 할 테니 제발..."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관리인의 채찍이 소녀의 아버지를 후려
쳤다.
"으악!"
"아빠!"
"이것들이 어디서 감히 거짓말이야? 내가 그 따위 잔꾀에 속을 줄
아나?"
"나, 나으리... 제 딸은 정말 병이 나서 아픕니다."
"그래? 그러면 그 계집애 다음주에 열릴 노예시장에다 내다 팔아야
겠군."
"나으리, 제발 그것만은..."
소녀가 두 손을 모으고는 눈물을 흘리며 사정하자 관리인은 채찍
을 휘두르며 말하였다.
"노예 주제에 아버지, 딸이 어디 있어? 어차피 주인 나리 사냥개 한
마리 값도 안 될 것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통탄하게 만들 이 상황을 먼 발치서 지켜보던
한 노인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노예제도, 이게 무슨 비극인가? 진정 자유롭고 정의로운 세상을 바
라며 이곳에 나라를 세웠건만 사람이 사람을 짐승 부리듯 하다니?'
노인은 그렇게 마음 속으로 말한 후 가던 길을 재촉하였다.
"할아버지, 어디에 다녀오신 거예요?"
"잠깐 일이 있어서 근처 농장을 둘러보고 왔단다."
"지금 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거죠?"
"그래. 지금 바로 짐을 챙겨야 한단다."
노인은 자신의 손녀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 호텔방에 풀어둔 짐을
가방에 넣기 시작하였다. 서부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이곳에 온 그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하지만, 그는 창 밖으
로 시선을 옮기면서 손녀에게 물었다.
"제나, 다음 선거가 언제부터 시작되는지 아니?"
"다음주부터라고 들었어요."
"그래 그렇단 말이지..."
거기 까지 말한 후 노인은 잠시 밝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할아버지, 왜 웃으시는 거예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단다. 차차 얘기해주마."
서기력 기준 2205년. 04월 21일. 탐사 함대
"으ㅆ~."
"스물 둘, 스물 셋, 스물 넷..."
나데시코-B 안에 마련된 체력 단련실 안에선 마악 식사를 마친 승
조원들과 한국 해병대원들이 체력을 단련하고 있었다. 장기간에 걸
친 우주 공간에서의 생활이 몸을 약하게 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이와 같은 활동은 해서 나쁠 것이 없는 일이었다. 모두들 그렇게
운동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때마침 들어온 료코는 가볍게 몸을 풀
기 시작하였다.
"늘 활기차군."
"괜히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마세요."
"부부간에 뭐가 어때서?"
그렇게 말하고나서 사부로는 료코의 어깨에 손을 얹었고, 료코는
반대로 그의 손을 내리게 한 후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여기는 공적인 자리에요. 남들이 보는 앞에선 자제해주세요."
두 사람이 그렇게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는 가운데 루리는 몸에 착
달라붙는 독특한 운동복을 입은 채 함내를 조깅 코스 삼아 뛰고 있
었다.
'그들은 우릴 우호적으로 대할까? 만약 일이 잘못되면...'
"루리."
"!"
갑자기 자기 앞에 나타난 케빈을 보자 깜짝 놀란 루리는 그에게
화를 내며 말하였다.
"무슨 짓이에요? 제가 놀랬잖아요."
"미안. 미안. 너무 생각에 잠겨 있는 표정을 짓고 있길래 불러도 들
을 것 같지 않아서 이렇게 했어."
"그래도 그렇지."
곧 벽에 등을 기댄 채 선 두 사람은 대화하기 시작하였다.
"목적지 근방에 도착하면 모두에게 말해야만 해. 이 함대의 진짜 임
무를 말이야."
"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모두가 침착하게 처신해 줄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너무 걱정하지마. 모두 신중하게 뽑혀졌고 기꺼이 자원한 이들이
야. 어떤 사실을 듣게 될 지라도 당황하지 않을 거야."
"..."
"마음 편하게 생각해. 그럼 이만 옷 갈아 입으러 갈게."
"이따가 봐요."
손을 흔들며 환송했고, 타임스 광장에 설치된 초대형 전광판에선 안
전한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는 의미를 담은 'God Speed'라는 문자가
떴다.
"시민 여러분, 제 뒤로 보이는 것처럼 함대가 드디어 출항하기 시작
했습니다. 각국에서 엄격히 선발된 각계 전문가와 기술자만 무려
5000명에 달하는 이 함대가 예정된 날짜에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기자가 그렇게 말하는 가운데 함대는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나
서야 사람들의 눈에서 사라졌다.
2205년 01월 07일. 달 부근
"안녕하세요. '이네스 프레상쥬' 입니다. 모두들 이 기나긴 항해에
합류했다는 것만으로도 지루하실 거예요. 그것을 일부분이나마 해소
한다는 차원에서 우리의 목적지인 켄타우로스 항성계에 대해 설명
해 드리겠어요."
필요 근무 인원을 제외한 가운데 식당에 모인 대부분의 승조원들
과 파일럿들은 진지하게 그녀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지만, 몇몇은 지
루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시다시피 21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지구에서 켄타우로스까지 가
는데에는 무려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어요. 기술이 많이 향
상된 지금도 왕복에 반년이 걸릴 정도로 켄타우로스는 매우 먼 곳
이죠."
"우리는 제2의 신대륙을 찾아 떠난 셈이군."
"뭐 그렇다고 해도 되겠지."
이네스의 설명을 대충이나마 이해한 MV-45 조종을 맡은 한국 해
병대 조종사의 말에 옆에 앉은 동료가 맞장구를 쳐주었다. 사람들에
게 켄타우로스에 관해 일반적인 사항들을 설명해주는 이네스를 멀
리서 바라보는 루리와 케빈은 낮은 목소리로 대화하기 시작하였다.
"함장, 이네스씨에겐 말하지 않은 겁니까?"
"만약 얘기해줬다면 지금 여기 모인 사람들의 절반은 집으로 돌아
가겠다고 아우성을 쳤을 거예요."
루리의 말에 케빈은 이해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네스를
바라보며 묘한 기분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생체 보손 점프로 과
거로 날아가 지금에 이른 그녀의 특이한 이력은 지금도 흥미로운
구석이 많았던 것이다.
"우리 얘기 좀 해요."
"업무상의 일 때문입니까?"
"이번엔 사적인 거예요."
"..."
잠시 루리를 말없이 바라보던 케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좋아. 그러지."
곧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외부 시찰 디스플레이를 켠 후 얘기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우리 아이를 하나 더 얻는 게 어때요?"
"하나만으로도 벅차."
"이해가 안 되요. 당신만 해도 여동생을 둔 오빠로서 컸잖아요?"
"그야 그렇기는 하지만..."
"난 가끔 당신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곤 했어요. 나는 어릴적부터 친
구와 동료가 많았지만, 마음 놓고 대할 수 있는 혈육이 없었어요.
점점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가 된다면 적어도 둘 이상
의 자식을 두어야겠다고 생각했었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어
요."
"루리, 그렇게 쉽게 생각하면 안돼. 자식을 둘 이상이나 둔 어머니
의 일이란 결코 쉬운 게 아니야. 나는 비록 남자이지만, 어릴적부터
나와 에이미를 돌봐준 어머니를 지켜보았기에 그 일이 얼마나 힘든
지 잘 알고 있어."
"저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어요. 그러니..."
"그만해. 내 앞에서 더 이상 아이 얘기는 꺼내지마."
그렇게 말하고는 케빈은 뒤돌아 보지도 않은 채 걸어가버렸다.
"자, 부어라~ 마셔라~."
"함장님, 왜 갑자기 술을 팍팍 주시는 겁니까?"
"야 이눔들아.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우린 태양계를 벗어나지 않냐?
그러니 그 전에 미련을 버려둬야 할 것 아냐?"
탐사 함대에 참가한 한국 해군 함정들 중 하나인 진해급 전함 1번
함 진해의 식당에선 필요 근무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원이 모여
술과 안주를 먹고 있었다. 진해의 함장인 '오덕준' 대령이 자기 권한
을 최대한 이용해 부하들이 태양계에서의 마지막 술을 들게 한 것
이었다. 오 대령은 분위기를 즐기는 부하들을 보면서 지구에 남은
가족들 생각이 나자 우울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그는 이번 항
해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를 통보 받은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한
명이어서 훗날 닥쳐올 위험을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목
적지 부근에 도달하기 전까지 그는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해선
안 되었고, 그것이 그를 더욱 답답하게 만들었다.
2.그들의 삶
연방력 115년. 04월 15일. 10시 30분. 켄타우로스 펨블턴
"제 몫을 다하지 못하는 놈들은 오늘 끼니는 고사하고 뼈도 못추릴
줄 알아!"
부니햇을 쓰고 말을 타고 있는 농장 관리인이 채찍을 들고 엄포를
놓자 목화를 따던 원주민 노예들은 벌벌 떤 채 일을 하였다. 농장
관리인은 잠시 주위를 돌아보다가 한 소녀가 자신에게 할당된 양을
채우지 못한 것을 보고 물었다.
"너는 왜 이것 밖에 못 채운 거냐?"
"나으리, 이 아이는 제 딸인데 오늘 몸이 아파서 일을 잘 못하는 것
입니다. 제가 두 사람 몫을 할 테니 제발..."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관리인의 채찍이 소녀의 아버지를 후려
쳤다.
"으악!"
"아빠!"
"이것들이 어디서 감히 거짓말이야? 내가 그 따위 잔꾀에 속을 줄
아나?"
"나, 나으리... 제 딸은 정말 병이 나서 아픕니다."
"그래? 그러면 그 계집애 다음주에 열릴 노예시장에다 내다 팔아야
겠군."
"나으리, 제발 그것만은..."
소녀가 두 손을 모으고는 눈물을 흘리며 사정하자 관리인은 채찍
을 휘두르며 말하였다.
"노예 주제에 아버지, 딸이 어디 있어? 어차피 주인 나리 사냥개 한
마리 값도 안 될 것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통탄하게 만들 이 상황을 먼 발치서 지켜보던
한 노인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노예제도, 이게 무슨 비극인가? 진정 자유롭고 정의로운 세상을 바
라며 이곳에 나라를 세웠건만 사람이 사람을 짐승 부리듯 하다니?'
노인은 그렇게 마음 속으로 말한 후 가던 길을 재촉하였다.
"할아버지, 어디에 다녀오신 거예요?"
"잠깐 일이 있어서 근처 농장을 둘러보고 왔단다."
"지금 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거죠?"
"그래. 지금 바로 짐을 챙겨야 한단다."
노인은 자신의 손녀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 호텔방에 풀어둔 짐을
가방에 넣기 시작하였다. 서부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이곳에 온 그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하지만, 그는 창 밖으
로 시선을 옮기면서 손녀에게 물었다.
"제나, 다음 선거가 언제부터 시작되는지 아니?"
"다음주부터라고 들었어요."
"그래 그렇단 말이지..."
거기 까지 말한 후 노인은 잠시 밝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할아버지, 왜 웃으시는 거예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단다. 차차 얘기해주마."
서기력 기준 2205년. 04월 21일. 탐사 함대
"으ㅆ~."
"스물 둘, 스물 셋, 스물 넷..."
나데시코-B 안에 마련된 체력 단련실 안에선 마악 식사를 마친 승
조원들과 한국 해병대원들이 체력을 단련하고 있었다. 장기간에 걸
친 우주 공간에서의 생활이 몸을 약하게 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이와 같은 활동은 해서 나쁠 것이 없는 일이었다. 모두들 그렇게
운동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때마침 들어온 료코는 가볍게 몸을 풀
기 시작하였다.
"늘 활기차군."
"괜히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마세요."
"부부간에 뭐가 어때서?"
그렇게 말하고나서 사부로는 료코의 어깨에 손을 얹었고, 료코는
반대로 그의 손을 내리게 한 후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여기는 공적인 자리에요. 남들이 보는 앞에선 자제해주세요."
두 사람이 그렇게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는 가운데 루리는 몸에 착
달라붙는 독특한 운동복을 입은 채 함내를 조깅 코스 삼아 뛰고 있
었다.
'그들은 우릴 우호적으로 대할까? 만약 일이 잘못되면...'
"루리."
"!"
갑자기 자기 앞에 나타난 케빈을 보자 깜짝 놀란 루리는 그에게
화를 내며 말하였다.
"무슨 짓이에요? 제가 놀랬잖아요."
"미안. 미안. 너무 생각에 잠겨 있는 표정을 짓고 있길래 불러도 들
을 것 같지 않아서 이렇게 했어."
"그래도 그렇지."
곧 벽에 등을 기댄 채 선 두 사람은 대화하기 시작하였다.
"목적지 근방에 도착하면 모두에게 말해야만 해. 이 함대의 진짜 임
무를 말이야."
"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모두가 침착하게 처신해 줄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너무 걱정하지마. 모두 신중하게 뽑혀졌고 기꺼이 자원한 이들이
야. 어떤 사실을 듣게 될 지라도 당황하지 않을 거야."
"..."
"마음 편하게 생각해. 그럼 이만 옷 갈아 입으러 갈게."
"이따가 봐요."
SF를 좋아하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이 곳에서 활동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