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4년 03월 18일. 08시 30분. 텍사스주 커툴라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도 좋은 아침입니다~.

느긋하게 아침 식사용 씨리얼이 담긴 그릇에 우유를 붓기 시작한
'마르틴 헤셀'은 TV화면을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20년 전
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여성 MC는 나이를 전혀 먹지 않은 미소녀의
외모를 띄고 있었다. 생명 공학의 발달에 따른 모습 가운데 하나였
다. 이제 67세인 그도 간단한 수술을 받으면 20대의 외모와 건강을
지닌 채 생활할 수 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마악 시리얼이 담긴 숟가락을 입에 넣으려던 그는 현관 쪽에서 초
인종이 울리자 바짝 긴장한 표정을 짓더니 품안에 권총을 넣은 후
도어폰을 켰다.

"누구십니까?"
-마르틴, 나야.
"!"

화면에 뜬 얼굴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
었다.

"정말... 자넨가...?"
-보고도 모르겠어? 의심스럽다면 우리 구호를 말해주지. '누가 우릴
보고 겁쟁이라고 말하겠어?'.
"문을 열어 주겠네. 얼른 들어와."

곧 쓰크모를 부축하며 안으로 들어온 글렌에게 헤셀이 물었다.

"어떻게 살아서 돌아왔나?"
"얘길하자면 길어. 일단 이자를 눕힐 곳부터 찾아주게."
"그러지."

쓰크모를 침대에 눕힌 후 두 사람은 마주 앉은 채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날 찾은 거야?"
"기억에 남아 있어서. 그것 뿐이야."
"그 일 기억하나? 정확히 말하면 37년전 1월 이었지."
"전혀. 내 머리 속에 남은 건 주변 사람들에 관한 기억 뿐이야. 그
리고 해리를 만날 생각이야. 녀석이라면 날 도와주겠지."
"그 개자식을 만나겠다고? 너 제정신이야?"
"아니 왜?"
"자네 정말 다 까먹었군... 내가 얘기해주지. 잘 듣게."

2204년 03월 19일. 00시 45분. 서울

"현재 화성에 집결한 미러 함대의 비율은?"
"3대 2입니다. 만약 양측이 교전한다면 유틀란트는 저리가라 할 최
대의 해전이 벌어질 겁니다."
"동감이네."

국방부 건물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은 '한신수' 제
독은 미간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한창 조용해야 할 때에 미러
간에 신경전은 인류 전체에 득이 될 행동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얼마 후 엘리베이터가 멈추었고, 거기서 보자관을 대동하고 내린 한
제독은 회의실에 들어섰고, 거기서 자신을 기다린 각군 지휘관들과
악수를 주고 받았다.

"상황이 급한 관계로 대부분의 절차를 생략하고 시작하겠습니다. 보
시다시피 화성 내부의 움직임이 차분한 것과 반대로 양측은 화성
대기권외에 함대 전력을 집결시키시 시작했습니다. 장기간 포위당한
사이도니아 인근에서 대치 중인 양군 병력의 규모도 커졌습니다.
아직까지 두 나라간에 표면적인 충돌은 없습니다만, 사소한 시비로
인한 폭력 사태가 빈발하는 상황이어서 안심할 수만은 없습니다."
"NSC(국가 안전 보장회의)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병력의 추가 파견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있소?"
"국회의 눈치를 살피느라 여의치 않다는 군요."
"왜 이런 판국에?"
"우리 나라는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으니까요."
"참 효율적이군요."
"3차 대전에서 까먹은 전비를 생각하세요. 5년치 국가 예산을 한꺼
번에 썼습니다. 3세계 국가들한테 팔아먹고 있는 군수 물자 덕분에
미국에 손 벌릴 일이 없다는 게 천만 중 다행입니다."
"미국을 믿고 전쟁에 끼어든 덕분에 얻은 것도 많았습니다."
"공여 받은 최신예 전투함과 무기들? 듣자하니 록히드에서 유칼리
스에 버금가는 전투함의 건조를 진행 중이라고 들었소. 어차피 우리
무기는 뒤떨어질 거요."
"최신 함정들은 제대로 돌아가려면 요정을 최소 20명은 태워야 합
니다. 돈 많은 미국이라도 허리가 휘어질 거요. 게다가 록히드의 스
컹크 웍스가 만든 물건들은 미군이 기피한다고 합니다."
"유칼리스는 요정 한 명만으로도 조작할 수 있는 전투함이었소. 주
의 깊게 지켜봐야 합니다."
"이야기가 다른 데로 새고 있습니다. 본론을 논합시다."

화성의 급박한 상황을 군 차원에서 논의하기 위해 열린 회의에서
각 지휘관들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에 한 제독은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 겉으로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그의 보좌관이 그에게 귀엣말을 거넸고, 한 제독은 고
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그 아이의 귀에 들어가지 않게 해."
SF를 좋아하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이 곳에서 활동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